[분석] 아열대 나라에서 영상 날씨에도 동사하는 이유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3.01.31 14: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만에서 한파로 인한 사망 사례가 속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북극 한파의 영향으로 아열대 지역인 대만까지 날씨가 추워져서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많았다는 내용인데요. 이 기사를 접한 일부 네티즌들은 영상의 날씨에 사망자가 속출했다는 내용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뉴스톱이 한랭질환에 대해 분석해봤습니다.

출처: 뉴스1 홈페이지
출처: 뉴스1 홈페이지

◈대만, 한랭 질환 사망 속출

30일 뉴스1은 <따뜻해서 겨울 여행 가던 곳인데…대만서 이틀새 146명 동사 추정>이라는 기사를 발행했습니다. 뉴스1 기사는 “현지 매체는 29일 소방 통계를 인용해 48시간 동안 대만 전역에서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보고됐다고 전했다. 수도 타이베이에서 28명, 교통 중심지 타오위안에서는 26명이 숨져 가장 피해가 컸다”라고 전합니다.

출처: 대만 기상청 홈페이지
출처: 대만 기상청 홈페이지

이어 “28일 대만 기상국은 타오위안 및 이남 14개 지역에 강풍 주의보를 발령했고, 29일에는 전역에 '저온주의보'를 내렸다. 지난 28일 타이베이의 최저 기온은 6도, 최고 기온은 9도를 기록했다. 한국의 영하권 한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기온이지만, 대만의 예년 기온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낮다”고 보도했습니다.

대만 기상청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30일 현재 대만 대부분 지역에 저온특보 황색등호가 내려져 있습니다. 평지 최저 기온이 영상 10도 이하일 경우 발효된다는 설명도 볼 수 있습니다.

출처: 다음 뉴스
출처: 다음 뉴스

◈왜 영하도 아닌데 동사?

뉴스1 기사에는 “웃긴다. 영상 6도에 동사라니”, “영상 6도에 한파특보라 영하로 떨어지면 10만명은 동사하겠네”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사람이 죽어나간다는 데 뭐가 웃긴지는 모르겠지만 이 댓글 쓴 사람들은 뭘 잘못 알고 있습니다. 

동사(凍死)는 ‘얼어 죽다’는 뜻입니다. 뉴스1 기사 제목에 들어있는 표현입니다만,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영상의 날씨에선 물이 얼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신체가 얼어붙을 리 없습니다. 그러나 추운 날씨에 노출되면서 발생하는 한랭질환을 비유적으로 말한 것이라면 설득력이 있습니다.

대만과 동남아시아 등 아열대 지역에선 한파가 몰아닥치면 영상의 날씨임에도 한랭질환으로 인한 사망사례가 발생합니다. 난방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집이 많기 때문입니다.

MSD 매뉴얼을 살펴봅니다. 저체온증은 신체가 운동을 통하여 신체가 생성할 수 있는 열량을 증가시키거나 불 또는 햇볕과 같은 외부 가열원이 늘어나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열을 잃을 때 발생합니다.

저체온증의 초기 증상으로는 심한 떨림과 치아 부딪힘이 있습니다. 체온이 더 떨어지면, 떠는 것을 멈춥니다. 움직임이 느리고 둔해집니다. 반응 시간이 길어집니다. 사고가 흐려집니다. 판단력에 장애가 생깁니다. 이러한 증상은 매우 천천히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저체온증이 온 사람과 함께 있는 사람을 비롯하여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넘어지거나, 헤매거나, 단순이 누워서 쉴 수 있습니다. 몸떨림이 멈추면 행동이 더욱 느려지며 혼수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심박수와 호흡수가 점점 더 느려지고 약해집니다. 심박수와 호흡수가 매우 느려지면 심장이 아주 약하게 뛰고 있을 때에도 생명의 징후가 없는 것(심박동이나 호흡 노력이 없음)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심장이 멈춥니다.

출처: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출처: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우리나라 한랭질환 피해는?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은 한랭질환에 대해 “추위가 직접 원인이 되어 인체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질환으로, 저체온증, 동상, 동창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질병청은 매년 동절기 한랭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운영합니다. 2022년 12월 1일부터 2023년 1월 28일까지 기간을 살펴보면 354명의 한랭질환자가 발생했고 11명이 한랭질환 추정 사망자로 집계됐습니다. 2021~2022 겨울철에는 한랭질환자 209명에 사망자 7명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겨울 발생한 한랭질환을 장소별로 분류해 보면, 실외가 80.8%로 압도적이었습니다. 길가(26.8%), 주거지 주변(15.5%), 산(10.7%)가 한랭질환이 많이 발생하는 장소로 나타났습니다. 술 취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가 발견되는 사례와, 등산하러 갔다가 추위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내에서도 한랭질환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체 한랭질환의 13.3%는 집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됩니다. 이는 적절한 난방이 공급되지 않는 주거 취약계층이 한랭질환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출처: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출처: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저체온증과 실내 적정 온도

이번 겨울(2022~2023년) 한랭질환 추정 사망자 가운데 10명은 저체온증으로 숨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가운데 9명은 65세 이상으로 기저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심뇌혈관질환,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는 급격한 온도변화에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는 등 증상이 악화돼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노인은 추울 때 혈관을 수축해 열 손실을 감소시키는 보상반응이 건강한 성인보다 낮아진다고 합니다. 자율신경계 기능이나 혈관의 방어기전이 떨어져 있기 때문인데요. 이런 특성 탓에 한랭질환에 더 취약하다고 합니다.

보건당국은 한랭질환은 기본적인 건강수칙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실내에선 적정 온도(18~20℃)와 적정 습도(40~60%)를 유지하고, 가벼운 실내운동과 적절한 수분섭취, 고른 영양 섭취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외출 전에는 날씨 정보를 확인하고 추운 날씨에는 가급적 야외활동을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부득이 외출할 경우에는 내복이나 얇은 옷을 겹쳐입고, 장갑 목도리 모자 마스크 등 방한 용품을 착용하고, 무리한 운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출처: WHO 홈페이지
출처: WHO 홈페이지

◈실내적정온도 어떻게 정했나

겨울철 실내 적정온도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실내 온도는 추위로부터 오는 해로운 건강 영향을 막을 수 있도록 충분히 높아야 합니다. 온대 또는 더 추운 지방의 나라들은 추운 계절에 일반인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18℃가 균형잡인 실내온도로 권고됩니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어 노인과 어린이, 만성질환자(특히 심혈관계통)들에 대해선 18℃ 이상의 온도가 필요할 수 있다고도 밝힙니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는 “가정내 노약자와 어린이는 실내온도가 22-24℃ 정도라고 해도 체온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힙니다.

난방요금이 갑자기 늘어 고민하는 집이 많습니다. 그러나 적절한 난방은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 특히 집에 노인, 어린이, 만성질환자(특히 심혈관계통)가 있다면 적절한 난방의 필요성은 더 커집니다.

적절한 난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열대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추운 날씨 탓에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나타납니다. 실제로 매년 이런 사례는 보고되고 있습니다. 건강취약 계층이면서 에너지 취약 계층인 우리 이웃을 잘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