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대의를 위해 죽으라" 안중근 모친 편지는 가짜

  • 기자명 김동문
  • 기사승인 2019.03.07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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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의 모친인 조 마리아 여사가 안 의사에게 보낸 편지가 온라인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또한 2월 14일을 발렌타인데이가 아니라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일로 지켜야 한다는 주장도 해마다 반복됩니다. 조마리아 여사가 옥중의 안의사에게 편지를 보내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당당하게 죽으라"는 말을 전했다는 주장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TV조선에 방영된 안중근 모친 편지.

이 같은 내용은 방송과 신문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수 년 전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이 내용을 경쟁하듯 방송한 적도 있습니다. MBC 예능 <무한도전>은 2013년 5월 11일 방송에서 국내유수의 아이돌그룹(샤이니,포미닛,시크릿 등)을 모아두고 우선 '헐 장학 퀴즈'라는 순서를 진행했습니다. 

MBC 무한도전에서 다룬 안중근 어머니 편지

또 2014년 밸런타인데이 즈음에는 2월 14일이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일이라는 글이 돌면서 안중근 의사 모친의 편지라는 글이 인터넷에 널리 공유되기도 했습니다. 2014년 2월 13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썰전>은 2014년 2월 13일 ‘위클리 썰레발’ 코너에서 이같은 내용을 전했습니다. 

jtbc 썰전에서 다룬 안중근 어머니 편지

또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도 2016년 3월 20일 방송에서 안중근 의사와 두 동생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 모친 조 마리아 여사를 조명하기도 했습니다.

KBS 1박2일에서 다룬 안중근 어머니 편지

1. 안의사에게 보낸 모친의 편지 찾기?

그러면 '조 마리아 여사가 안 의사에게 보낸 편지'가 진짜인지, 진짜라면 어떤 문헌에 적혀있는지 찾아보겠습니다. 아래 두 개의 편지중 어느 편지가 진짜 혹은 가짜일가요?

① 응칠(안중근 의사의 아호)아! 네가 이번에 한 일은 우리 동포 모두의 분노를 세계 앞에서 보여준 것이다. 이 분노의 불길을 계속 타오르게 하려면 고등법원에 항소하지 말고 이번에 억울하게 그냥 죽어줘야 한다. 일본 최고 지도자 이등박문을 죽인 너를 일본정부가 살려줄리 있느냐? 기왕에 죽을 거면, 항소하고 상고해서 살려고 몸부림하는 인상을 남길 필요없다. 혹시 늙은 에미를 남겨놓고 받아들인 네가 먼저 죽는 것이 동양 유교사상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망설일까봐 일러둔다.
②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 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아마도 이 편지가 이 어미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壽衣)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위의 두 종류의 편지글은 닮은 듯 다른 느낌입니다. 두 글 모두 1910년 2월 14일에 있었던 안 의사에 대한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 직후에 안 의사 모친 조 마리아 여사가 보낸 편지글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근거가 부족합니다. 당시 상황을 보도했던 신문기사를 토대로 위의 글의 진위 여부를 평가하면, 일부의 확인된 사실과 그렇지 않은 내용이 짜깁기 된 것으로 보입니다. 뒤에서 다루겠지만, 위의 인용글 중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는 내용은 1909년 12월 28일자 기사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옳은 일을 했으니 항소를 포기하고 그냥 죽으라'는 발언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안 의사 모친은 실제로 옥중의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기나 한 것일까요?

 

2. "항소를 포기하고 죽으라"는 편지 내용의 출처와 근거는?

일본인 사이토 타이켄이 쓴 <내 마음의 안중근> 일본어판 표지.
2010년 2월 14일 여순 관동도독부 지방법원 법정 공판에서 안중근에 대한 사형이 선고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조마리아는 정근과 공근 두 아들을 급히 여순으로 보내 “네가 공소를 한다면 그것은 목숨을 구걸하고 마는 것이 되고 만다. 네가 국가를 위하여 이에 이르렀은즉 죽는 것이 영광이다”는 내용의 의사를 아들 안중근에게 전했다. 
어머니로서 자식의 죽음을 비통히 여기지 않을 자가 없겠지만, 조마리아는 장남인 안중근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인상을 주지 말고 오히려 깨끗한 죽음을 선택할 것을 바랐던 것은 아들의 행동이 분명 국가를 위한 의거였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며 일본을 향한 참을 수 없는 분노의 표출이었을 것이다.
논문 <조마리아의 생애와 여성리더십> 74-75쪽 중

오일환 의병정신선양회 회장(전 보훈교육원장)은 그의 논문인 <조마리아의 생애와 여성리더십>(『민족사상』 제7권 제4호)에서, 사이토 타이켄이 쓴 『내 마음의 안중근』(서울: 집사재, 2002)의 207~208쪽을 인용해 위와 같이 언급하였습니다.

성신여대 사학과 박용옥 교수는 <안중근 의사 어머니 조마리아의 항일 구국적 생애>라는 논문(『한국여성독립운동가』, 국학자료원, 2018) 445쪽에서 역시 사이토 타이켄의 『내 마음의 안중근』이라는 책에서 이 같은 내용을 인용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네가 공소를 한다면 그것은 목숨을 구걸하고 마는 것이 된다. 네가 국가를 위하여 이에 이르렀은즉 죽는 것이 영광이나, 모자가 이 세상에서는 다시 상봉치 못하겠으니 그 심정을 어떻다 말할 수 있으리 ... 천주님께 기원할 따름이다“  
- 사이토 타이켄, 『내 마음의 안중근』 p.207 중

즉, 조 마리아 편지의 저 발언은 책 『내 마음의 안중근』이 출처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 다이린지(大林寺) 주지스님인 사이토 다이켄(齋藤泰彦)입니다. 그는 1994년 1월에 내 마음의 안중근(『わが心の安重根: 千葉十七・合掌の生涯』, 斎藤泰彦, 五月書房)을 펴냈습니다. 이 책에 담긴 위와 같은 내용은 1910년 3월 안중근 의사 순국(31세) 당시 감방 담당 간수였던 당시 25세였던 헌병 치바 도시치(千葉十七)의 전언을 담은 것입니다. 지바 도시치(千葉十七)는 안 의사의 모친 조 마리아 여사가 안의사에게 보낸 이같은 편지 내용에 감동받았고, 자신의 일기장에 이 같은 내용을 기록해 두었던 것이라는 말이 돌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와 관련한 자료는 전혀 없습니다. 단지 사이토 다이켄 주지의 책에서만 존재할 뿐입니다. 지바 도시치가 말했다고 들었다는 사이토 다이켄 주지의 말이 유일한 자료인 셈입니다.

게다가 여기에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이 책의 일본어판(원문)과 한국어판(번역본) 사이에 관련 내용에 적잖은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어판(p.214)에 담긴 내용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내 마음의 안중근> 일본어판과 한국어판 나오는 조마리아 여사 편지 내용 부분. 번역이 상당히 다르다.
"공소라든가 하지말고, 바로 복역하는 거예요. 그대는 한국인으로서 조국을 위해서 의거를 행한 것이기에, 공소를 하면 생명은 길어지게 되지만 큰 수치가 됩니다. 만약 그대가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이 불효라고 생각해서 공소하려한다면, 이 어미의 교육은 대체 뭐였는가 라고 웃음거리가 될거요."
- 일본어판 『내 마음의 안중근』 p.214

반면 아래 한국어판은 일본어판과 비슷하지만 원본에 없던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 한다면 이 어미는 조소거리가 된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한국인 전체의 분노를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공소를 한다면 그것은 목숨을 구걸하고 마는 것이 된다. 네가 국가를 위하여 이에 이르렀은즉 죽는 것이 영광이나, 모자가 이 세상에서는 다시 상봉치 못하겠으니 그 심정을 어떻다 말할 수 있으리 ... 천주님께 기원할 따름이다"
- 한국어판 『내 마음의 안중근』 p.207

일본어판과 한국어 번역판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는 작지 않습니다. 원문에 없는 "네가 국가를 위하여 이에 이르렀은즉 죽는 것이 영광이나, 모자가 이 세상에서는 다시 상봉치 못하겠으니 그 심정을 어떻다 말할 수 있으리...천주님께 기원할 따름이다"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한 것은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래와 같은 내용은 더더욱 가공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주장(위에 보여준 ①번 편지)의 1차 출처나 작성자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①응칠(안중근 의사의 아호)아! 네가 이번에 한 일은 우리 동포 모두의 분노를 세계 앞에서 보여준 것이다. 이 분노의 불길을 계속 타오르게 하려면 고등법원에 항소하지 말고 이번에 억울하게 그냥 죽어줘야 한다. 일본 최고 지도자 이등박문을 죽인 너를 일본정부가 살려줄리있느냐? 기왕에 죽을 거면 항소하고, 상고해서 살려고 몸부림하는 인상을 남길 필요없다. 혹시 늙은 에미를 남겨놓고 받아들인 네가 먼저 죽는 것이 동양 유교사상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망설일까봐 일러둔다.

 

​​​3. 안중근 의사 모친의 전언 평가를 위한 기록 검토

안중근과 두 형제와의 대화, 그리고 두 형제를 통해 전해진 안중근 의사 모친의 전언이 담긴 자료는 아래와 같은 신문 보도가 자료로서의 의미가 있습니다. 황성신문(皇城新聞), 대한매일신문(大韓每日申報) 등의 보도 내용입니다. 두 매체가 그나마 안중근 의사의 체포 과정에서 공판 내용 등을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관련 보도에서 이 같은 내용에 부합하는 것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안 의사 동생 등의 면회 관련 기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안 의사의 동생 안명근씨가 뤼순에 2월 13일에 도착했다는 아래와 같은 두 매체의 2월 16일자 기사를 통해 볼 때, 위의 논문에서 주장하는 "안중근에 대한 사형이 선고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조마리아는 정근과 공근 두 아들을 급히 여순으로 보냈다"는 내용은 다소 사실과 거리가 있습니다. 

安氏到着  ◎安重根氏의 從兄明根氏는 昨日 旅順에 到着하엿다더라 
- 대한매일신보(大韓每日申報(국한문), 1910.02.16

 

安明根의 着旅 ◎安重根을 面會하기로 渡旅한 安重根의 從弟安明根氏는 昨十三日에 旅順에 到着하얏다더라. 
- 황성신문(皇城新聞, 1910.02.16)

한국여성항일운동사를 연구한 박용옥 전 성신여대 명예교수는, <안중근 의사 어머니 조마리아의 항일 구국적 생애> 445쪽에서 아래와 같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당시 이 광경을 취재하던 대한매일신보 기자는 안중근 간장으로도 심사를 억제치 못하여 표연히 상기되며 조금 있다가 억지로 3인이 정온(靜穩)한 상태를 회복하고 막내 동생이 먼저 어머니가 보낸 십자가를 받들어 형의 머리 위에 놓고 어머니의 말씀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고 보도했다.”

그렇지만 안중근과 두 형제의 대면을 보도한 두 매체 기사 내용을 비교하면, 대한매일신문(1909년 12월 29일자) 보도는 황성신문(1909년 12월 28일자)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보입니다. 

兄弟對面            : 安重根의 弟 安恭根 安定根 兩氏가 旅順에 渡去하엿다 함은 旣報하엿거니와 獄裏의 安重根은 兩弟의 來到함을 聞하고 平凡한 言詞로(졔가, 나를, 보랴하면, 뵈이기는, 하려니와, 나는 決코, 보고십지, 아니하다)하더니 及其監吏의 許可를 得하야 對面함에 至하야는 安恭根氏가 先히 失聲哭泣함을 見하고 以若安重根의 肝腸으로도 心思를 抑制치 못하야 삽然히 上氣되여 顔色에 現하더니 少頃에 三人이 强히 靜穩狀態를 回復하야 二弟가 母氏의 傳言을 述하매 安重根은 答辭를 陳하고 其後二弟가 安重根妻子帶歸함 事에 就하야 意見을 問한대 安重根은 冷然히 答하야 曰區區한 妻子는 汝等이 從便處理하라 하엿다더라 
- 대한매일신보(大韓每日申報), 1909.12.29

 

安犯兄弟對面 : 安重根의 弟 安恭根 安定根 兩氏가 旅順에 渡去하얏다 함은 旣報하얏거니와 獄裡의 安重根은 兩弟의 來到함을 聞하고 平凡한 言詞로 「졔가, 나를, 보랴 하면, 뵈이기는, 하려니와, 나는 決코, 보고십지, 아니하다」하더니 及其監吏의 許可를 得하야 對面함에 至하야는 安恭根氏가 先히 失聲哭泣함을 見하고 以若安重根의 肝腸으로도 心思를 抑制치 못하야 颯然히 士氣되며 顔色에 現하더니 少頃에 三人이 强히 靜穩狀態를 回復하야 二弟가 爲先母의 所寄하는 十字架를 奉하야 兄의 頭上에 置하고 母의 傳言을 述하야 曰 「母는 現世에셔 汝와 再會하기를 期望치 아니하노니 汝는 今後에 神妙하게 刑에 就하야 速히 現世의 罪惡을 洗한 後 來世에는 반다시 善良한 天父의 子가 되여 再히 出世하여라, 汝가 受刑할 際에는 神父(洗禮를 授한 外國宣敎師, 가 汝를 爲하야 特히 遠路에 跋涉하야 汝의 代身으로 懺悔를 捧할 터이니 汝는 其時에 神父의 手下에셔 敎式에 依하야 從容히 現世를 去하여라 「함에 安重根은 「盟誓코 敎式에 依하야 信徒의 資格과 臣子의 道理에 醜態를 現치 아니하고 最後를 遂할 터이니 我母主는 安心하옵소셔 」 答辭를 陳하고 其後에 二弟가 嫂氏의 母子를 帶歸할 事에 對하야 意見을 問하되 安重根은 冷然히 「區區한 妻子는 汝等이 從便處理하라 答하얏다고 大阪每日報에 揭하얏더라 
- 황성신문(皇城新聞) 1909.12.28

박 교수는 대한매일신문 기자가 현장 취재를 한 것으로 언급하고 있지만. 대한매일신문이 아닌 황성신문에 담겨 있는 기사가 먼저입니다. 그 이유는 보도 일자가 하루 늦은 점과 보도한 내용이 황성신문 내용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황성신문 1909년 12월 28일자

또한 황성신문은 관련 기사 말미에 "答하얏다고 大阪每日報에 揭하얏더라 "며 대한매일신문 보도를 인용하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박 교수는 그의 논문에서 아래와 같이 신문기사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어미는 현제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망치 아니하노니 너는 금후에 신묘하게 형에 나아가 속히 현세의 죄악을 씻은 후 내세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다시 세상에 나오라. 네가 형을 받을 때에는 신부가(세례받은 외국선교사)가 너를 위하여 원로(遠路)에 발섭(跋涉)하여 너의 대신으로 참회를 받들터이니 너는 그 때 신부의 수하에서 교식에 의하여 종용히 거하여라.”

 

황성신문에 등장한 안중근. 1909년 12월 28일자

황성신문에 실려 있는 기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박 교수가 인용한 위의 내용과 아주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母(어미)는 現世(현세)에서 너와 再會(재회)하기를 期望(기망)치 아니하노니 너는 今後(금후)에 神妙(신묘)하게 刑(형)에 나아가 속히 현세의 죄악을 씻은 후 내세에는 반드시 선량한 天父(천부)의 子(아들)가 되어 다시 세상에 나오라. 네가 형을 받을 때에는 神父(신부)(세례를 준 외국선교사)가 너를 위하여 특별히 遠路(원로)에 발섭(跋涉)하여 너의 代身(대신)으로 懺悔(참회)를 奉할터이니, 너는 其時(그때)에 神父(신부)의 手下(수하)에서 敎式(교식)에 의하여 從容(종용)히 現世(현세)를 떠나거라.”

 

4. 안중근 의사 모친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는 존재했나?

그렇다면 안중근 의사가 그의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에게 전해 받았다는 "대의를 의해 죽으라" 는 편지는 사실일까요? 이 편지 내용이 실제 기록으로 남겨진 것은 없습니다. 아니 편지가 실재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위에서 인용한 황성신문(1909년 12월 28일자) 보도나, 아래와 같은 대한매일신보(1910년 2월 18일자) 보도 등은 이와 같은 추론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1910년 2월 18일자 대한매일
公判後의 安氏 : 日本辯士水野가 旅順監獄에셔 安重根氏를 訪問하고 控訴與否를 問한즉 安氏는 曰余가 裁判은 不服하나 控訴를 行함은 生命을 顧하는 듯한 故로 熟考한 後에 決心코져 하노라 하엿다 하며 水野가 安氏의 母親이 安더러 家門에 名을 勿汚하라 는 事가 新聞에 揭載되엿다고 傳言하엿다더라 
- 대한매일신보(大韓每日申報), 1910.02.18

온라인과 일상에서 회람되는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는, 일본인 사이토 타이켄 주지스님을 통해 유일하게 전해지는 구설(口說)일 뿐입니다. 그것도 한국어판 번역문의 내용이 일본어판과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게다가 익명의 글쓴이를 통해 더욱 가공된 내용으로 회람되고 있는 내용은 일부의 사실에 허구를 뒤섞은 거짓입니다.

* 이 기사는 필자 김동문 팩트체커가 운영하는 드림투게더에도 같이 올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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