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유총 '해체'는 위헌" 주장은 사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03.0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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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도입에 반발하며 개학 연기와 폐원 예고 등으로 맞섰던 사립유치원 사태가 한유총의 ‘개학연기 철회’로 일단락 됐다. 대체로 한유총의 ‘백기 투항’이라는 평이지만, 이 과정에서 서울시교육청의 ‘한유총 강제 해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의 여명 서울시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조희연 교육감의 한유총 해체 단행은 전체주의적 발상”, “한유총 해체 결정이야 말로 위헌적”이라고 주장하고 나서기도 했다. 정말 '위헌적 해체'인지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SBS 방송화면 갈무리

‘당장 해산’이 아닌 사단법인 설립허가 취소가 진행 중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5일 “유치원 개학연기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만큼 한유총 설립허가를 취소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유총은 서울시교육청의 허가를 받아 설립된 사단법인이기 때문에 설립허가 취소 권한도 서울시교육청에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설립허가 취소의 원인이 되는 사실 행위는 두 가지로, 목적 이외의 사업 수행 및 공익을 해치는 행위이다.

구체적으로는 당국의 철회요청에도 불구하고 개학연기를 강행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유아학습권을 침해한 것,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고자 집단휴·폐원 추진을 반복한 것과 집단으로 유치원 온라인입학관리스템인 ‘처음학교로’를 사용 거부한 것, 회원끼리 담합해 공시를 부실하게 한 것도 공익을 해하는 행위로 봤다.

또 지난 해 12월 실태조사 결과 한유총이 특별회비를 모금하고 이를 가지고 대규모 집회 등 ‘사적이익을 위해 학부모를 동원하고 공공에 피해를 주는 사업’을 매년 벌인 것은 ‘정관상 목적 외 사업’을 벌인 것으로 해석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러한 행위가 「민법」 제38조에 명시된 설립허가 취소 요건에 해당된다고 보고 「행정절차법」에서 정한 절차에 의하여 설립허가 취소 절차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통지-청문회-결정 순...한유총 행정소송 가능

사단법인 설립 취소 절차는 사전 통지가 첫 단계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한유총에 설립허가 취소 예고통지서를 통보했다. 다음단계는 청문회다. 청문에는 교육청과 한유총, 양측과 이해관계가 없는 행정학·법학 관련 교수,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이 참여하게 된다. 이 자리에서 한유총은 방어에 나설 수 있다. 한유총은 개학일을 결정하는 것은 유치원 원장 자율이기 때문에 개학 연기는 ‘준법투쟁’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 과정에서 한유총의 방어논리가 인정되지 않고 설립허가 취소가 결정되면 서울시교육청은 행정심판·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내용의 구제 절차를 통지한다. 한유총이 마지막 단계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두 단체 간의 공방이 길어질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설립이 취소되면 한유총은 사단법인 지위를 잃고 법적인 책임이나 구속력이 없는 사적 모임 혹은 단체로 남게 된다. 지금과 같은 단체행동에 특별한 제약은 없지만 교육단체로서의 대표성은 사라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다른 단체 소속을 원하는 회원들의 탈퇴로 규모가 작아지거나 공중분해 될 수도 있다. 기존 회원들을 유지한 채 새로운 사단법인을 추진할 수도 있지만 시교육청의 허가가 쉽게 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종 취소되면 사단법인 지위 상실...단체는 유지 가능

한유총은 1995년 설립된 국내 최대 사립유치원 단체로 현재 국내 사립유치원(3875곳)의 85%에 해당하는 3318곳의 사립유치원이 소속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유아교육과 관련해 정부당국의 정책파트너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새로 설립된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나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

전성하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정책위원은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유총은 사단법인의 해체와 아무 상관없다. 한유총 자체가 회원들이 모여 만들어진 각 지회별, 지방별로 연합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사단법인이 인가 취소된다고 해서 그 회원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냥 지회들이 모여서 비영리 법인을 만들 수도 있는 거고 그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 사단법인 인가 취소에 대해 법적으로 따져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생규 한유총 상근고문변호사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교육청은 한유총의 개학연기 투쟁이 유아의 수학권을 침해했으며 이것이 공익을 해한 것이라고 해석했지만, 과연 한유총의 개학연기 투쟁이 유아의 수학권을 얼마나 침해했는가는 분명치 않다”며, “반면 한유총에 대한 정부의 재산권 및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는 분명해 보인다. 청문회 과정에서 이를 다퉈볼 수 있을 것이며, 청문회에서 해결이 안 된다면 법원 행정소송으로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리하면 서울시교육청은 관련법에 따라 한유총의 법인자격 취소를 추진 중이고 한유총 역시 법률에 따른 대응책을 준비 중이다. 청문 과정을 통해서 한 번의 공방이 예정되어 있고, 결과에 따라 법적인 소송도 진행될 수 있다. 자유한국당 여명 서울시 의원의 ‘전체주의적’, ‘위헌적’이라는 발언은 섣부르고 지나친 비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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