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기회 놓치고 택시 기득권 강화한 '카풀 대타협'

  • 기자명 최형욱
  • 기사승인 2019.03.19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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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란 곳에서 발표한 카풀에 관한 합의를 두고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개인택시운송조합은 다음 날 졸속합의를 거부한다고 기자회견을 열었고 며칠 뒤 카풀 스타트업 3사의 대표들이 모여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영역에서의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며 역시 사회적 대타협의 무효를 선언했다. 게다가 정작 중요 당사자인 승객의 의견이 대변되지 못했다는 비판글들이 소셜미디어에 넘쳐났다.  

합의의 핵심은 현행 출퇴근시간에 2회로 허용되어 있는 카풀을 평일 오전 7시-9시, 오후 6시-8시로 한정지어 허용하자는 것과 플랫폼기술을 택시에 도입하여 택시산업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내용이다. 기술의 발전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로 출퇴근시간이 다변화되고 있는 시기에 산업화시대의 출퇴근시간으로 카풀의 운행시간을 제약하며 시민들의 선택권과 자유를 박탈한다는 비판이 불가피한 합의문이다. 각각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도, 택시기사들의 사정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필자 역시 모빌리티 시장의 반혁신적인 합의에는 매우 비판적인 입장이다. 그런데 '사회적 대타협’에는 몇 가지 논란과 모순, 그리고 본질에 대한 중요한 논의가 빠져있다.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카풀 대타협 직후. KBS 화면 캡처

①합의 당사자 불균형

→택시측 우세해 합의 자체가 불공정

합의체는 택시단체 4곳, 카카오모빌리티, 국회카풀TF, 국토부담당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중재와 정책의 역할을 제외하면 택시단체 4곳과 카카오모빌리티의 합의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실제 카풀을 주력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풀러스를 비롯한 카풀업계의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과 택시측이 우세한 규모로 참여한 합의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합의에 참여한 택시단체들의 면면을 보면 1954년 전국자동차운송사업조합연합회로 출범하여 1983년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로 이름을 바꾼 택시회사들의 전국 최대 규모 협회, 그리고 그 곳에서 1983년 분리해나와 16만4천명의 개인택시사업자를 대표하는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두 곳이 있고, 1988년 한노총소속으로 결성된 택시기사들의 노동조합인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그리고 1997년 복수노조설립이 허용되면서 분리되어 나온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이렇게 4곳이다. 이 들 단체들의 산하에는 다수의 지역별 지부와 별도 단체들이 있어 택시의 이익단체들은 다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개인택시운송조합이 반대성명을 낸 것을 보면 이 안에도 첨예한 이해다툼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②'규제혁신형 플랫폼택시'의 모순

→카풀이 아닌 택시기득권의 강화

카카오모빌리티가 제안했다고 하는 ‘규제혁신형 플랫폼택시’가 또 하나의 골자인데 발표내용 어디를 찾아봐도 그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카풀이라 함은 일정 목적지로 홀로 또는 비어가는 일반자동차의 빈자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같은 방향 또는 유사한 목적지에 가는 사람을 함께 태우고 가면서 비용을 분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별히 출퇴근시간일 필요는 없으나 주기적인 사용패턴이 아무래도 출퇴근이다 보니 출퇴근 카풀이 가장 큰 효용을 가진 니즈임에는 틀림없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연결의 중심이 된 사람들이 사용하는 위치기반 앱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태울 수 있는 차량과 탈 사람의 연결이 용이해 졌기 때문인데 이것은 우버도, 카카오택시도, 타다도 동일하다. 

약간의 억지를 부린다면 사실 택시는 예전에 이미 카풀을 운영한 적이 있고, 당시에는 합승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 불법이 되었고 이제는 사라졌지만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라는 단어를 듣고 난 합승의 부활이라 생각했다. ‘규제 혁신형’이란 합승을 합법화 하겠다는 의미로, 플랫폼은 같은 목적지와 동선을 연결해주는 앱의 등장을, 택시란 결국 이걸 택시가 하겠다는 의미로 이해되었다. 일본에서도 카풀이 불법인 대신 택시합승앱을 이용한 합승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올림픽을 앞두고 비싼 택시의 비용을 분담하여 저렴한 이동수단을 제공하겠다는 것인데, 일본의 택시는 서비스도 좋고 친절한데 비싼 운임이 문제라고 하니 말이 된다. 

카카오모빌리티 정주환대표의 인터뷰를 보면 택시산업에 규제를 완화하여 다양한 차량을 이용하거나, 현재 운전기사가 없어 활용이 어려운 법인택시들의 유휴 면허 40%를 활용하고 자체 택시브랜드 허용이나 여객이외의 물류까지 포함하는 다양한 혁신을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규제혁신형 플랫폼택시는 카풀이라는 이슈에 대한 직접적인 제안은 아닌 것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자가용 카풀의 효율성과 환경에 대한 이슈를 풀기보다는 이해관계의 상충을 회피하는 선택이라 볼 수 있다.

 

③새로운 시대적 요구의 부재

→한국 제외한 해외 서비스는 기술과 데이터 축적 중

2013년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연결을 기반으로 한 공유경제시대로의 대응이 불가피하다 판단한 미국 캘리포니아 공공시설 위원회 CPUC(California Public Utility Commission)에서 운송서비스네트워크회사 TNC(Transportation Network Company)의 지위를 인정하는 장치를 마련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운송서비스네트워크회사가 모바일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는 우버, 그랩, 카풀 등 운송서비스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제안하는 플랫폼택시가 바로 택시를 기반으로 한 TNC라 볼 수 있으나 그것을 택시에 국한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다.   

Uber는 Uberpool을, Waze는 Waze Carpool을 통해 TNC의 대상을 카풀로 확장하여 플랫폼 서비스를 하고 있고 프랑스를 기반으로 한 BlaBlaCar가 유럽에서 활발하게 카풀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는 Via, Scoop, Carma, Zimride, Duet, Turo등 조금씩 다른 버티컬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카풀서비스들이 시도되고 있다. 이렇게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준비하는 도시나 기업들은 지금도 기술과 데이터를 축적하며 곧 다가 올 커다란 기회를 향해 달려나가고 있다. 

여전히 갈등과 이슈가 많지만 변화를 인지한 정부와 도시들이 이러한 시대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중재와 실험을 지원하고 있는데 일본 국토교통성의 경우 '승객이 자발적으로 낸 사례금을 유상운송으로 보지않는다'는 새로운 유권해석을 인정함으로써 일본 스타트업 Azit의 ‘Crewcrew’라는 카풀서비스가 본격적으로 가능하게 되었고, 핀란드, 이집트, 브라질등에서 법안개정이나 서비스허용이 줄을 잇고 있다.     

 

④틀 안에서의 존속적 혁신 시도

→혁신 반대한 택시업계 조용히 모빌리티 서비스 진입

더 앞서 2009년 11월 국토부에서 일본의 MK택시와 같은 사례를 기반으로 택시업계 경쟁력강화를 위해 ‘운송가맹사업자제도’를 마련했다. 4000대이상의 택시를 가맹하여 새로운 부가서비스를 만들고 요금을 과금할 수 있는 제도인데 최근 들어서야 가시적인 시도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타고솔루션즈가 50여곳의 법인택시 회사로부터 4500여대의 택시를 가맹받아 우버택시와 유사한 목적지 미공개 자동배차 서비스 ‘웨이고블루’와 여성승객 전용으로 여성기사가 운전하는 ‘웨이고레이디’ 서비스를 런칭한다. 고객들의 니즈인 승차거부, 택시기사와의 스트레스, 안전, 불쾌한 택시환경을 개선하고 기사들은 월급제로 전환하여 현재 택시업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정면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카풀을 반대하는 택시단체 세 곳도 뒤로는 이 시류를 타기 위해 T머니의 한국스마트카드가 대주주인 KST모빌리티와 함께 15%의 지분투자를 통해 티원모빌리티를 설립하고 카카오택시와 유사한 ‘코코택시'서비스를 런칭하여 운영하고 있다. KST모빌리티는 한 발 더 나아가 프리미엄 택시 브랜드인 '마카롱 택시'를 런칭하고 하나모범택시와 인터내셔널 택시를 제휴 또는 인수하여 모빌리티 분야에 진출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급택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사 아카데미와 데이터 분석 자회사까지 만들면서 '도광양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울시 개인택시 운전자들은 카풀 대타협을 인정하지 않는다. KBS 화면 캡처

⑤ 사회적 비용 증가

→모빌리티 혁신 기회 놓치고 기득권 강화 '소탐대실'

승객의 입장에서 택시보다 카풀이나 타다같은 서비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가격이 더 싸다 볼 수 없기에 기대하는 서비스의 품질과 편리함이 기존 택시보다 만족스러우면 그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이를 선택하고 싶기 때문이다. 문제는 택시에게 이러한 품질과 서비스마인드를 기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법인 택시들은 사납금이라는 생존조건을 채우기 위해 승차거부, 과속, 골라태우기를 선택하고 있고 서비스가 좋다고 고객이 다시 내 택시를 찾거나 선택할 수 없는 택시의 특성상 모든 승객을 뜨내기 손님이라 치부하기 때문이다. 사납금이 없는 개인택시의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면허를 가지기 까지 특별한 노력과 비용이 소요된터라 택시는 재산과도 같은 대상이며, 카풀은 이들에게 재산권침해와도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월급제실시나 면허에 대한 다양한 협의를 하고 있으나 그 실현은 쉽지 않다. 

여전히 택시회사들은 월급제에 비관적이며 자신들의 직접적인 이익과 관계되어 합의안에도 '근로시간에 부합하는 월급제'란 단서를 붙여놓고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논의하지 않은 상태이다. 차후 정부의 지원금을 요구할 수도 있고 최저임금제에 해당하는 월급정도를 제안할 수도 있다. 택시기사들이 월급제를 실시하면 제대로 근무하지 않고 쉬다가 또는 대충대충하며 월급만 가져갈거라는 부정적인 여론도 있는데 진짜 기사들의 속마음인지 택시회사들이 조작한 편향적 여론인지는 확실치 않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더 편리한가?, 더 저렴한가?, 더 재미(의미)있는가?’ 이 세 가지 이유 중 하나 이상이 만족되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한다. 현재 카풀과 차량공유서비스는 일단 더 편리하기 때문에 선택을 받는 것이다. 택시가 그 편리함의 니즈를 만족시키려는 노력을 등한시 한 채 여전히 '카풀의 고객 = 택시의 고객'이라는 확증편향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한 카풀과의 갈등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합의는 네트워크효과를 통한 효율의 증가와 자생적이며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모빌리티 서비스는 싹을 자르고 원래의 기득권을 가진 택시가 또 하나의 이익을 행사하겠다는 결정이다. 승객을 대하는 서비스의 질을 높일 필요도, 선택의 자유도 사라진 셈이다. 지금 누군가는 이익을 지켰다고 웃고 있을 지 모르지만 1850년대 영국의 적기조례처럼 소탐대실의 선택을 답습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안타깝다.

 

최형욱 팩트체커는 미래전략 싱크탱크 퓨처디자이너스의 대표다. 미국 USC에서 전자공학 및 컴퓨터 네트워크를 공부한 뒤 삼성전자에서 10년간 신기술을 연구했다. 이후 사물인터넷 플랫폼 기업 매직에코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혁신기획사 라이프스퀘어 대표로 재직중이며 아시아네트워크를 공동설립하는 등 국내외 미디어·기술 생태계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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