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홈페이지 트래픽 20%는 러시아에서 왔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05.0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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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해산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인원이 140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다 참여 기록을 세웠다. 청원 8일 만에 이뤄진 기록이라, 국민청원의 실효 등에 대한 논란이 소셜미디어를 달구는 가운데 이번에는 청원참여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바른미래당 소속의 이준석 최고위원은 4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밀러웹이란 사이트를 링크하며, 조작설에 불을 지폈다. 이 위원은 "3월 통계만으로도 청와대 사이트의 13.77%는 베트남 트래픽이고 그 전달에 비해 2159% 증가한 상황"이라며 "4월에는 어떤 사이버 혈맹국이 우리나라의 청와대와 국민청원에 관심이 많아졌을지 (4월 통계를 봐야겠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이 직접 청와대 국민청원이 조작됐다고 말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조작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후 이 위원의 페이스북은 국민청원 조작의 근거라며 인터넷에 널리 공유됐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하며 청원 조작을 주장했다.

비슷한 때 <국제신문>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조작 정황 포착… 접속 트래픽 14%가 베트남?’이란 제목의 기사(현재는 ‘3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접속 트래픽 14%가 베트남’으로 제목이 바뀌었다)에서 청원 참여가 조작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접속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베트남 접속자가 전체의 14%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의혹을 제기하기 전에 팩트체크를 해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발표해야 한다. 이준석과 자유한국당이 근거로 제시한 시밀러웹은 얼마나 신뢰할 만한가. 뉴스톱이 직접 확인했다. 
 

자유한국당 20%는 러시아에서...연합뉴스는 페루에서 접속 많아

이준석 위원이 제시한 시밀러웹 사이트를 보면, 베트남에서의 접속이 증가한 시기는 3월이다. ‘March 2019 Overview’라는 설명이 상단좌측에 나타나 있다. ‘자유한국당 해산’ 국민청원은 4월 22일에 시작됐다. 시기적으로는 전혀 맞지 않아 해당 청원의 조작 근거는 될 수 없다. 그리고 사이트에서 보여주는 트래픽은 청와대 청원 사이트만이 아닌 청와대 홈페이지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국가별 순위는 모바일을 뺀 데스크탑컴퓨터 접속만 집계 된다.

뉴스톱은 시밀러웹 사이트에서 추천하는 경쟁 혹은 유사한 사이트를 확인했다. 한겨레, 연합뉴스, 중앙일보, 머니투데이, 부산일보, 국민일보, 에펨코리아, 위키피디아, 오마이뉴스, 다음뉴스 등의 8개 사이트로 부산일보는 데이터가 부족해 집계가 되지 않았다. 나머지 7곳 가운데 한 곳을 제외하고 접속국가 순위는 대체로 비슷했다. 6곳 모두 1위는 한국, 2위는 미국이었고 3위는 캐나다, 베트남, 일본 등이었다. 한국과의 연관성을 감안하면 대체로 수긍이 가는 국가들이다.

 

시밀러웹 사이트 갈무리

그런데 연합뉴스는 특이하게 해당 기간 접속국가가 한국이 28.45%, 페루 17.74%, 일본 13.06%로 나타났다. 케이팝과 관련된 유입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청와대 청원 베트남 조작설이 인정된다면 '연합뉴스 페루조작설'도 가능해진다.

더 특이한 것도 찾을 수 있다.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유입 사이트 순위를 보면 1위가 클리앙 62.01%인데 2위는 20.28%를 기록한 ‘러시아 위키피디아’다.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유입의 20% 이상이 러시아에서 온다는 것이다. *분석은 적은 샘플을 근거로 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청원 베트남 조작설을 받아들인다면 자유한국당 러시아 커넥션 의혹도 제기할 수 있다.

시밀러웹 사이트 캡처.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유입의 20%는 러시아라고 표시되어 있다.

 

외부 웹분석 데이터는 참고용에 불과

논란이 되고 있는 시밀러웹(https://www.similarweb.com)은 비즈니스용 웹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이다.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미국 아마존닷컴의 자회사인 알렉사도 있다. 두 사이트 모두 전 세계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지만 해당 사이트의 모든 트래픽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선정된 패널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샘플링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측정사에서 제공하는 웹사이트 트래픽 모니터링 도구를 설치한 컴퓨터에서 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에, 그나마 주요 무대인 미국 등의 해외 서비스의 경우 순위가 어느 정도 일치 하지만, 국내 사이트 순위와 분석의 경우 오차가 있는 편이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근거자료보다는 참고용 자료로 주로 활용된다. 명확한 경로를 파악할 수 없는 사이트 유입이 전 세계에서 약 69%에 이르기 때문에 현존하는 트래픽 분석은 대부분 반쪽짜리라는 주장도 있다.

비교를 위해 알렉사와 시밀러웹에서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이 진행된 4월의 청와대 홈페이지 유입국가순위를 확인했다. 알렉사는 한국 93.7%, 중국 1.8%, 미국 1.3%, 일본 1.1%였고, 시밀러웹은 한국 76.2%, 미국 10.24%, 베트남 0.97%였다. 두 사이트의 분석은 전혀 유사하지 않았다.


청와대 의혹제기에 직접 해명글 올려

최근 사이트 분석에 가장 많이 쓰이는 툴은 ‘구글 애널리틱스’와 네이버 애널리틱스’다. 사이트에 직접 관련 코드를 넣어서 통계를 집계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사이트의 운영자만 관련정보를 열람할 수 있지만 전수조사에 가까운 가장 정확한 분석을 제공한다. 이준석 위원도 게시글에 “알렉사나 여러 가지 방식의 사이트 통계는 오차범위가 크지만 그렇다면 청와대 측에서 그 신빙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로그데이터 통계를 제공하면 된다”고 적었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도 국민청원사이트 공지를 통해 해명했다. 구글 애널리틱스 집계 결과, 국민청원 방문자가 급증한 4월 29일 기준 청와대 홈페이지 방문을 지역별로 분류한 결과, 97%가 국내에서 이뤄졌고, 미국 0.82%, 일본 0.53%, 베트남 0.17% 순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또, 3월 전체 청와대 홈페이지 방문 국내 비중도 90.37%였으며 베트남은 3.55%, 미국 1.54% 순이었는데, 베트남에서 접속한 트래픽은 대부분 3월 14~15일 이틀간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베트남 언론 최소 3개 매체에서 3월 14일 가수 승리의 스캔들, 장자연 사건 등을 보도했고, 청와대 청원 링크를 연결해 소개했으며, 3월 베트남에서 청와대 홈페이지로 유입된 전체 트래픽의 89.83%는 장자연씨 관련 청원이라고 덧붙였다.

알렉사 홈페이지 갈무리

 

다계정ㆍ가계정의 경우도 청원 참여 가능

일부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근거로 든 점은 여러차례 청원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청와대 청원사이트에는 네이버, 카카오, 페이스북, 트위터 계정으로 로그인이 가능해 이론적으로 한 사람이 4회까지 서명이 가능하고, 추가 계정이나 가계정을 생성하는 경우 더 많은 횟수의 참여도 가능하다.

나경원 원내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공교롭게도 청와대 국민청원 조작 방법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페이스북 페이지 댓글에서 찾을 수 있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에 대응해 생긴 ‘더불어민주당 해산청구’청원에 참여를 호소하며, 다수 계정을 만들어 로그인아웃을 반복하면 8회까지 참여가 가능하다고 댓글을 달았다. 현재 이 댓글은 삭제된 상태다.

 

* 5.1 13:48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독자의 지적에 따라 9번째 문단에 "분석은 적은 샘플을 근거로 하고 있다. 하지만"이라는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뉴스톱>은 기사 수정에 있어서 IFCN(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의 규정을 준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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