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 홍보비' 12배 차이...믿을 수 없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 기자명 최승섭
  • 기사승인 2019.05.16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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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부터 LH공사 등 공기업이 분양하는 아파트와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민간아파트들의 분양원가 공개가 기존 12개 항목에서 62개 항목으로 대폭 늘어났다. 분양원가 공개는 2006년 9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공공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선언이후 참여정부에서 제도화됐다.

 

2007년 2월 주택법 개정과 함께 61개 항목(공공주택)의 분양원가가 공개됐지만 2012년 3월 이명박 정부가 12개 항목으로 축소(공공주택)했고, 박근혜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를 폐지, 민간주택의 분양원가 공개는 사라졌다. 이후 문재인정부에서 김현미 장관이 처음 확대 의지를 밝힌지 2년 만에 62개 항목으로 다시 늘어났다.

 

상세한 분양원가 공개는 분양가 검증으로 분양가 거품을 막고, 아파트를 짓기도 전에 수억원의 분양대금을 지불해야 하는 선분양제에서 소비자들의 선택권과 알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분양원가 공개 확대로 공급이 줄어들고,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도 일부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이미 필자가 팩트체크한 바 있고, 이번에는 분양원가 공개 확대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분양원가 공개 항목 확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그림1> 분양원가 공개 항목 확대 전후 비교. 자료: 국토교통부

 

기존 토목, 건축, 기계설비, 그 밖의 공종, 그밖의 공사비 등 뭉뚱그려서 발표됐던 항목들이 세부 공종별로 공개된다. 해당 세부 공종은 분양원가 공개항목 확대로 새롭게 만들어진 내용이 아니라 이미 기존 설계내역과 사업승인 관련 서류 등을 통해 분류되던 항목이다. 기존에는 소비자들에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입주자모집공고문에 공개되어 소비자들이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했던 독자들이라면 아래 그림과 같은 공고문을 접한 분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입주자모집공고문의 끝부분 즈음에서 확인 할 수 있다.

<그림2> 입주자모집공고문 예시. 자료: 북위례 힐스테이트 입주자모집공고문

과거에는 공기업이 분양하거나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민간아파트의 경우 해당 공고문에 12개 항목의 분양원가가 공개됐지만, 이제는 아래 <그림3>와과 같이 62개 항목으로 늘어났다.

<그림3> 분양원가 공개 예시. 자료: 북위례 힐스테이트 입주자모집공고문

<그림3>에 있는 금액을 보고 처음 느낄 기분은 막연함이다. 7,610억원을 공종별로 분류했는데, 토공사 39억원, 가구공사 65억원, 철근콘크리트공사 596억원 등이다. 일반사람이 쉽게 알수 있는 평당 금액이 아니라 총액으로 공개하다 보니 막상 보는 입자에서 도대체 그래서 분양원가가 얼마야?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좀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파트의 총 분양면적을 계산(입주자모집공고문에 있는 각 평형별 공급면적과 세대수를 곱해 합계를 내면 된다)해서 각각의 금액을 엑셀이나 계산기를 이용해 나누어 평당 분양원가를 계산할 수는 있다.(“뭐하러 이렇게 귀찮게 분양원가를 계산하려고 하나? 그냥 하지 마세요” 하는 건설사의 의중이 담긴 것은 아닐까 필자 혼자 생각해 본다.)

 

두 번째 문제는 상세하게 공개된 것 같은 금액이 실상 사실에 기초한 금액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림4>분양원가 공개 경고 문구. 자료: 북위례 힐스테이트 입주자모집공고문

웃기게도 분양원가가 공개된 입주자모집공고문에는 위와 같은 주의(?) 문구가 명시되어 있다. 검증도 하지 않은 금액이고 달라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말인데, 결국 사실과는 다르다는 의미이다. 분양원가 공개로 소비자가 수억원을 부담하면서 내집이 얼마에 지어지는지 알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렇다 보니 아파트 건축비가 들쭉날쭉 공개되고 있다.

 

<표1> 북위례 분양원가 중 건축비 내역 비교 (단위 : 만원/평)

 

포레자이

힐스테이트

리슈빌

직접공사비

469

511

389

간접공사비

483

223

373

가산비

178

226

건축비 계

952

912

988

분양일

2019.01

2019.03

2019.04

주) 위례 포레자이의 경우 입주자모집공고문 분양원가 비공개로 감리자 모집시 공개한 내역임.

 

올해 1월 이후 분양한 북위례 민간 아파트들을 보면, <표1>과 같이 공사비, 간접비, 가산비가 모두 큰 차이를 나타낸다. 건축비는 실제 공사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와 금융비용, 관리비용 등 ‘간접공사비’, 직접공사비에 추가가 가능한 ‘가산비’로 나뉜다. 직접 공사에 투입된다고 책정한 직접공사비가 최소 389만원, 최대 511만원으로 31%나 차이난다. 직접공사비를 제외한 간접공사비와 가산비의 경우에는 49%로 그 차이가 더욱 크다. 실제 공사비에 근거한 공개가 아니라 건설사들이 총액을 자신들의 임의적인 산식으로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2> 하남시가 승인한 분양원가 내역 비교(전용 92㎡기준) (단위 : 만원)

 

 

분양한 가격

분양원가 공개

금액①

비율

금액②

비율

평당

(전용92㎡)

대지비

1099

60%

918

50%

건축비

744

40%

912

50%

1843

100%

1830

100%

호당

(전용 92㎡)

대지비

3억 8700

60%

3억 1900

50%

건축비

2억 6200

40%

3억 2128

50%

6억 4900

100%

6억 4028

100%

총액

대지비

4538억원

60%

3819억원

50%

건축비

3072억원

40%

3792억원

50%

7610억원

100%

7610억원

100%

 

그러한 이유에서인지 분양원가 항목 확대 이후 처음 공개된 북위례 힐스테이트 아파트의 경우 분양원가 공개 금액과 분양가격이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입주자모집공고문에 공개된 분양가격은 대지비와 건축비의 비율이 모든 평형이 6:4의 비율을 보이고 있지만, 분양원가 공개금액은 대지비 50.2%, 건축비 49.8%로 구성비가 다르다. 분양원가 금액을 실제 금액이 아닌 자의적인 금액을 산출하다 보니 이러한 오류가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표3> 북위례 분양원가 중 간접비 내용 비교 (단위 : 만원/평)

 

포레자이

힐스테이트

리슈빌

최소최대 비율

설계비

8

4

7

2배

감리비

11

11

11

1배

일반분양시설경비

18

144

65

8배

분담금 및 부담금

21

27

3

9배

보상비

-

-

-

-

기타사업비성경비

426

37

289

12배

483

223

373

 

주) 위례 포레자이의 경우 입주자모집공고문 분양원가 비공개로 감리자모집시 공개한 내역임.

 

건설 공사에 직접 투입되지 않는 간접비 역시 세부 내역이 제각각이다. 설계비와 감리비처럼 요율이 법에 정해져 있는 항목은 금액이 비슷한데 반해, 일반분양시설경비(모델하우스 건립 및 홍보 등), 분담금, 기타사업비성경비(금융비용 등) 등 세부 내역을 확인할 수 없는 항목들은 크게 12배까지 차이가 발견됐다. 분담금은 다를수 있다쳐도 모델하우스를 짓고 홍보하는데 비용이 저렇게 크게 차이 날 이유는 없다.

 

결국 현재 분양원가 공개는 항목만 늘었을 뿐 실제 원가가 공개되고 있지 않다. 주거안정이라는 목적으로 국민들의 땅을 강제수용해 조성되는 땅에서 공급되고, 아파트를 짓기도 전에 분양대금을 받지만 소비자를 위한 보호장치인 분양원가 공개는 엉터리로 시행되고 있다. 제조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근거로 분양가를 책정했고, 얼마의 공사비를 투입해 아파트를 지으며, 이를 통해 얼마의 이윤을 가져가는 지는 공공택지에서는 당연히 공개되어야 하는 정보이다.

 

이러한 공개라면 분양원가 공개를 통해 분양가를 낮추고 주거안정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바람은 달성될 수 없다. 상세 공사비 내역 공개는 차지하고서라도, 공개되는 62개 항목의 분양원가는 실제 책정된 금액에 기초해 거짓이 아닌 사실이 공개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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