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싱'에 분노했지만...자유한국당 '카드'가 마땅치 않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6.1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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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김준일의 행간'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행간'은 매일 중요한 이슈 하나를 선정한 뒤 그 배경과 주목할 점을 설명하는 코너입니다.

 

바른미래당 주도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이 17일 6월 임시국회 소집에 합의하고 요구서를 제출했습니다. 재적 인원 4분의 1인 75명이 찬성하면 가능한데 총 98명이 동의를 했습니다.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때문에 국회가 문을 닫은 지 76일만인 오는 20일 국회가 열립니다. 지난 12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개원 합의' 정당들만 6월 임시국회를 소집하는 것에 대한 찬성 여론이 53.4%로 반대(38.5%)보다 높았습니다. 

국회는 열렸지만 정상적인 운영은 힘든 상황입니다. 추경안 심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하는데 위원장이 한국당 소속 황영철 의원입니다. 소위 '개문발차' 국회가 될 전망입니다. <한국당 빼고 열리는 국회>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4당공조의 '부활'

이해관계에 따라 각개약진했던 각 정당이 국회 개원이란 대의명분을 위해 다시 뭉쳤습니다. 소위 ‘패스트트랙 4당 공조’가 재개된 것입니다. 국회개원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함이 이들 정당을 움직이게 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소위 ‘한국당 패싱’이 신경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실정에 맞서는 유일 야당이라는 선명성을 강조할 수는 있지만, 사사건건 발목 잡는 정당의 이미지는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4당공조는 한시적입니다. 이해관계에 따라 각 정당은 이합집산할 수 있습니다. 당장 자유한국당이 국회 개원 조건으로 내건 경제청문회에서도 4당간 의견이 갈립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야당 입장에서는 그런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자유한국당에 동조하는 발언을 했고,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국회 소집후 법안처리에 협조하도록 경제청문회를 수용하라”고 '선 개원 후 청문' 카드를 꺼내 민주당을 압박했습니다. 야당들은 국회개원에는 동의했지만 ‘여당 2중대 3중대’ 오명을 쓰지 않겠다는 겁니다.

 

2. 바른미래당 '휴전'

이달 초만 해도 손학규 대표 퇴진을 놓고 당권파와 바른정당계가 갈등은 빚으면서 분당사태가 벌어질 것 같던 바른미래당, 지금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잠잠해졌습니다. 바른미래당은 17일 당 최고위원회를 열고 주대환 '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을 당 혁신위원장에 선임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병국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밀었던 바른정당계가 한발 물러난 것입니다. 주대환 의장은 민주노동당 출신 노동운동가지만 뉴레프트 운동을 주도하면서 현재는 보수적 색채가 짙어진 인물입니다.

바른미래당 휴전은 당권을 장악한 손학규 대표를 몰아낼 실질적 방법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국회파행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외부에 큰 이슈가 있을 때 내부 투쟁은 잠시 중단되기 마련입니다. 바른미래당은 17일 ‘한국당 패싱’ 국회 개원을 당론으로 밀어붙였고 의원 전원이 국회 개원에 찬성했습니다.

바른미래당은 제3당이라는 특성상 중재와 타협, 차별화의 압력을 받습니다. 지금은 실익이 없는 내부투쟁보다는 국회개원을 통해 '일하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다만 바른미래당 갈등은 '일시적 봉합'일 뿐입니다. 향후 혁신위 권고안과 정계개편 상황에 따라 다시 당권투쟁의 격랑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3. 한국당의 '딜레마'

자유한국당의 가장 큰 문제는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민주당이 급할 게 없다는 태도로 협상에 임해 양보를 못 얻었고, 이제는 4당이 개원에 합의하면서 협상력마저 떨어진 상태입니다. 그간 국회 파행의 부담을 모든 정당이 나눠가졌다면 이제는 한국당 홀로 온전히 짊어져야합니다.

더 큰 문제는 장외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겁니다. 황교안 대표의 민생투어, 이미지 정치도 이제 할 만큼 했습니다. 당장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도 해야 하고, 한국당이 주장하는 '경제 파탄'에 대한 비판도 해야 하는데, 장외에서는 불가능하거나 제한적입니다.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어 강성발언, 소위 '막말'로 호응을 받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황교안 대표도 당분간 막말정치를 하지 않고 중도층을 관리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의 복귀 조건은 ‘패스트트랙 원천 무효를 포함한 사과’와 ‘경제청문회 개최’입니다. 패스스트랙 무효화는 여야4당이 받아줄 이유가 없습니다. 결국 경제청문회를 가지고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이에 동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청문회'라는 이름을 가진 정식 청문회는 여당이 받을 수 없더라도 변형된 형태의, 다른 이름을 내건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합의를 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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