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중국, 불편한 미국, 그리고 돈이 급한 북한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6.2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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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김준일의 행간'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행간'은 매일 중요한 이슈 하나를 선정한 뒤 그 배경과 주목할 사안을 설명하는 코너입니다.

 

20일 북중 정상회담이 시작됐습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1박 2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2005년 후진타오 주석 중국 방문 이후 14년만에 중국 지도자가 북한을 방문한 것인데요.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역대 최고수준의 예우로 시진핑 주석을 맞이했습니다. 1만 명이 거리로 나와 오성홍기를 흔들면서 환호했습니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순안 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인민군 의장대를 사열했고 카퍼레이드까지 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5만 명 시민이 시주석을 환영했다”고 말했습니다.

시 주석이 평양을 방문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은 북중 정상회담은 중국에서 열렸습니다. 아쉬운 북한이 중국을 찾아간 것이고 중국이 이에 응한 겁니다. 하지만 시 주석도 북한이 필요해졌고, 직접 평양을 방문을 하게 됐습니다. 평양 북중정상회담 자체가 앞으로 북중 관계가 더 가까워질 것이란 걸 예고한 메시지입니다. 첫날엔 원론적인 메시지만 나왔고 두 정상간 합의문은 이틀째인 21일에 나옵니다. 중요한 것은 합의문보다 왜 이 시점에 김정은과 시진핑이 만났냐는 겁니다. <북중 정상회담> 그 행간을 짚어보겠습니다. 

20일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중국관영 CCTV 화면 캡처

 

1. 미국을 바라보다

멜로 드라마를 보면 사랑하는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른 곳을 바라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삼각관계를 연상하면 될 것 같은데요. 20일 북중정상회담이 딱 이런 모양새였습니다. 중국과 북한 지도자 두 명이 만났는데 신경은 태평양 건너 미국에 가 있었습니다. 두 정상의 발언을 보면 북중 정상회담이 어떤 배경에서 열렸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년간 지역 내 긴장감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유관국'의 적극적 호응을 얻어내지는 못했다"며 "이는 북한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북한은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다. 관련국과 노력해 우려를 해결하고 한반도 문제가 성과가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을 만났는데 온통 미국 얘기를 한 것입니다. 시진핑 주석도 ”북한 및 관련국들과 협력해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화답했습니다. 북중 정상 간의 대담은중국과 북한 관계가 건재함을 미국에 보여주고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정상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지렛대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겁니다.

 

2. 불편함을 드러내다

미국은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20일 인신매매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북한을 17년 연속 최악의 인신매매국으로 지정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도 최악 등급을 받았고 사우디와 쿠바도 추가가 됐는데요. 인신매매 보고서는 매년 발표되는 것이지만 발표 시기는 미국 정부가 적당한 시기를 조율합니다. 북중정상회담 직전 발표한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북한과 중국 모두 최악의 인권국가'라고 낙인을 찍고, 둘의 만남을 평가절하 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겁니다.

같은 날 미국 재무부는 북한의 경제 제재 회피를 도운 러시아 금융회사를 제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재무부가 타깃으로 삼은 러시아 파이낸셜 소사이어티는 북한 조선무역은행과 연계된 중국 내 회사에 은행 계좌를 열어줘 국제금융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을 돕는 조직은 누가 됐든 가만두지 않겠다는 경고를 보낸 것입니다.

한편으로 미국은 '당근'도 제시했습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어제 오전 워싱턴DC에서 한미공조를 강조하면서 “북한과 협상을 향한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실무협상의 전제조건은 따로 없다”고 말했습니다. 비핵화라는 큰 틀은 유지하지만 조건없이 유연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입니다.

 

3. 핵심은 경제

그러면 왜 북한 중국 두 정상은 이 시점에 만났을까요. 먼저 중국. 다음주에 G20 정상회담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립니다.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서 담판을 벌여야 합니다. 현재 중국은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수세에 몰려있습니다.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카드가 필요합니다.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지렛대로 삼아 미국과의 협상에서 조금이나마 유리한 위치에 서겠다는 겁니다. 

북한도 중국의 경제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대북제재로 북한 경제는 피폐해진 상황입니다. 시진핑 주석이 대동한 참모진을 보면 중국과 북한의 의도를 읽을 수 있는데요. 딩쉐샹(丁薛祥)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 등이 포함됐습니다. 지난해 12월 G20 정상회의 때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 배석한 시 주석의 핵심 측근입니다.

이중 허 주임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 위원장과 과거 4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이때 경제를 담당하는 허 주임은 배석하지 않았습니다. 허 주임이 포함됐다는 것은 중국이 경제적으로 북한을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한 것입니다. 물론 유엔의 대북제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우회하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21일 북중정상회담 결과에 구체적인 지원 방법이 포함되지는 않겠지만 원론적으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경제지원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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