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이 좌우로부터 모두 공격받는 이유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6.24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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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김준일의 행간'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행간'은 매일 중요한 이슈 하나를 선정한 뒤 그 배경과 주목할 사안을 설명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21일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청사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세가지 축의 선순환적 관계를 만들어내는 기조는 일관되게 갈 것이나, 현재 상황에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책자원을 집중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필요하면 이재용도 만나겠다” “정책실장은 병참기지다” “정책엔 유연성이 필요하다” 등 주목할만한 발언도 쏟아냈습니다.

이후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의 발언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습니다. '현 정부 경제정책 노선 강화'라는 기사와 변경이라는 정 반대의 기사도 나왔습니다.  <청와대로 들어간 공정위원장> 이 사건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앞으로 한국경제의 방향성은 어떻게 될 것인지,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기사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KBS 화면 캡처

 

 

1. 좌우 협공과 기대감

-올해 5월말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공정거래정책 2년 토론회에 나서 바 있습니다. 이 날 김 위원장은 “진보 보수 양쪽 비판 받아야 성공한다”고 말했습니다. 한쪽 진영에서만 칭찬받는 정책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취지였지만 양 진영에게 모두 비판받는 자신과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옹호하는 발언이었습니다.

어제 조국 민정수석이 페이스북에 의미심장한 포스팅 두 개를 올렸는데요. 제목은 <우로부터 비판받는 김상조 효과>, 다른 하나는 <좌로부터 비판에 대한 김상조의 답변>입니다. 공정위원장 시절 좌우로부터 공격을 받았으며, 정책실장 할 때도 동일한 상황이 연출되리란 걸 전망한 겁니다. 실제 보수적인 조선일보와 진보적인 경제정의실천연합은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 임명에 대해 “회전문 인사”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이렇게 엇갈리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그의 최근 행보때문인데요. 일단 공정위원장으로서 성과는 뚜렷합니다. 이달 초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영향으로 재벌의 내부거래가 1년전보다 31.7%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기업 순환출자 고리 292개가 31개로 급감하기도 했습니다. 정부의 3대 경제정책 중 공정경제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있습니다. 벌 ‘재벌저격수’라는 평가가 계속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김 실장에 대해 “균형감과 정무 감각을 갖췄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위원장은 지난 3월에 “재벌을 좋아한다”고 말했고 이달 초 공정위원장 취임 2주년 인터뷰에서 “하반기 대기업 조사는 최소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열흘 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문재인 정부 경제성적은 B학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재계에서도 “압박 수위 높일 것”이란 전망과 “현실 감각 좋아졌다”는 평가가 엇갈린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김 실장이 필요하면 이재용 부회장도 만나겠다고 한 것은 이런 행보의 연장선상입니다. 그의 유연함이 좌우 비판을 불렀지만 기대감도 키우는 상황입니다.

 

 

2. 낮춤으로 높이다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공식 인사말에서 김상조 정책실장은 “오늘 아침 휴대폰 컬러링을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으로 바꿨다”며 “유(You)는 국민이다. 국민의 격려와 지원 위에서만 간신히 일어설 수 있는 미약한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을 한껏 낮춘 것입니다. 김상조 위원장은 올해 1월부터 사이먼앤 가펑클의 ‘더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침묵의 소리)’를 컬러링으로 사용한 바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회 발전을 위해 경청하자는 바람에서였습니다.

같은 날 공정위에서 열린 이임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 경제 컨트롤 타워는 홍남기 부총리”라며 “각 부처 장관들이 야전사령관이라면, 청와대 정책실장은 병참기지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또한 자신이 ‘경제투톱’이라고 불리는 것을 경계하며 장관들을 띄운 것입니다.

이렇게 본인을 한껏 낮춘 것은 본인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좌우로부터 협공받는 상황과 무관치 않습니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문재인 정부 경제 3가지 원칙을 지켜나가되 스스로를 낮추고 의견을 경청하며 사안별로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3. 도미노의 시작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 교체를 신호탄으로 한두달 내에 내각 교체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최소 네댓개 자리가 바뀔 것으로 보입니다. 집권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경제팀 전반 쇄신과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한 교체가 맞물려 중폭의 개각이 있을 예정입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교체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습니다. 홍 부총리는 이번에 교체된 김수현 정책실장과 같이 지난해 11월 경제소방수로 임명됐는데 체감 성과를 못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현역 의원인 유은혜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은 교체가 유력합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총선 출마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석인 공정거래위원장과 기재부 1차관 자리와 역대 최장수 총리에 4개월밖에 안 남은 이낙연 총리의 거취도 관심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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