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 초청 오찬'이 올해가 처음? 김영삼·이명박 정부 때도 불렀다

  • 기자명 임영대
  • 기사승인 2019.06.2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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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발발 69주년을 하루 앞둔 2019년 6월 24일 오전, 여러 언론은 청와대에서 열리는 오찬 기사로 지면을 채웠다. 청와대가 '역대 정권 최초'로 참전용사들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모셔서 오찬을 연다는 기사였다. 연합뉴스를 필두로 뉴스1오마이뉴스동아일보(통신사 기사 전재) 등  많은 언론들이 6.25 참전 용사를 청와대에 초대한 것이 '역대 최초'라고 보도했다. 

그간 국군의 날 등의 계기에 6·25 전쟁 참전유공자들이 현역 장병들과 함께 청와대에 초청된 적은 있었지만, 대통령이 참전유공자들만 따로 청와대로 초청해 위로연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위 기사는 오찬이 종료되는 시점에 나온 자료지만, 오전 중에 다른 매체에서 나온 기사도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참전용사를 초대하여 오찬을 열었으며, 이는 역대 정권에서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는 자랑이 꼭 들어갔다. 더구나 오후에 나온 최종보도를 보면 참전유공자들만 따로 초청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과연 이 말이 사실일까?

뉴스 보도를 바탕으로 확인해 보면 청와대에서 유공자 초청 오찬이 가장 많이 열렸던 때는 전두환 전 대통령 재임 시기다. 소년체전 유공자, 기능올림픽 유공자, 저축 유공자, 수출 유공자, 과학기술진흥 유공자, 심지어는 가족계획 유공자까지 청와대에 불러다 오찬을 열었다. 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은 그 자신이 군인 출신이면서도 참전유공자를 초청해서 오찬을 연 적은 없다. 한국전쟁 종전 이후에 장교로 임관했고 쿠데타로 집권한 대통령으로서, 옛 선배들 얼굴을 보기 껄끄러웠던 것은 아닐까?

이 점은 노태우 전 대통령 때도 마찬가지였다. 노태우 전 대통령 역시 재임기간 중에 청와대에서 참전유공자를 초대한 오찬을 열지 않았다.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 확인된 '참전용사 초청 청와대 오찬'은 1994년 6월 22일이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국가유공자단체 간부 및 한국보훈대상 수상자 17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한 것이다. 6.25 전쟁발발일을 기념해 참전용사를 청와대에 초청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서울=연합(聯合)) 金泳三대통령은 22일낮 尹在喆상이군경회장을 비롯한 국가유공자단체 간부와 한국보훈대상 수상자등 1백70명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하며 격려했다. 金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오늘의 우리나라가 일제 36년과 6.25전쟁등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속에서 자랑스러운 나라로 우뚝서게 된 것은 온 국민의 피나는 노력도 있었지만 특히 애국선열과 전몰 호국용사를 비롯한 국가유공자들의 희생이 크게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金대통령은 특히 "앞으로 국가유공자들이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을수 있도록 하겠으며 오는 97년까지 기본연금을 최대한 올리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 국가유공자 격려(종합), 연합뉴스, 1994.06.22. 16:13

 

1994년은 한국전쟁 발발 44주년, 종전 41주년으로 참전세대가 지금보다 훨씬 많이 생존하고 있었다. 당연히 상이군경회나 유공자단체 구성원 다수는 한국전쟁 참전자일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 기사는 텍스트뿐이었지만, 6월 23일자 동아일보 보도에는 휠체어를 탄 상이용사의 사진도 분명히 포함되어 있다.

 

1994년 6월 23일자 동아일보 사진.

 

이게 전부가 아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6년에도 유공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적이 있다.

김영삼대통령은 22일 "북한의 붕괴는 시기와 방법만을 남겨 놓고있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지적하고 "정부는 어떠한 상황에도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를 해놓고 있다"고 밝혔다.

김대통령은 이날 낮 청와대에서 국가안보에 공헌해온 「대한민국 상이군경회」에 대통령표창(단체표창)을 수여한뒤 윤재철회장을 비롯한 간부1백45명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우리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국력결집으로 이를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굳건한 안정을 이루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또 "상이군경은 국가가 어려움에 처했을때 온몸으로 나라를 구하고 지켜온 의사"라고 말하고 "우리나라가 오늘의 번영과 평화를누리는 것은 상이군경을 비롯한 국가유공자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때문"이라고 격려했다.

김대통령은 "국가 유공자들이 우리 사회의 더 큰 존경과 예우를 받을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최대한확대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이웅환기자>.C.

김대통령상이군경회 145명 초청.오찬, 매일경제, 1996.03.22. 15:51:52

96년에 있었던 이 행사에서도 청와대는 상이군경회 간부 145명을 초청해서 오찬을 열었다. 이번에도 오늘 청와대에서 나온 발표처럼 “현역 장병”은 포함되지 않았다. 사실 오전에 나온 뉴스 보도에서는 현역 장병을 언급한 경우가 하나도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6·25전쟁 제69주년을 맞아 국군 및 유엔군 참전 유공자를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다. 이들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하는 것은 역대 정부 처음이라고 청와대 측은 전했다.

오후에 나온 보도자료에서 오전에 언급하지 않던 현역 장병을 뒤늦게 추가한 건, 반증이 있음을 깨닫고 고친 영향이 아닐까 한다. 비교적 최근인 아래 2010년 기사만 보아도 청와대가 참전용사들을 주빈으로 초청해서 청와대에서 오찬을 열었음은 확연하다.

 

이 대통령은 환담이 끝난 뒤 서울수복 및 국군의 날 행사 참석자들과 안보 문제와 관계된 각계 인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중략)

오찬에는 백선엽 장군 등 창군 유공자 9명과 역대 국방장관.합참의장.3군 총장, 재향군인회장, 6.25참전유공자회장, 상이군경회장 등 군 원로들, 이북5도 지사 및 도민 대표 등 실향민들, 납북인사 유족, 탈북 국군포로, 참전용사, 학도의용군 등이 참석했다.

또 한국전 당시 영웅 및 애절한 사연의 주인공, 전쟁고아 출신, 모범장병.예비군.사관생도.학군단 대표, 병역 이행 명문가 가족, 민통선 내 초등학교 학생, 참전국 출신 다문화 가족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대통령서울수복일 '안보행보주력(종합), 연합뉴스, 2010.09.28. 14:58, 수정 15:23

이 때 외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 시기에는 참전유공자들을 여러 번 초청하여 오찬을 열었다. 다만 기사에서 강조하듯, 참전유공자만 초청한 적보다는 독립유공자와 연평도, 서해교전 등 여러 사건에서 발생한 유공자 및 유족을 함께 초청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오찬을 놓고 나온 청와대의 “최초로 참전유공자를 초청해서 오찬을 열었다”는 보도자료는 분명 사실이 아니다. 고의였건 착오였건, 분명히 시정되어야 할 일이다. 그 못지않은 문제점은 보도자료를 검증할 생각 없이 받아쓰기만 한 언론에도 있다. 이번에 이 기사를 받은 기자 중에는 불과 몇 년 전에 청와대에서 참전유공자들을 초대해 오찬을 연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을까? 정말 최초인지 한번 확인해 볼 생각을 한 사람도 하나 없었을까?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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