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정말 '10분전'에 이란 공습을 취소했나

  • 기자명 문기훈 기자
  • 기사승인 2019.06.2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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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많은 언론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공격'을 결정했다가 실행 10분 전에 전격적으로 취소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20일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비행하던 미국의 무인 정찰기 RQ-4A 글로벌 호크를 격추한 바 있다. 이란측은 "미국의 정찰기가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완전하고 뻔뻔스러운 허위정보"라고 일축했다. 이후 미국이 보복 공격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앞서 지난 13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노르웨이ㆍ일본 유조선이 이란군 기뢰로 추정되는 물체에 피격당해 이란과 미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 21일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트윗은 현재 긴장관계가 얼마나 살얼음판 같은 상황인지 일깨워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밤 오후 9~10시쯤 이란에 대한 보복공격을 실행하려다 사망자가 150명에 달할 것이란 보고를 받고 지나치다고 판단해 실행 10분전에 공습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특유의 '트위터 정치'에 많은 언론들이 반응했다. 대부분 국내 언론은 트럼프의 주장을 그대로 전했으며 실행 10분전 전격적으로 공습을 중단한 트럼프의 '결정'에 초점을 맞췄다. 결과적으로 그가 인권을 고려하는 지도자임을 시사함과 동시에 긴장완화에 기여한 측면을 부각하게 됐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10분전에 공습을 멈춘 것은 사실일까. 이 사건 관계자를 직접 취재한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 트럼프가 어떤 과정을 통해 공습 중단 결정을 내렸는지 살펴본다. 

CNN 화면 캡처

워싱턴포스트는 대 이란 공습이 철회되기까지의 긴박한 과정을 25명 이상의 당국자들을 인터뷰해 재구성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인명피해와 기타 위험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뒤 20일 오전에 이미 국방성에 공습 준비 허가를 내렸다(“gave the green light for the Pentagon to prepare for strikes”).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 직후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트럼프는 이란의 공격이 “의도된 것이라 보기 어렵다” (“I find it hard to believe it was intentional”)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국내외 언론은 군사행동을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앞서 봤듯이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행동을 승인한 상태였다. 공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일종의 위장전술일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습을 취소한 때는 예정 두시간 전인 7시쯤이었다. 

뉴욕타임스 보도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공습을 2시간전에 취소했음을 지지하고 있다. 취재 내용은 워싱턴포스트와 비슷하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 백악관 외교안보 참모진은 20일 오전 대통령에게 사용가능한 군사 옵션을 보고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9~10시쯤 공습이 이뤄질 것으로 믿고 있었다. 그런데 오후 7~8시 사이에 공습 취소명령이 하달됐다. 더 주목해야할 것은 트럼프에게 전달됐다는 이란측 피해규모다. 150명이라는 수치는 이란의 군사시설을 한낮에 타격했을 경우를 가정한 최대치였다. 공습이 밤에 이뤄질 예정이었기 때문에 피해 규모는 이보다는 훨씬 적었을 것이다. 게다가 트윗의 주장처럼 군 장성에게 직접 보고를 받은게 아니라 백악관 소속 변호사로부터 피해 규모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전체적으로 맥락은 맞지만 개별 사실관계는 매우 과장되어 있었다. 10분전에 취소한 것이 아니라 최소 1~2시간전에 취소를 했으며 인명 피해 규모도 150명보다 적었을 가능성이 높다. 본인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과장과 허풍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집회에서 본인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동맹국에 전화 두어통을 걸어 수억달러 방위비를 올렸다"는 주장을 했으나 각종 정황을 볼 때 이 수치가 과장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요한 것은 그의 트윗이 갖는 정치적인 의도다. 첫째 이 트윗을 통해 자신이 절제력과 인내심을 가진 정치인이란 걸 드러냈다. 타국 국민의 생명을 소중히 여겨 공습 수분전에도 '공격 중단 결정'을 내리는 이성적인 지도자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란 폭격을 승인했다가 취소한 지 며칠 되지 않아 트럼프는 자신이 “전쟁광이 아니”라며 (“not a warmonger”) 이란과 대화할 의사가 있음을 거듭 밝힌 바 있다.

다른 하나는 소위 '미치광이 전략'의 일환이다. 대외적으로 강경하고 예측 불가능한 이미지를 구축하여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고자 트윗을 이용했다. 트럼프는 북한과의 핵 협상,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 논쟁 그리고 중국과의 무역 분쟁에 이르기까지 긴장을 최대치까지 고조시킨 뒤 물밑에서 대화와 협상을 모색하는 전술을 사용해 왔다. 실행 직전 공습을 취소한 것처럼 포장하고 예상 사망자 수를 부풀려 극적인 상황을 연출한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된 협박과 공포심 조장을 통해 양보를 얻어내는 트럼프의 방법론은 장기적으로는 플레이어의 신뢰를 떨어트릴 뿐 아니라 우발적인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고비를 한 차례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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