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넷 구인정보 보면 우리나라 임금수준이 보인다

  • 기자명 김형모
  • 기사승인 2019.07.0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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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실업률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실업급여(구직급여) 지급액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뉴스 속에, 필자 역시 ‘시대흐름’에 부응?하여 ‘40대 실업자’ 행렬에 참여(당)하게 됐다. ‘45세 정년’을 일컬어 사오정이라는 말이 있지만, 45세는 아직 몇 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가혹한 현실은 나를 ‘고용복지플러스센터’로 이끌었다.

일단 가장 먼저 할 일은 고용보험 홈페이지에 가입해(기존 회원이라면 로그인) ‘수급자격 신청자 인터넷 교육’을 들어야한다. 에피소드별 애니메이션으로 이뤄져있으며, 단원마다 클릭을 꼭 해야 넘어간다. 즉, 그냥 틀어놓고 어디가서 딴짓하면 안 넘어간다는 얘기. 필자는 당시 ‘청력’이 떨어지는건지 ‘이해력’이 떨어지는건지 모르겠으나, 다소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으면 반복해서 보기까지 했다.

그리고 대망의 고용복지플러스센터 방문. 동작구에 사는 나는 서울 관악고용복지플러스센터가 관할이다. 관악이라 그래서 당연히 관악구인줄 알았건만 알고보니 구로구 구로동에 소재하고 있다. 아예 ‘관악’을 뺄 것이지, 헷갈리게... 사실 사는 곳이 동작구 대방동이었고 직장도 여의도여서 가까운 영등포에 있는 남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배정해달라고 했지만 그건 불가.

 

엄청나게 긴 줄과 큰 강의실을 가득 채운...

방문한 날 참 인상적이었다. 마치 어린이 날에 롯데월드 '프렌치 레볼루션'을 타기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센터 내 복도에 많은 사람들의 줄이 이어졌다. 교육을 받기 위해 교육장에 들어서니 노량진 학원가의 초대형 강의실만한 규모가 인상깊었는데, 그 곳을 가득 채웠다. 어린 아이와 동석한 수급자도 있었고... (그걸 하루에 몇 번씩 한다!) 간신히 자리를 찾아 앉았지만 건물 기둥에 가려 강사는 보이지 않았다. 시작할 때 강사의 첫 마디 “질문은 안 받습니다.”

10여년전 실업급여 받았을 당시 한적했던 고용센터와 소박했던 강의실과는 확연히 달랐다. 실업급여 수급자가 엄청나게 늘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원래 관악고용센터가 워낙 복잡한 곳이어선진 잘 모르겠다. 그렇게 신청을 하고 ‘취업희망카드’라는 수첩을 받았다. 취업희망카드를 펼쳐보면 ‘고용보험수급자격증’이 앞 부분에 나온다. 소정 급여일수(실업급여를 받는 기간)와 일액(하루 실업급여액), 이직 전 직업과 전 직장의 급여 등이 써 있다.

출처: 고용복지플러스센터 홈페이지

 

참고로 2018년 기준 실업급여액은 ‘퇴직 전 평균임금의 50%’이다. 물론 하한액이 최저임금의 90%이므로 아무리 임금이 낮아도 최저임금의 90%는 나온다. 참고로 일반적인 월급의 경우 7일 중 5일을 근무하면 1일은 유급, 1일은 무급이라 사실 최저임금 소득자가 실업급여를 받으면 월 소득 환산시 전에 받던 월급보다 늘어난다. 

반면 상한액도 있다. 2018년은 6만원이었다. 상-하한액 차이는 불과 몇 천원 수준. 그렇기에 소득이 높았던 사람에게는 50%가 아니라 훨씬 적은 비율이 나온다. 참고로 필자에게 책정된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수급자격증에 써 있던 전 직장 평균임금 대비 22.6%에 불과했다. 실업급여는 첫 수급과 마지막 수급 때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4주마다 구직활동 2건을 제출하면 지급된다.

구직활동은 오프라인상에서 취업희망카드에 확인을 받거나, 명함에 날짜와 서명을 받거나 해서 제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확인하고 이력서를 메일로 접수한 결과를 고용센터 홈페이지에 제출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필자 역시 수급 기간 내내 그렇게 했다. 단, 꼭 방문해야 하는 날이 있는데 그때는 고용센터에 가서 제출해야한다. 참고로 워크넷처럼 고용노동부 공식 사이트를 통해 구직 접수를 한 경우 기록이 공유되기에 별도로 실업급여 인정을 위한 구직활동 증빙을 제출할 필요는 없다. 

 

워크넷 구인정보를 보면 우리나라 임금수준이 보인다

워크넷의 가장 큰 특징은 구인기업이 반드시 ‘급여’를 공개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워크넷에 떠 있는 수 많은 구인공고를 보면 “한국 직장인들 평균급여가 200만원이나 될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찌됐거나 특별히 돈 되는 기술 없는 사무직 출신이 서울에서 지원할 수 있는 기업들 대다수는 ‘200만원+α’ 수준이다. 200만원 안되는 구인 정보도 태반이다. 참고로 사회복지사1급 자격증이 있다보니 복지시설 계통으로도 이래저래 살펴는데 그나마 대우가 좋은 정부나 지자체 운영 시설/기관이라 할 지라도 책임관리자급(사무국장 등) 월급이 300만원 정도였다(대다수 사회복지사 구인 직종은 200을 잘 안 넘었다).

수급기간 동안 12회의 구직활동을 했지만 사실 워크넷으로 접수한건 2회 정도에 불과했다. 물론 ‘서류광탈’을 당했는지 안타깝게도 연락은 없었다. 그렇게 2019년 4월까지 180일 수급기간이 끝났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흐름이 빠르다지만, 6개월 실업급여 수급기간은 정말 ‘빛의 속도’로 사라진 느낌이다. 아래는 실업급여를 받아본 뒤 느낀 문제점이다.

 
실업급여 수급자가 되면 받게되는 '취업희망카드'. 표지에는 수급기간 중 소득발생 미신고시 '형사처벌'이란 경고문구도 써있다.

 

① 수입이 발생하면 실업급여는 삭감

실업급여 수급자가 되면 받는 ‘취업희망카드’ 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무시무시한 문구가 써있다.

“수입, 소득, 일당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하루라도 근로제공 사실이 있을 경우 신고하지 않으면 형사처벌 될 수 있으니...”

물론 실업급여 기간에 근로를 제공하고 급여를 받는 것에 제한을 두는 것은 타당하다. 하지만 고용보험 징수와 상관없는 일시적인 기타소득, 예를들어 원고료, 출연료, 강의비까지도 금지하거나 실업급여 삭감에 포함하는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본다. 참고로 소심(?)한 필자는 실업급여 수급기간 중 국회 토론회에서 발제할 일이 있었는데, 부당하다고 생각은 들었지만 신고했다. 물론 20분 발표하고 받은 발제비로 해당하는 날 실업급여는 전액 삭감됐다.

 

② 짧은 수급기간

우리나라가 OECD 지표에서 좋은거 찾아보기 힘들다지만 실업급여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은 10년 가까이 납부한 40대도 수급기간이 6개월인데 여타 OECD 국가들을 살펴보면 아이슬란드(36개월), 스웨덴(35개월), 스페인·포르투갈·노르웨이·프랑스·덴마크(24개월) 등이다. 급여수준을 떠나 일단 기간이 짧다.

물론 실업급여 기간 이후 조세로 지급하는 ‘실업부조’ 부재까지 생각하면 우리나라 실업급여는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③ 직업교육, 하긴 하나요?

6개월 수급기간 동안, 또는 종료 후에도 직업교육과 관련해 어떠한 안내나 권유도 받은 적이 없었다. 물론 이래저래 알아보니 다양한 위탁기관의 실업자 교육프로그램이 있었지만 막상 내가 찾는 분야는 없었다. 나에게 ‘고용복지플러스센터’는 사실 실업급여 수급 자격을 4주에 한 번씩 확인하는 것 외에 의미가 없었다.

사실 전직 직업교육도 ‘탐색기간’이 필요하다. 사람의 적성과 관심도를 파악하고 짧은 기간 ‘체험식’으로 다양하게 경험하게 해주며, 정말 이거다 싶을 때 중장기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 하지만 실업자 교육은 일반적으로 기간도 매우 길고 일단 시작하면 무조건 끝까지 가야한다.

어쨌든 현재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상황을 보면 밀려드는 실업자들의 구직급여 자격 확인과 구직 활동 감독 외에 뭘 더 하는게 쉽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담준론처럼 얘기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따위는 언감생심일 듯. 그냥 부정수급에 대한 감시기능이 주인 것 같았다.

 

④ 교육받고 싶다고? “전액 자부담입니다”

그나마 자기 힘으로 적극적으로 교육훈련을 찾아보고 알아보더라도 진입장벽이 상당하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취업성공패키지’도 있고, 직업교육을 받는 이에게 수급기간이 연장되는 ‘훈련연장급여’ 등도 있지만 그림의 떡일 뿐이다. 생계가 아주 어렵다는걸 ‘증명’하지 못하면 소용없다. 하다못해 관심 분야가 있어 교육 프로그램 수행기관에 문의를 했더니 훈련수당을 주긴 커녕 ‘자기 부담금’도 내야한다해서 포기했다. 더불어 고용보험 지원으로 실시하는 다양한 교육 중 ‘재직자’ 대상 교육을 실업자가 받으려면 아예 교육비 전액을 부담해야한다.

 

⑤고용보험, 할 거면 제대로 하자!

사회는 급변하고 영원한 직장은 없어지고 있다. 소멸 과정에서 직장이 사라지고 여러번 직업을 바꾸는게 현실이라면 전환기 충분한 실업급여와 직업훈련은 필수다. 하지만 필자가 경험한 한국의 실업급여는 “직장 짤린 이들을 위한 일시적 구빈”외에 별 의미도 없어 보였다. 돈을 쓰더라도 생산적으로 써야 할텐데 어설프게 쓰면서 효율은 떨어지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창한 말을 안 하더라도 미래 사회 변화의 핵심이 일자리 문제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실업급여의 수급기간은 늘리고, 구직자별 맞춤형 상담과 교육훈련에 대한 적극적 정보제공, 교육훈련 참가자에 대한 보편적인 연장수당 지급 등이 필요하다. 더불어 상대적으로 다양하고 기간이 짧은 재직자용 직업훈련에 실업자도 참여해 ‘진로탐색’을 모색 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칸막이는 제거해야 한다. 고용보험이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시대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노동자 개개인이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데 굳건한 버팀목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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