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은 왜 갑자기 기자간담회를 열었나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6.2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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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이 25일 기자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줄리언 블리셋 GM 수석부사장 겸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한국GM을 향한 우리의 의지는 확고하다. 최근 창원공장에 착공한 새 도장공장에 수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수명이 25~30년이다. 장기적으로 한국에 남을 것"이라고 말을 했습니다.

한국GM의 공식 기자간담회는 지난해 5월 군산공장 폐쇄 이후 처음입니다. GM본사의 해외 사업부문 수장이 방한한 것은 6년만입니다. 왜 GM은 갑자기 기자간담회를 열었을까요. <철수설 부인한 한국GM>,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인천 부평 디자인센터에서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로베르토 렘펠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사장과 줄리안 블리셋 GM 수석부사장 겸 GM 해외사업부문 사장,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왼쪽부터)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GM 제공

 

1. 한국 시장 달래기

지난해 5월 산업은행은 GM본사와 함께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국GM에 약 8조원 투자를 했고 GM본사가 최소 10년간 한국에서 생산라인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얘기는, 10년 뒤에는 떠날 수도 있다는 겁니다. GM이 글로벌 구조조정과정에서 경쟁력 없는 한국 공장을 폐쇄할 것이란 전망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실제 지난해 군산공장이 폐쇄됐습니다. 한국GM은 지난 5년간 누적 적자가 4조4000억원에 달합니다.

문제는 ‘GM 철수설’이 이어지면서 GM차량이 국내에서 팔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곧 철수할수도 있는 회사 차를 사는 것을 꺼려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애프터서비스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5월까지 한국GM의 수출은 12.2% 늘었는데 국내 판매는 9.6% 줄었습니다. GM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장기간 정상적으로 영업할 것이란 믿음을 줘야 합니다. 어제 기자회견은 국내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물론 GM측은 한국 생산라인을 얼마나 유지할 지 확답은 하지 않았습니다. 

 

2. 노조 압박 카드

한국GM노조는 파업을 준비중입니다. 지난 20일 쟁의행위 투표에서 찬성이 74.9%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틀전 중앙노동위원회는 한국GM노조가 제기한 노동쟁의 조정신청에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습니다. 조정중지가 아닌 행정지도 명령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 쟁의권을 갖지 못합니다. 아직 노사 양측이 교섭 한번 해보지 않았으니 “서로 신뢰를 가지고 장소를 정해 교섭에 임하라”고 권고한 겁니다.

이달초 한국GM은 사무직 희망퇴직에 돌입했습니다. 한국GM은 5년 연속 적자에 지난해에도 6148억원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노사협상에 대한 질문도 나왔습니다. 블리셋 부사장은 “노조와 경영진은 미래라는 공통의 비전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한국GM 조업은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도 희망퇴직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입니다.

어제 기자간담회는 노조 파업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는 자리였습니다.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겠지만 한국GM이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거죠. 현재 부평2공장은 가동률이 30%, 창원공장은 50% 수준이며 사측은 생산물량 감축과 1교대 전환카드를 꺼낸 상태입니다.

 

3. 구조조정은 계속된다

지난해 메리 바라 GM 회장은 해외공장 2곳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GM의 글로벌 구조조정 차원이었는데 한국과 브라질이 유력한 후보로 꼽혔습니다. 어제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에 대한 질문이 나왔는데 블리셋 부사장은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래제품 배정과 생산 전략은 영업비밀”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세계 자동차업계엔 감원 한파가 불고 있습니다. 지난달 미국 포드사는 7000명 감원을 발표했습니다. GM은 유럽, 러시아, 호주, 태국, 인도 등에서 철수해 왔습니다. 미국 본토에서도 공장 5곳을 폐쇄하고 1만명 이상 감원했습니다. GM은 해외 공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각국 정부로부터 지원을 이끌어내는 방식을 선호했고, 한국에서도 산업은행의 지원을 이끌어냈습니다. 냉정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앞으로 세계 자동차시장은 구조조정으로 요동칠 것입니다. 미래차가 전기차로 재편되고 공유차와 자율주행자동차가 대세가 되는 상황에서 업계 구조조정은 불가합니다. 한국GM은 지난해 연구직과 생산직을 분리해 새로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인데, 쉐보레 등 GM 생산차량의 디자인과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회사입니다. 이는 한국 생산라인을 폐쇄할 수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됐습니다. 지난해 5월 구조조정 차원에서 폐쇄한 GM 군산공장은 어제 자동차 부품회사 명신에 매각이 확정됐습니다. 이곳에서는 2년뒤부터 전기차가 생산될 예정입니다.

*이 기사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김준일의 행간'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행간'은 매일 중요한 이슈 하나를 선정한 뒤 그 배경과 주목할 사안을 설명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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