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왜 사우디 왕세자를 부른 날 북미정상회담을 언급했나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6.27 09: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의 행간] G20 앞두고 외신과 서면 인터뷰한 문 대통령

*이 기사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김준일의 행간'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행간'은 매일 중요한 이슈를 하나 선정한 뒤 그 배경과 주목한 내용을 설명하는 코너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국내외 7개 통신사와의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변함없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표명하고 있다. 양국간에는 3차 정상회담에 관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3차 북미정상회담 추진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및 주요국 정상들은 오늘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에 참석해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입니다. 이 시점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을 언급한 문 대통령>의 의도는 무엇인지,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출처: 청와대

 

1. 북한 이용하려는 미국

문재인 대통령의 '3차 북미정상회담' 언급은 미국과 조율한 것이고 북한의 의중도 확인한 것입니다. 해당국과 사전조율 없이 타국 정상 회담을 누설하는 것은 외교적 관례가 아닙니다. 즉, 북미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남북미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일치했고 미국이 한국 대통령의 인터뷰를 통해 국제 사회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봐야 합니다.

지금 미국은 세계 각국과 전방위적 갈등 국면입니다. 중국과의 통상분쟁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해결은 요원한 상황입니다. 이란과의 갈등은 점입가경입니다. 최근 이란은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며 미국 무인기를 격추시켰고, 트럼프는 이란 공격을 승인했다가 한두시간전에 철회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가 정신지체를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오블리터레이션 obliteration이라는, 암수술할 때 암 조직을 완전히 도려낼 때 쓰는 흔치 않은 단어까지 써가며 이란이 미국을 공격하면 ‘말살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과 이란은 미국과 대치하고 있는 사실상 핵보유국이지만 최근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북미는 최근 두 정상이 친서를 교환하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반면 미국과 이란은 일촉즉발입니다. 미국은 현 상황에서 전선을 북한에까지 확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미국은 대화로 국제분쟁을 해결하려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이란의 불법성을 강조하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를 지렛대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2. 성과가 절실한 한국

어제 상황을 복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왕세자와 청와대에서 회담을 가졌습니다. 문대통령은 5대그룹 총수와 함께 미팅을 가졌고 10조원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매우 의미있는 큰 행사였습니다. 그런데 행사 직후 문 대통령은 국내외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미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반적으로 청와대는 이렇게 큰 행사 두 개를 연달아 배치하지 않습니다. 언론의 주목도가 분산되기 때문입니다. G20 정상회담 등으로 이번주 일정이 매우 빡빡하기 때문에 같은 날 발표를 한 것입니다. 문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는 한국이 북핵 협상에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국제사회에 미리 밝힌 것으로 G20 정상회담 및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8번째 정상회담을 통해 정치적 성과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사전 조율입니다.

출처: 청와대

문 대통령은 27일부터 2박3일간 G20 정상회담에 참석해 주요국 정상과 잇달아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입니다. 총 7건의 정상회담이 잡혀 있는데 오늘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갖습니다. 두 건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회담입니다. 이밖에 인도네시아, 캐나다,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인도 등과 정상회담 혹은 약식회담을 가집니다. 이들 국가와는 경제협력을 주로 논의할 예정입니다. 현재 한국 정부는 정치적 성과와 경제적 성과 모두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3. 기회 잡으려는 북한

최근 평양에서 열린 북중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긴장 완화 조치에 유관국의 호응이 없었다. 유관국은 북과 마주보고 관심사 해결해야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유관국은 당연히 미국입니다. 다른 나라와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직접 언급할 정도로 매우 강하게 대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을 지렛대로 삼으려고 합니다. 북한에게는 기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만 일방적으로 미국에 끌려가지는 않겠다는 의지는 분명합니다. 26일 북한은 외무성 대변 담화를 발표해 최근 대북제재를 언급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강도높게 비판했습니다. “조미(북·미) 수뇌분들이 아무리 새로운 관계 수립을 위해 애쓴다고 해도 대조선 적대감이 골수에 찬 정책 작성자들이 미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한 관계 개선도, 비핵화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는 직접 비난하지 않으면서도 30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기존의 제재 일변도 기조에서 벗어나 유연한 태도로 나설 것을 촉구한 것입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