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게와 감을 같이 먹으면 안된다? 그런 '음식 궁합'은 없다

  • 기자명 정재훈
  • 기사승인 2019.07.05 10: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식궁합에 대한 이야기는 전에는 신문 기사로, 요즘에는 인터넷 블로그나 SNS로 많이 공유된다. 하지만 믿을만한 근거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며 사실과 반대되는 것도 많다. 함께 먹으면 안 된다고 알려진 대표적 음식 조합 네 가지를 짚어본다.

 

1. 장어와 복숭아

장어의 지방산과 복숭아의 유기산이 잘 소화되지 않고 장에 자극을 줘 설사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복숭아의 유기산 성분을 구체적으로 시트릭산, 말릭산으로 거명한 기사도 있다. 말릭산의 다른 이름은 사과산이며 사과, 포도, 블루베리, 살구 등의 다른 과일에도 풍부하다. 시트릭산, 즉 구연산은 감귤류 과일에 풍부하며 청량음료나 빙과류 같은 식품에도 자주 사용된다. 이들 유기산은 쉽게 흡수되며 엄청난 양을 먹지 않는 이상 설사를 유발하지 않는다. 장어의 지방 함량이 높아서 문제가 된다면 지방 함량이 비슷하거나 더 높은 삼겹살, 차돌박이 같은 육류도 복숭아와 함께 먹으면 문제가 되겠으나 기사 중에서 이런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복숭아에 과당, 소르비톨이 들어있어서 많이 먹으면 복통이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나 이는 사과, 자두, 살구와 같은 다른 과일에도 해당되는 내용이며 특별히 장어와 상호작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일본에도 비슷하게 장어와 매실을 함께 먹으면 안 된다는 속설이 있으나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2. 시금치와 두부

관련 기사에 보면 항상 두 가지 상충되는 이야기가 함께 나온다. 시금치의 수산이 두부의 칼슘과 결합하여 칼슘 흡수를 방해한다는 것과 이로 인해 결석을 유발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수산은 시금치 외에도 감자, 땅콩, 아몬드에도 많이 들어있다. 시금치처럼 수산이 많이 들어있는 식품을 칼슘이 풍부한 두부, 우유와 함께 먹으면 장에서 결정을 만들어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빠져나가게 되므로 오히려 신장결석이 생길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실제로 칼슘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일수록 수산결석 발생률이 거꾸로 적어지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90년대에는 이에 대해 맞게 설명한 기사가 있었지만 2000년대 이후 잘못된 뉴스로 반복 도배되면서 시금치 – 두부는 금기인 것처럼 굳어졌다. 사실 관계가 복잡하다보니 더 단순한 가짜뉴스가 진실을 덮어버린 사례다. 수산칼슘을 초산칼슘으로 잘못 쓴 헤럴드경제 사례는 그 중 최악으로 시금치와 두부가 반응하여 다량의 초산칼슘을 만들어내지도 않으며 초산칼슘은 물에 잘 녹는 성분으로 결석증의 원인이 될 수도 없다.

 

3. 게와 감

게는 식중독균이 번식하기 쉽고 감에는 수렴작용을 하는 타닌 성분이 있어 소화불량, 식중독을 유발한다는 기사는 많으나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타닌 성분은 감 외에도 녹차, 초콜릿, 포도에 많이 들어있으며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포도상구균을 비롯한 여러 세균에 대해 항균 효과를 나타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본에서는 감에서 추출한 수렴성 타닌을 항균성 식품 첨가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상한 게를 감과 함께 먹는다고 식중독 위험이 더 커질 가능성은 없으며 떫은맛을 내는 감의 타닌은 오히려 세균 번식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

게와 감을 함께 먹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는 16세기 명나라 이시진이 펴낸 <본초강목>에서 유래한 것으로 일부는 게와 감을 함께 먹으면 위장에서 돌덩이 같이 굳어져 위석(bezoar)을 만들 수 있으므로 상극이라는 설명을 제시하기도 한다.

덜 익은 감을 많이 먹어서 위석이 생기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세계적으로 학계에 보고된 건수가 90건이 되지 않을 정도로 드물다.

떫은 감 속 시부올이라는 타닌 성분이 위산과 반응하여 응고체를 형성하여 위석이 생길 수 있으며 여기에 섭취한 음식물 속 셀룰로즈, 단백질, 점액질 성분이 더해지며 크기가 더 커질 수는 있지만 위석 자체가 발생률이 높지 않은 희귀한 질환이며 특별히 게가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볼 근거도 없다. 단백질이 문제라면 게뿐만 아니라 소, 닭, 돼지 등의 다른 육류나 새우, 조개 등의 해산물도 감과 함께 먹으면 안 될 테지만 그런 설명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애초에 과학적 근거가 없는 속설일 뿐이기 때문이다.

 

4. 당근과 오이

당근과 오이를 함께 섭취하면 당근의 아스코르비아나아제라는 성분이 오이의 비타민C를 파괴한다는 설명은 언뜻 맞는 이야기 같지만 아무 의미가 없다.

비타민C를 파괴하는 효소는 오이에도 들어있다. 오이를 자르거나 갈면 세포벽이 파괴되면서 아스코리비나아제가 활성화하여 빠르게 비타민C를 파괴한다. 당근 100g에 비타민C 함량이 8mg, 오이 100g에 비타민C 함량이 10-11mg으로 함유량 면에서도 별 차이가 없다(식약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 참고). 생채소를 그대로 먹는 게 아니라면 비타민C는 손실되기 마련이다. 자르든 갈든 가열 조리하든 비타민C는 줄어든다.

그러나 비타민C가 과일과 채소를 먹는 유일한 이유도 아니며 조리, 가공 과정 중에서 일부 손실되어도 다양한 과일과 채소 섭취를 통해 필요량 이상의 비타민C를 손쉽게 섭취할 수 있다. 굳이 당근과 오이를 함께 먹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피할 이유가 없다. 음식에 대한 뉴스는 매년 동일한 내용이 반복되지만 틀린 경우가 많다. 음식 궁합에 대한 뉴스는 그 중 대표적 사례로 불필요한 두려움을 불러일으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반드시 팩트체크가 필요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