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춤’ 조중동이 더 크게 보도했는데 한겨레만 제소?

  • 기자명 민주언론시민연합
  • 기사승인 2019.07.09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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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6일 자유한국당은 ‘여성당원의 역량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자유한국당 우먼 페스타’라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이 행사에서 일부 자유한국당 여성 당원들이 바지를 내리고 ‘한국당 승리’라고 쓴 속바지를 보인 채 엉덩이를 흔드는 춤을 췄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이 광경을 분명히 봤음에도 공연순서가 모두 끝난 후 “더 연습을 계속해서 정말 멋진 공연단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격려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의 행사는 여성인권을 인식하는 능력인 ‘성 인지 감수성’이 떨어진 행태였다는 국민적 비판을 면키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논란이 불거지자 난데없이 언론 때리기에 나섰습니다. 황 대표는 27일 “언론이 좌파에 장악돼서 좋은 메시지를 내놓으면 하나도 보도가 안 되고, 실수를 하면 크게 보도된다”며 책임을 언론으로 돌렸습니다. 그러더니, 급기야 7월 1일 자유한국당은 언론의 왜곡보도에 대응하겠다며 ‘미디어 특별위원회(이하 미디어특위)’를 구성하고 그 첫 행보로 한겨레 보도를 언론중재위원회(이하 언중위)에 제소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도대체 미디어특위가 한겨레 보도의 어떤 점을 문제 삼는지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미디어오늘 <‘5‧18음모론자’를 미디어 감시자로 뽑은 한국당>(7/3)에서 미디어특위 관계자의 발언이 실렸는데요. 보도에 따르면 “당시 당원들은 속바지를 입었는데 한겨레는 속옷이라고 보도했고 황교안 대표가 장기자랑 관련 전반적인 격려를 했는데, ‘속옷 퍼포먼스’라는 설명 바로 뒤에 배치해 마치 이 퍼포먼스를 격려한 것처럼 보도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민언련은 한겨레 보도를 중심으로 ‘자유한국당 엉덩이춤 논란’을 언론에서 어떻게 다루었는지 모니터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엉덩이 춤’ YTN이 최초로 지적

네이버에 송고된 기사 기준 이 날 15시 경부터 뉴스1등 일부 뉴스통신사에서는 자유한국당 여성당원 행사 소식을 사진기사로 타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18시 경부터 당원 장기자랑 순서에서 일부 여성 당원들이 엉덩이 춤을 춰 논란이 됐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최초로 보도한 곳은 YTN이었습니다. 이어서 국민일보, 뉴스1, 매일경제, 한겨레, KBS순서대로 관련 보도가 나왔습니다. 두 번째 보도였던 국민일보 기사를 보면, YTN보도와 국민일보 보도 사이 바른미래당 등 정치권의 비판 논평들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의 한겨레를 포함한 대부분의 언론들은 정치권 반응이 나온 후부터 기사를 내기 시작한 셈입니다.

 

지면 보도량 ‘보수언론’들이 더 많아

주요 5개 일간지 중 자유한국당 행사 다음날인 27일 지면에 관련 기사를 게재한 신문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였습니다. 중앙일보, 그리고 문제의 한겨레는 27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언론 탓’ 발언이 나오자 28일 지면부터 관련 기사를 게재하기 시작했습니다. 보도량도 한겨레가 7월 3일 자유한국당 미디어특위의 언중위 제소에 대해 반응한 두 건의 기사를 제외하면, 동아일보 3건, 조선일보 2건, 중앙일보 3건으로 조중동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한겨레는 1건에 불과했습니다. 경향신문은 관련 기사를 내지 않았습니다. 보수언론이라고 평가받는 신문들이 ‘엉덩이 춤 논란’에 더 크게 반응한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언론들이 이 사건으로 자유한국당을 비판했다는 점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특히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자유한국당을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동아일보는 <사설/공감능력도, 시대감각도 뒤처지는 한국당>(6/28)에서 “엉덩이춤 퍼포먼스는 한국당의 당원들도 당 지도부도 미투 운동 이후 변하는 사회의 감수성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고 비판했고, 중앙일보는 <사설/자유한국당 지금 바지 내리고 엉덩이춤이나 출 때인가>(6/28)에서 “이런 볼썽사납고 낯 뜨거운 춤을 춘다고 여성 친화형 정당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며 비판했습니다.

중앙일보는 더 나아가 외국 문화를 설명하는 기자칼럼 <분수대/엉덩이를 흔들어 봐>(6/28)에서 “한 정당의 공식 행사에서 ‘무닝(*서양권에서 맨엉덩이를 보이며 조롱하는 행위)’과 비슷한 행동이 논란이 됐다. 민엉덩이를 노출한 건 아니고, 상대방을 조롱하거나 저항의 정치적 의미를 담은 것도 아니어서 ‘무닝’이라 보긴 힘들다”고 자유한국당을 언급하며 “애들 장난 수준의 행동에는 비판하는 시간조차 아깝다”며 비아냥을 덧붙이기까지 했습니다.

반면 한겨레는 <황교안엉덩이춤 눈총받자 좌파언론 탓’ 또 황당대응>(6/28)에서 “황교안 대표가 여성 당원 ‘엉덩이춤 퍼포먼스’로 당 안팎의 비판을 받고서는 “언론이 좌파에 장악돼 있다”며 ‘언론 탓’을 하고 나섰다 (중략) 이번엔 문제의 원인을 엉뚱한 외부로 돌린 것이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비판의 수위에서는 오히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에 비해 점잖았다는 것입니다.

 

TV조선을 포함한 방송사에서도 비판 일색

 

방송사도 ‘엉덩이춤 논란’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문제가 된 당일 관련 보도를 낸 방송사는 KBS‧JTBC‧MBN‧YTN이었고 다음 날 자유한국당 측에서 ‘언론이 나쁜 것만 보도한다’는 해명이 나오자 MBC‧SBS‧JTBC‧TV조선‧채널A‧MBN이 보도했습니다. 이틀 모두 보도한 방송사는 JTBC와 MBN이었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언론이 좌파에 장악돼서 실수를 하면 크게 보도한다’며 언론을 문제 삼았지만, 방송사 전반에서 자유한국당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과 계속되는 구설 논란을 지적했습니다. 그중에서도 TV조선에서는 <포커스/“경솔하고 천박당내에서도 울고 싶다”>(6/27 윤슬기 기자)를 내 자유한국당을 따끔하게 비판했습니다. 포커스는 TV조선의 시각이 반영된 일종의 심층 기획 코너입니다.

해당 리포트의 주제는 엉덩이춤 논란과 더불어 계속해서 자유한국당 주요 당직자들이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이란 점입니다. TV조선은 문제의 장기자랑과 황교안 대표 발언 화면을 보여주면서 자막으로 <“여성 공천 확대” “성평등”…‘여성 친화 정당’ 행사 맞나?>라고 썼습니다. 이어 황교안 대표가 “오늘 한 거 잊어버리지 말고 좀 더 연습을 계속해가지고!”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는 ‘엉덩일 흔들어봐 왼쪽을 좀 들어봐’란 가사가 있는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넣었습니다.

 

△ TV조선에서도 비판한 자유한국당 엉덩이춤 논란(6/27)

 

TV조선은 이어 “엉덩이춤 논란이 커지자 한국당은 ‘사전에 예상치 못한 돌발 행동’이라며 ‘행사 취지는 여성 인재 영입’임을 강조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죠”라고 평했습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이 “경솔하고 천박한 제1야당의 수준”,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이 “두 눈 뜨고 보기에 부끄럽고 민망”이라고 논평한 것을 보여주면서 호된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거기에 더해 “논란을 사는 한국당의 최근 모습, 이뿐만이 아니죠. 정부 여당에 대한 건설적 비판은 야당의 소명이지만, 금도를 넘으면 역풍을 초래하기 마련입니다”라며 최근 자유한국당의 실책을 모아서 보여줬습니다. 여기엔 정용기 정책위의장의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낫다’, 민경욱 대변인의 ‘골든타임 3분’, 한선교 의원의 ‘걸레질’ 발언과 함께 황교안 대표의 아들 스펙 논란 등이 포함됐습니다.

 

TV조선은 마지막에 자유한국당이 아직 자신만만해 하는 것 같다며 촌철살인을 날렸습니다. “국민들도 한국당이 정부를 견제해 나라를 바르게 이끌 제1야당의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할까요?” 즉, 이는 보수 언론‧진보 언론의 문제가 아닌 겁니다. 제1야당임에도 자유한국당이 보여주는 시대착오적이고 구태의연한 모습을 전체 언론이 나서 비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특정 언론사가 자유한국당의 여성 당원 행사를 악의적으로 보도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채널A 화면 캡처
YTN 화면 캡처

 

속옷 표현만으로 속바지보다 선정적? 자유한국당의 말장난

미디어특위가 한겨레를 언중위에 제소한 이유를 자세히 뜯어봐도 왜 한겨레를 제소했는지 의문만 더 커졌습니다. 우선 미디어특위는 “당원들이 속바지를 입었는데, 한겨레는 속옷이라고 보도했다”고 했습니다. 한겨레는 <자유한국당 왜 이러나이번엔 여성당원 바지 내리는 공연 구설>(6.26)에서 “바지 속에 입고 있던 남성용 트렁크 속옷과 유사한 의상의 엉덩이 부분엔 ‘한국당 승리’라고 쓰여 있었다. 여성당원들은 이 속옷 차림으로 엉덩이춤을 췄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한겨레 보도가 나오기 전 YTN보도 <민주당·바른미래당 "한국당형편 없는 성인지 감수성">(6/26)와, 이 보도에 언급된 바른미래당 논평 내용을 자세히 보도한 뉴스1 <바른미래 "한국당행사 도중 민망한 퍼포먼스철 좀 들라">(6/26)을 보면, ‘속옷’이라는 표현을 처음 쓴 것은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의 구두논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김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자유한국당 우먼페스타 행사에서 여성당원들이 바지를 벗고 속옷을 내보이는 등 민망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며 비판했습니다.

속옷이란 표현을 쓴 것이 한겨레 뿐만도 아니었습니다. YTN은 보도 제목 <한국당 행사에서 속옷 엉덩이 춤’ 논란>(6/26 최민기 기자)에서도 ‘속옷’이란 단어를 썼습니다. 앵커는 “자유한국당이 개최한 여성 당원 행사에서 일부 여성 당원들이 속옷 차림으로 엉덩이춤을 춰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라고 기사를 소개했고, 기자 또한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갑자기 공연을 벌이던 여성 당원들이 바지를 내리더니 속옷에 부착된 문구를 관중에게 보이며 엉덩이춤을 추기 시작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애초에 속바지를 속옷이라고 해석한 것이 문제인지도 알 수 없고, 속옷 표현만으로 실제보다 선정적인 것처럼 보도가 됐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속바지도 속옷의 일종인 것은 사실인데다, 대다수 언론은 이 사건에 대해 ‘엉덩이춤 논란’이라고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속옷’이 선정적인지 ‘바지 내리고 엉덩이춤’이 더 선정적인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황교안 격려사’도 다수 언론에서 보도

다음으로, 자유한국당 미디어특위는 “황교안 대표가 장기자랑 관련 전반적인 격려를 했는데, ‘속옷 퍼포먼스’라는 설명 바로 뒤에 배치해 마치 이 퍼포먼스를 격려한 것처럼 보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한겨레를 제소할 이유가 되지 못합니다.

우선, 황교안 대표 격려사를 속옷 퍼포먼스 뒤에 배치한 매체가 한둘이 아닙니다. 조선일보 <한국당 여성 당원 행사 중 엉덩이춤 물의>(6/27)에서는 자유한국당 여성 당원들의 ‘엉덩이 춤’을 자세히 설명한 후, “황 대표는 공연이 끝난 후 “오늘 한 걸 잊어버리지 말고 좀 더 연습을 계속해서 정말 멋진 공연단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했다”고 보도했고, 동아일보 <한국당 여성당원 행사서 바지 내리고 엉덩이춤’>(6/27), 중앙일보 인터넷판 보도 <여 당원 바지 내리고 엉덩이춤한국당 이번엔 저질행사 논란>(6/26) 역시 대동소이합니다. JTBC‧TV조선‧채널A‧YTN등 방송에서도 황교안 대표의 격려사는 그대로 보도됐습니다. 일례로 채널A <“잊지 말고 더 연습”?엉덩이춤 후폭풍>(6/27 박민우 기자)에선 문제가 된 엉덩이춤 장면 바로 뒤에 황교안 대표의 격려 발언을 실었습니다. 채널A는 “양 손에 태극기를 쥐고 흔들며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여성들. 갑자기 바지를 내리더니 엉덩이춤을 춥니다”라고 해당 장면을 설명한 뒤 황교안 대표의 발언 “오늘 한 거 잊어버리지 말고 좀 더 연습을 계속 해가지고 정말 멋진 자유한국당 공연단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을 덧붙였습니다.

 

왜 비판받는지도 모르는 자유한국당의 황당 주장

이 주장의 더 큰 문제점은, 자유한국당 측은 왜 엉덩이춤 퍼포먼스로 비판을 받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고 보인다는 것입니다. 황교안 대표는 ‘여성당원의 역량을 키운다’는 행사에서 여성 비하적 퍼포먼스를 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아무 문제의식도 느끼지 못한 낮은 인권의식을 보여줘서 비판받는 것이지, ‘속옷 퍼포먼스를 독려’해서 비판받는 것이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도 "저질스러운 행태를 사전에 관리·감독하지 못한 볼썽사나운 한국당이 아닐 수 없다"며, "더욱 절망스러운 것은 이를 보며 박수를 치던 당 대표의 경악스러운 성인지 감수성"이라고 비판했고, 언론들의 비판 지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부분 언론들은 김 대변인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여 자유한국당의 낮은 성 인지 감수성을 비판했고, 몇몇 언론들은 직접 자유한국당을 비판했습니다. 

즉, 자유한국당 미디어특위의 한겨레 제소는 일종의 ‘허수아비 때리기 제소’를 한 것입니다.

 

 

 

자유한국당 미디어특위의 근거없는 제소, 언론장악 망령만 일깨울 뿐

미디어오늘 <‘5‧18음모론자’를 미디어 감시자로 뽑은 한국당>(7/3)에 따르면, 한겨레를 제소한 자유한국당 미디어특위 위원들의 면면은 할 말을 잃게 합니다. 미디어오늘은 “이 가운데 논란의 소지가 있는 언론인 출신 인사도 적지 않다”며, 이순임, 길환영, 최대현 등의 인사를 지목했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이순임 위원은 ‘5‧18 역사학회’ 소속으로 북한군 침투설을 옹호하는 성명에 여러 번 이름을 올렸다.(중략) 길환영 전 KBS 사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외압 당사자로 지난해 한국당 입당 때도 논란이 됐다 (중략) 최대현 위원은 동료들을 상대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MBC에서 해고됐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모아 ‘언론대응’을 하겠다는 자유한국당과 그렇게 구성된 미디어특위의 한겨레 ‘핀포인트 제소’는 지난 정부의 언론장악 망령을 떠올리게 하는 것과 동시에 앞으로도 자유한국당의 내부 자정 노력은 없을 것이라는 선언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6월 26일~7월 3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서울경제, 한국경제 지면(*별지섹션 제외) /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 이 외 네이버에 송고된 모든 인터넷 기사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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