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전략에 먹구름 드리운 자유한국당 '계파 갈등'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7.1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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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내분이 점입가경입니다. 위원장 자리 때문입니다.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직을 홍문표 의원에게 양보하라는 당의 권유를 거부하고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지도부는 박 의원이 국토위원장 사퇴를 안하면 당 윤리위에 회부하는 것도 검토한다는 방침입니다. 9일에는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 교체설이 나왔습니다. 당 지도부가 해고 통보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는데, 김세연 의원이 계속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당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일단락됐습니다. 지난 5일에는 황영철 의원이 당내 예결위원장 경선에 불참하며 당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하반기 국회에서 예결위원장을 1년을 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단순한 자리 욕심 때문일까요 아니면 계파 갈등의 전조일까요. 내분때문에 자유한국당의 총선 전략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직 두고 내분 겪는 한국당>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황영철, 박순자, 김세연 의원.

1. 오락가락 원칙

자유한국당의 일처리를 보면 도대체 어떤 원칙을 가지고 보직이 선임이 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지난해 7월 하반기 원구성 당시 자유한국당은 자당 몫으로 확보한 예결위원장을 안상수·황영철 의원이 나눠서 맡기로 했습니다. 김성태 원내대표 시절 합의입니다. 그런데 나경원 원내 지도부는 지난해 있었던 합의를 뒤집고 예결위원장 경선을 결정했습니다. 작년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경선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황의원이 반발하며 사퇴했고 결국은 나 원내대표와 가까운 친박 핵심 김재원 의원이 예결위원장을 맡게 됐습니다. 경선해봤자 주류 친박계인 김재원 의원이 당선될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토교통위원장 사례에선 정 반대 원칙을 들이밀었습니다. 지난해 7월 원구성 당시 국토교통위원장을 박순자·홍문표 의원이 1년씩 나눠서 맡기로 했으니 박순자 의원에게 위원장직을 그만하라고 통보한 겁니다. 그런데 박순자 의원은 합의한 적 없다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황 의원에게는 지난해 7월 합의는 무효라고 했다가, 박 의원에게는 지난해 7월 합의를 지키라고 종용하는 이중잣대를 들이밀고 있습니다. 지도부와 가까운 특정인에게 위원장을 주기 위함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국당 지도부가 ‘김세연 의원이 국회보건복지위원장 일로 바쁠테니 물러나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며 김 의원에게 사퇴 의견을 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직전 복지위원장이었던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은 인재영입위원장직을 병행한 바 있습니다. 김세연 의원은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 유일한 비박계 의원입니다.

 

2. 숨길 수 없는 계파 갈등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최근 보직 갈등이 계파 갈등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친박-비박 갈등은 명약관화입니다. 공교롭게도 주요 자리에서 밀려나는 사람은 대부분 비박계고,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은 친박계입니다. 국회 상임위원장 중 가장 알짜라는 예결위원장을 맡게된 김재원 의원은 대표적인 친박 의원이고, 황영철 의원은 바른미래당 복당파인 비박계입니다. 어제 여의도연구원장 사퇴를 요구받은 김세연 의원은 현재 당내 지도부 중 유일한 비박계입니다. 국토교통위원장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박순자·홍문표 의원은 둘다 바른미래당에 갔다 돌아온 복당파여서 계파 갈등으로 보기는 힘들지만 대체적인 분위기는 계파갈등에 무게가 실립니다. 

지난 5일 예결위원장 경선을 사퇴한 황영철 의원은 “5.18정신 훼손 의원에 대해 당이 단호히 조치해야 한다”며 “그런 조치가 없으면 우리는 제대로 된 보수로서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황교안 대표 체제가 망언을 한 의원을 보호하면서 당의 정체성이 우경보수화되는 것을 염려한 발언이기도 하지만 직접적으로 당의 주류인 친박계를 겨냥한 발언입니다.  

 

3. 총선에 드리운 암운

정치는 생물입니다. 아직은 선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선거법 개정안 통과, 박근혜 정당을 표방하는 우리공화당의 약진, 정치세력간 합종연횡 등 변수가 아직 많습니다. 하지만 현 상황만 보자면 자유한국당의 총선 전략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이번 상임위원장 갈등은 단순히 자리 싸움이 아니라 향후 총선 공천에 앞선 계파갈등의 전초전입니다. 

자유한국당 계파갈등 역사를 한번 볼까요. 자유한국당 계파 중 친박과 비박은 2006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탄생한 뒤 약 12년간 갈등과 반목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2008년엔 18대 총선에선 친이명박계의 약진으로 공천불이익을 당한 친박계열이 독자 출마해 친박연대를 결성했습니다. 2012년19대 총선에선 친이계가 궤멸을 당하고 친박계가 당을 장악합니다.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 이후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로 이어졌고 2016년엔 20대 총선에선 '진박'이란 표현이 등장하며 비박에 대한 공천 불이익이 노골적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새누리당은 공천 후유증을 넘지 못하고 원내 1당을 민주당게 넘겨줬습니다. 이때 살아남은 비박들 상당수가 탄핵국면에서 박근혜 탄핵 찬성으로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바른정당의 출현했습니다. 

이처럼 계파갈등은 대체적으로 자유한국당 선거에 안 좋은 방향으로 전개됐습니다. 게다가 친박계라는 꼬리표는 총선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프레이밍해야지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런데 친박계가 자꾸 거론되면 박근혜정권 심판 여부, 적폐청산이 선거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친노'라는 꼬리표가 오랫동안 민주당을 괴롭혔고, 선거때마다 '친노심판론'이 불러졌던 걸 생각하면 됩니다 .

자유한국당은 친박근혜 정당이라는 프레임을 극복하지 못하면 총선에서 이기기 힘듭니다. 한국당이 탕평책에 실패해 친박정당 이미지가 강해진 것은 향후 선거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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