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파괴의 대상이 된 공유스쿠터... 누가 왜?

  • 기자명 황장석
  • 기사승인 2019.07.12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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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도시 산호세(San Jose)의 과달루페강(Guadalupe River). 폭이 넓지 않고 물도 풍부하지 않아 사실 하천이란 말이 더 어울리는 곳이다. 개체수는 많지 않지만 무지개송어와 연어가 산다. 그런데 이 강은 산호세 일대에서 공유스쿠터가 버려지는 대표적인 장소로 알려져 있다. 스마트폰 앱으로 빌려타고 아무데나 세워두는 공유스쿠터를 누군가 집어 던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과달루페강에 연어와 무지개송어 생태계를 복원하려는 시민단체인 ‘연어 무지개송어 복원 그룹(Salmon and Steelhead Restoration Group, SSRG)’ 활동가 로저(Roger Castillo) 씨가 화가 난 것도 공유스쿠터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 4월 버려진 공유스쿠터 20대 가량을 단 하루만에 강에서 수거했다. SSRG 웹사이트에 올린 동영상엔 그가 강에서 수거해 픽업트럭(작은 화물트럭)에 실은 공유스쿠터 모습이 생생하게 등장한다.

 

 

로저 씨는 강에 버려지는 공유스쿠터들이 강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걱정한다. 전기충전하는 전동스쿠터에 장착된 배터리가 생태계를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현지방송 KGO-TV 인터뷰에서 홈리스 주민들이 스쿠터를 부수는 걸 목격했고 다른 사람들이 스쿠터를 강에 집어 던지는 것도 봤다고 전했다.

 

강가에 버려진 스쿠터

지난 2일 과달루페강을 찾았다. 강변에 내려가 보니 거위 가족이 노닐고 있었다. 그리고 거위 가족들 옆으로 익숙한 물건 하나가 보였다. 강변에 버려진 공유스쿠터였다. ‘버드(BIRD)’라는 회사 이름이 선명했다.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공유스쿠터 회사다. 이날 과달루페강에선 로저 씨가 수거했을 때처럼 스쿠터가 무더기로 발견되진 않았다. 강변에 널브러져 있는 스쿠터 한 대와 다리 아래에 부서진 채 버려져 있는 한 대를 찾을 수 있었다. 이곳이 스쿠터 무덤처럼 돼 버렸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시 정부나 환경단체 등에서 수거작업을 해온 것인지, 아니면 저녁에 별도로 감시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강을 따라 이어진 조그만 숲에선 몇 명의 홈리스 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포장을 치듯 얼기설기 지어놓은 천막집 옆에는 가지런히 세워져 있는 빗자루가 보였다. 로저 씨의 증언처럼 홈리스 주민 일부가 스쿠터를 부수고 강에 집어던졌을 수도 있지만 그들이 얼마나 많은 스쿠터를 망가뜨렸는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누군가 집어던지고 부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확실하다.

산호세 과달루페강에 버려져 있는 공유스쿠터. 2019. 7. 2. 황장석 촬영

공유스쿠터의 ‘무덤’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공유스쿠터가 실리콘밸리에 등장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3월부터다. 당시 거리에 갑자기 쏟아진 스쿠터와 그 인기를 앞선 두 편의 글(선허용 후대처” 샌프란시스코의 ‘공유스쿠터’ 대응법샌프란시스코 ‘공유스쿠터’ 직접 타봤더니...”에서 다뤘었다.

그런데 공유스쿠터는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받았다. 주차장소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고 거리에 세워두는 스쿠터를 발로 차거나 다리 아래로 집어 던지거나, 나무에 매달아 놓거나, 쓰레기통에 처박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선 심지어 바다에 집어 던진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5월 30일 씨넷(CNET)의 대라 커 기자는 ‘공유스쿠터 열풍의 뒤틀린 이면’을 다룬 기사에서 이런 상황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공유스쿠터에게 분풀이를 하는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인스타그램엔 ‘버드 무덤(Bird Graveyard)’이란 계정이 있다. 이 계정엔 누군가 불태우고, 부수고, 버린 공유스쿠터 사진이 수백장 올려져 있다. 공유스쿠터 회사 중 한 곳인 버드(Bird)의 이름을 땄지만 다른 회사 공유스쿠터 사진도 올려져 있다. 사실상 ‘공유스쿠터 무덤(또는 폐기장)’이란 이름이 어울리는 계정이다.

 

 
 
 
 
 
 
 
 
 
 
 
 
 

shalom

Bird Graveyard(@birdgraveyard)님의 공유 게시물님, 

 

분풀이 대상이 된 공유스쿠터

공유스쿠터를 집어 던지고 발로 차고, 부순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분석한 보고서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장에서 붙잡아 조사하지 않는 한 아마도 그런 통계를 구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공유스쿠터가 버려지는 이유를 짐작해볼 수는 있다.

한편에선 공유스쿠터를 분해해 배터리를 파는 사람들이 있고, 다른 한편에선 공유스쿠터에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이 있다. 씨넷 대라 커 기자는 기사에서 홈리스 주민들이 공유스쿠터에서 배터리를 분리해 내다 판다는 내용을 다뤘다. 트위터, 레딧(Reddit) 같은 곳에 관련 사진들이 올려져 있다는 것이다. 주인 없이(?) 길에 세워져 있는 공유스쿠터를 마음대로 처분하는 사람들이 공유스쿠터에서 배터리를 분리한 뒤 아무데나 버린다는 것이다.

SNS에선 공유스쿠터 파손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공유스쿠터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유스쿠터는 단거리 이동에 편리한 교통수단이지만 여전히 법규정을 어기며 보행자가 다니는 길에서 타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인다. 보행자에겐 안전한 보행을 방해하거나 위협하는 수단이다. 갑자기 거리에 밀려든 공유스쿠터를 침입자로 보는 사람들이다.

지난해 12월 10일 미국 온라인 미디어 슬레이트(Slate)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인용해 샌프란시스코에서 허가를 받아 공유스쿠터 영업을 시작한 회사 스쿠트(Scoot) 소식을 전했다. 스쿠트가 서비스를 시작하고 2주만에 650대 스쿠터 중 200대 이상이 도둑맞거나 복구 불가능하게 망가졌다고 보도했다.

과달루페강 탐사(?)를 마치고 도로 위로 올라오자 한 남성이 공유스쿠터를 타고 달리고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더니 보행자 통행로를 거침없이 달렸다. 법규(시 조례)에 따르면 공유스쿠터는 자전거전용도로 같은 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길에서 운행하는 건 불법이다. 확실히 한편에서 스쿠터는 교통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무질서함의 대명사처럼 미움도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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