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왕구 박사 "5G로 '드론 네트워크' 구축하면 잠재력 무한"

  • 기자명 이고은 기자
  • 기사승인 2019.07.1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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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은 인공지능, 기후변화, 뇌과학, 자율주행 자동차 등 다양한 미래 4차 산업혁명 분야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는 기획 미래 지식을 담다, 미래담론 <미담>’을 연재한다. 각 분야별 최고의 전문가들과 김준일·강양구 뉴스톱 팩트체커의 대담으로 구성된 <미담>은 지식콘텐츠 팟캐스트다. 대담의 풀 버전은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청취할 수 있다.

 

 

‘드론’이 현대인의 일상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유튜브에서 드론을 활용해 촬영한 동영상을 쉽게 검색해 볼 수 있고, 드론을 가르치는 학원도 생겨났다. 대형마트나 온라인 마켓에서는 손쉽게 드론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보편화되고 있는 드론에 대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다. <뉴스톱>의 기획 <미래 지식을 담다, 미래담론 미담> 8회 미래의 하늘을 달리다, 드론’ 편에서는 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강왕구 박사와 함께 드론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살펴봤다.

“많은 분들이 무인항공기라는 말이 먼저 나오고 드론이 나왔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사실은 반대입니다. 최초에 드론이라고 부르다가 미군에서 많이 쓰면서 무인항공기(UAV, Unmanned aerial vehicle)라고 부르게 됐어요. 요즘은 무인항공시스템(UAS)이라고도 부르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무인이동체사업단장 강왕구 박사.

드론의 역사는 ‘군용기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세상의 많은 기술들이 최초에 군용으로 개발됐다가 일반인들에게 상용화되는 경우가 많은데, 드론 역시 마찬가지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대서양에 포진한 군함이나 잠수함을 격침시키기 위해 비행기에 사람 대신 폭탄을 넣고 조종하는 무인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그러나 최소 몇 킬로미터 밖의 잠수함을 요격하는 것을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실제로 1960~1970년대 크루즈미사일이 나오면서 비로소 구현되기 시작했다.

무인기가 갖는 군사적 효용은 크게 3가지 정도다. 강 박사는 “하나는 연습용으로서 ‘타깃 드론’, 두 번째는 적진에 대한 정찰용, 세 번째는 무기를 떨어뜨리는 공격용”이라고 설명했다. 1950년대 냉전시대에는 미국과 소련 사이에 핵무기 개발에 대한 정보전이 중요했고, 미국은 핵무기 기지를 관찰하기 위해 격추 위험이 없을 정도로 고도 비행을 하는 정찰기 록히드 U-2를 개발한다. 하지만 러시아가 개발한 요격용 전투기가 U-2를 격추시키는 등 기술 경쟁이 심화되면서 무인기 개발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개발 과정에서 한계가 많이 드러났다. 무인기를 가동하려면 RC로 조종을 하듯이 조종을 하는 수송기가 따라붙어야 했고, 아날로그 기술의 특성상 정찰 사진의 필름을 인쇄하면 장소와 시간을 특정할 수 없어 효용성이 떨어졌다.

이런 한계는 미국에서 1970년대에 개발한 기술 혁신을 통해 보완됐다. GPS와 디지털카메라, 위성통신 등 3가지는 무인기의 가능성을 확장시켰다. 그럼에도 여전한 취약점이었던 습기와 전파의 문제도 있었다. 이를 극복하고 무인기를 공격용으로 한 단계 더 발전시킨 장본인은 이스라엘 공군에서 무인기 설계 책임자로 재직하다 미국으로 이민 간 아브라함 카렘이다. 그의 설득으로 미국 국방성은 GNAT-750, 알바트로스, 앰버 등의 무인기를 만들고, 정찰 및 공격용 무인기인 프레데터로 발전하기에 이른다. 2000년대에 본격적으로 배치된 글로벌호크는 성층권까지 올라가 오랜 시간 체공하며 넓은 지역의 고해상도 영상을 제공한다. 프레데터, 글로벌호크 등의 무인기는 미국 본토에서 원격으로 조종 가능하다.

오랜 군용기의 역사를 거쳐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드론’으로 등장한 것은 1999년 쿼드콥터(프로펠러 4개)다. 드론이 상용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다. 이 역시 GPS의 대중화, 리튬이온 배터리의 등장이라는 기술 발전에 힘입었다. 이 시기에 개인용 소형 컴퓨터가 등장했듯이, 배터리가 줄어들면서 전기로 구동되는 소형 드론이 현실화된 것이다.

 

 

드론 시장은 방대하지 않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독일 마이크로드론사가 기술적 완성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은 2006년에 설립된 중국계 회사 DJI(Da Jiang Innovation, 大疆 이노베이션)가 ‘드론계의 애플’이라 불릴 정도로 급성장해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국내 시장은 생각보다 선도적이지 않다. 아직 국내 드론 기업들은 영세한 수준이고 대기업이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다. 강 박사는 “DJI가 강점으로 갖고 있는 개인용 드론 시장보다는 공공용 드론을 개발해 보급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예컨대 실종자 수색 드론이나 농약을 살포하는 농업용 드론, 산림 및 해양 정보 관리 드론 등 공적 목적을 위한 것이다. 현재는 항우연에서 기술 지원을 하고 드론 전문기업들이 생산하면 정부기관 등에서 공공 구매를 하는 방향을 모색 중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드론 네트워크’다. 강 박사는 “한국의 네트워크 강점을 활용해 모든 드론을 LTE나 5G로 연결시킨다면 그 잠재력이 매우 클 것”이라고 말한다. 드론으로 실시간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면 실시간 영상 데이터를 전국적으로 모을 수 있다. 빅데이터나 인공지능과 연동한다면 충분히 산업적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드론의 대중화에 따라 사회가 조율해야 할 다양한 이슈들도 있다. 우선 드론은 현재 비행기, 헬리콥터 등이 다니는 고도 이하로만 날아야 하는데, 사람이 있는 공간 위로 다니는 것은 규제 대상이 된다. 무게가 많지는 않지만 고속으로 회전하는 프로펠러 때문에 추락 시 안전상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규제가 완화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통신 문제도 있다. 제한된 자원인 주파수를 드론에 할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기술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드론에 의한 사생활 침해 문제도 있다. 강 박사는 가장 큰 문제를 “테러 위험성”으로 꼽았다. 그는 “드론은 날아다니는 컴퓨터인 셈”이라면서 “해킹에 취약하기 때문에 누군가 드론을 테러에 이용한다면 상당히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드론의 미래는 어떨까? 강 박사는 “영국에서는 무인이동체의 미래에 대해 ‘IoT(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의 손과 발’이라는 표현을 했다”고 소개했다. 드론이 네트워크를 활용해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그를 통해 가공된 정보를 토대로 취하는 액션의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임을 전망한 것이다. 안전, 재해와 관련해 사람이 담당해온 위험한 노동을 자율지능을 지닌 무인이동체나 로봇이 알아서 판단하고 대신하는 시대가 머지않아 올 지도 모른다. 드론이 인간의 삶을 바꿀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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