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이용약관심의위, '엉터리 계산'으로 5G 요금제 인가했다

  • 기자명 참여연대
  • 기사승인 2019.07.1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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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 이용약관심의위의 '5G 인가자료' 거짓말 검증>

① 5G 단위당 요금이 LTE 대비 최대 45% 인하? 

② 중소량 요금구간 추가해 데이터 제공량을 2배 확대? 

③ LTE 효용성 남아고 시장 초기 불확실성이 크다?

 

지난 4월 3일 밤 11시, 대한민국에서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됐다. 7월 11일은 5G 상용화 100일이었다. 미국의 버라이즌이 당초 예고했던 4월 11일 상용화 일정을 기습적으로 일주일 앞당겨 발표하자, 한밤중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 3사, 단말기제조사 실무자들이 긴급히 모여 5명의 사전예약자부터 우선적으로 5G서비스를 개통하기로 전격 결정한 것이다. 미국 버라이즌에 2시간 앞선 한밤중의 일이었다.

5G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한밤중에 벌어진 전격 상용화도 극적이었지만 세계 최초의 5G 전용 단말기인 삼성 갤럭시 S10 5G 모델 출시가 늦어지며 애초에 3월에 진행될 예정이던 5G 상용화 일정이 미뤄지기도 했고, 그보다 앞선 3월 5일에는 정부가 1위 이동통신사업자의 요금을 사전에 심의하는 ‘이용약관 인가제도’가 90년대 도입된 이후 ‘사상 최초로’ SK텔레콤의 요금인가 신청을 ‘반려’하는 일대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입된 세계 최초의 5G 서비스는 LTE 대비 1/4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지국 상황, 최저 5만5천원부터 시작하는 고가요금제, 14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단말기, 그 고가 단말기를 0원으로 만든 불법보조금 경쟁, 완전무제한 데이터 허위과장광고 등의 크고 작은 논란 속에 정신없는 100여일을 보냈다.

사상 최초로 SK텔레콤의 5G 서비스 이용약관 신청이 반려되던 날, 과기부는 이례적으로 반려 이유를 보도자료로 발표했다. SK텔레콤이 제출한 1차 인가신청 요금제가 7만5천원 이상의 고가요금제로만 구성되어 있어 중소량 이용자의 5G 서비스 이용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등 부당한 이용형태 제한과 소비자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과기부의 반려 결정에 업계와 일부 언론은 정부의 시장개입이라며 반발했고 소비자·시민단체는 이동통신서비스가 민영화되긴 했지만 국민 모두의 공공자산인 ‘주파수’를 기반으로 하는 ‘기간통신서비스’인만큼 당연한 조치라며 맞섰다. 소비자·시민단체는 SK텔레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7만 5천원 이상의 고가요금제만을 출시한 SK텔레콤을 규탄하고, 과기부에는 3만-4만원대 저가요금제가 추가되지 않으면 세계 최초 상용화 타이틀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재반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3월 26일 세계 최초 상용화의 운명을 건 2차 이용약관자문심의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법률, 회계, 통신정책, 소비자단체 대표 등 11인으로 구성된 이용약관자문심의위원회는 기존 7만5천원 이상의 3구간 요금제에 5만5천원(데이터 제공량 8GB)를 추가한 SK텔레콤의 재인가 신청 요금제를 논의 끝에 인가권고했다. 과기부가 심의위원회의 명단과 소속은 비공개했고 회의록은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혀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언론에 따르면 여전히 1차 자문위 반려 당시의 지적사항이 개선되지 않았으므로 인가해서는 안 된다는 소비자단체(들)의 일부 의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초 상용화 일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다수에 의해 표결을 거쳐 인가권고 하였다고 알려졌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2차 자문위 결과보고를 보면 자문위와 과기부가 소비자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의 5G요금제를 인가한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 SK텔레콤이 신청한 5G 요금제의 단위(1GB) 당 데이터 요금이 LTE 대비 최대 45% 인하되었고, 둘째, 중소량 이용자를 위한 요금구간(5만 5천원) 을 추가하여 LTE 유사구간보다 데이터 제공량을 2배 확대(4GB→8GB)하였으며, 셋째, LTE서비스의 효용성이 충분히 남아있고 시장 초기의 불확실성과 세계 최초 상용화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거들은 과연 타당할 것일까?

 

[그림1] 2019.3.26.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 이용약관자문심의위원회 결과보고’

 

① 5G 요금제의 단위당 데이터 요금이 LTE 대비 최대 45% 인하되었다? 

→거짓

데이터당 단위요금은 데이터 1GB를 구입할 때 필요한 금액으로, 이 수치를 제시한 SK텔레콤과 자문위, 과기부 자료에 명시된 최대 45% 인하는 LTE T플랜 5만원 요금제(데이터 4GB, 단위요금 12,500원)과 5G 5만5천원 요금제(데이터 8GB, 단위요금 6,875원)의 데이터 1GB 당 단위요금을 직접 비교한 수치다. 계산하면 100 - (6,875/12,500 x 100) = 45% 이니 LTE 대비 5G 요금제의 데이터 요금이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그림2] 2019.3.25. SK텔레콤 ‘5GX 이용약관 인가 재신청’ 21p

 

그런데 이 계산식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과기부는 LTE 5만원 요금제와 5G 요금제의 5만 5천원이 겨우 5천원 차이이니 두 요금제의 데이터당 요금을 직접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지만 문제는 이 5천원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데 있다.

우선 소비자 한 사람으로 보면 데이터 당 단위요금이 싸지는 것과 별개로 최소 월 5천원, 최대 월 2만2천원의 요금인상이 이뤄진다. LTE 요금제의 경우 제시된 5만원 요금제보다 더 낮은 저가요금제 구간(3만~4만원대)이 존재하지만 5G 요금제의 경우 5만5천원 요금제가 최저요금제이기 떄문에 LTE 저가요금제 이용자가 5G로 옮겨가려면 상당한 통신비 부담이 늘어난다. LTE 서비스의 요금제별 가입자수를 이동통신사들이 영업비밀을 이유로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최소 전체 이용자의 20-30% 수준은 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LTE가입자가 5G로 모두 전환하게 되면, LTE 가입자수 5천만명의 20% 수준인 1천만명에게 월평균 1만6천원의 요금만 인상되어도 무려 월 1600억원의 요금인상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고가요금제 구간에서의 요금인상 효과는 이보다 훨씬 크다.

또 하나, LTE 5만원 요금제와 5G 5만5천원 요금제를 직접 비교하면 45%의 데이터 요율 인하 효과가 발생하지만, 5천원의 차이를 감안하여 다시 계산하면 그 절반인 약 27% 인하에 그친다. 불과 5천원 차이에 데이터 요율 인하율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는 원인은 바로 이동통신사들의 고가요금제 유도 정책(저가요금제 이용자 차별 정책) 때문이다.

 

 

이동통신사들이 소비자들을 고가요금제로 유도하여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저가요금제의 데이터 가격을 고가요금제의 수십배에 달하도록 설계하다보니 월 7만 5천원에 150GB, 월 5만5천원에 8GB라는 기형적인 5G 요금구조가 탄생했다. (관련기사 : 2019.05.17. 뉴스톱 '150G는 7.5만원, 8G는 5.5만원...왜 이리 차이나나')

 그 결과 저가요금제로 갈수록 불과 1-2천원 차이에도 상당히 큰 데이터 요율 차이가 발생했다. 실제로 6만원 이상의 LTE 고가요금제 구간에서는 월 요금 1만원마다 데이터 요율 차이가 불과 160원대원에 불과하지만 6만원 미만의 저가요금제 구간에서는 6천원이 넘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LTE 5만원과 5만5천원 요금제는 불과 5천원 차이에도 약 3천원 가량의 상당히 큰 데이터 요율 차별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LTE 요금제도 5만원(1GB당 12,500원)이 아닌 5만 5천원 요금제(1GB당 9,390원)로 설정하여 5G 5만5천원 요금제(1GB당 6,875원)와 데이터 요율을 비교하면 그 요율 차이는 45%가 아닌 약 27%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도 과기부는 이러한 차별적인 요금구조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이 그저 현재 존재하는 LTE 5만원 요금제(1GB 당 12,500원)와 5G 5만5천원 요금제(6,875원)의 데이터요율만을 기계적으로 직접 비교하여 45%의 데이터 요율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는 엉터리 분석을 묵인했다. 자문위도 이런 과장된 인하율을 바탕으로 고가의 5G 요금제를 인가권고하기에 이르렀다. 국민 모두의 공공자산인 ‘주파수’를 기반으로 대다수의 국민들이 사용 중인 ‘기간통신서비스’인 이동통신 요금을 정하는데 이통사는 물론 주무부처인 과기부마저도 형식적이고도 기계적이며 안이한 검증 방식을 고수해온 것이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으로 돌아온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2편에서 계속]

 

필자 김주호는 참여연대 민생팀에서 3대 가계부담(통신비, 대학교육비, 주거비) 해소와 소비자 권리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대기업본사의 갑질 불공정,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행위를 막고 상가법 개정 등 중소상공인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활동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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