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적자, 불매운동에 거래 오류까지...위기의 쿠팡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7.2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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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7시부터 약 4시간 동안 한국의 대표적 전자상거래업체 쿠팡의 모든 상품이 품절로 표시돼 주문을 할 수 없는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쿠팡은 “재고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의 기술적 문제로 인한 장애였다”며 불편을 겪은 소비자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하지만 파장이 작지 않습니다. 정말 단순한 시스템의 문제였는지 의문은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다, 한국의 e커머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쿠팡 반나절 먹통>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몸집만 키웠다

한달 카드 결제액 1조원. 지난해 매출액 4조4227억원으로 2년만에 두배 이상 증가. 올해 매출은 6조원대 예상. 수치로 본 쿠팡입니다. 쿠팡은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e커머스, 전자상거래업체입니다. 업종 성격상 홈페이지의 결제 시스템이 회사 가치의 상당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시스템에 오류가 생긴 겁니다.

24일 모든 상품의 재고가 일괄적으로 ‘품절’로 떴습니다. 서버가 다운돼 접속이 어려운 경우는 가끔 있지만 홈페이지 접속은 되는데 주문만 불가능한 이런 재고 시스템 오류는 흔한 일이 아닙니다. 쿠팡이 내부 시스템 오류라는 해명을 했지만 외부 해킹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날 오전 11시 일단 주문이 복구가 됐지만 모든 상품의 재고는 일괄적으로 5개로 표시되는 현상은 오후 5시까지 계속됐습니다.

당일 배송으로 유명한 쿠팡은 최근 급격히 몸집을 키우고 있습니다. 전국 12개 지역 물류센터를 지난해에 24개로 확대했습니다. 배송을 담당하는 쿠팡맨 4000명을 포함해 2만4천명을 고용하면서 인건비 지출만 1조원에 달합니다. 쿠팡은 줄곧 “우리는 IT회사”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몸집 키우기에만 신경을 쓰느라 정작 IT시스템과 보안에 투자를 안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2. 엎친데 덮쳤다

쿠팡은 최근 ‘일본 불매운동’ 대상에 올라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면 최근 쿠팡을 탈퇴했다는 글이 심심치않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일단 쿠팡이 일본기업이란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쿠팡은 2010년 한국계 미국인 김범석 대표가 세웠으면 미국의 쿠팡LLC가 지분 100%를 보유한 외국계기업입니다. 2015년과 2018년 두차례 재일교포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주도하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총 30억달러, 3조원 넘는 투자를 받았습니다. 이 펀드는 일본계 자금뿐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자금이 모인 글로벌 투자펀드입니다. 외국계자금 투자유치를 한 것인데 딱히 부정적으로 볼 일이 아닙니다.

배당금이 일본인에게 간다는 소문도 있지만 쿠팡은 계속 영업손실을 기록중입니다. 이익을 못냈기에 배당이 나갈 이유도 없습니다. 쿠팡측에서는 쿠팡의 성장을 방해하려는 일부 집단이 있는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불매운동 대상이 되어 당장 매출액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여기에 시스템 오류가 더해졌습니다. 쿠팡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간편하고 빠른 주문과 당일배송 등 특화된 서비스와 신뢰였습니다. 주문이 불가능했던 4시간동안 따로 공지조차 안 한 것도 문제입니다. 이번 전산오류와 거래중지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쿠팡이 타격을 받은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3. 치킨게임의 끝은?

쿠팡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무려 1조970억원이었습니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라고 하지만 영업손실이 매출액 4분의 1에 달할 정도로 그 규모가 큽니다. 한국의 전자상거래업체는 최근 몇 년간 적자를 감수한 출혈경쟁을 계속했습니다. 이 치킨게임의 결과는 업체마다 수백억원에서 1조원에 달하는 적자와 자본잠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대기업들까지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1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e커머스 시장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신세계는 1조원을 투자했고, 롯데쇼핑은 3조원을 투자했습니다.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의 홈페이지 먹통 사태가 벌어진 겁니다. 쿠팡은 기존 업체중 규모는 가장 컸지만 이런 출혈경쟁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 지 알 수 없습니다. 기존 업체간 인수합병설이 솔솔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금융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쿠팡, 이베이, 그리고 SK의 11번가가 결국 합칠 것이란 전망도 내놨습니다. 쿠팡의 이번 홈페이지 먹통 사태의 여파는 지켜봐야 합니다. 매출에 타격을 입힌다면 결과적으로 한국의 e커머스시장 재편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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