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은 정말 ‘폴리페서’ 논란에 ‘내로남불’했나?

  • 기자명 이고은 기자
  • 기사승인 2019.08.0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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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이 이른바 ‘폴리페서(Politics+professor)’ 논란에 휩싸였다. 조 전 수석은 7월 31일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돌아가기 위해 복직 신청서를 제출, 8월 1일자로 교수직에 복귀한다. 서울대는 학교가 준용하고 있는 교육공무원법 제44조에 따라 공무원으로 임용될 경우 휴직을 할 수 있고, 임용 기간이 끝나면 30일 내로 복직을 신청해야 하도록 정하고 있다. 복직 신청을 하지 않으면 면직될 수도 있지만, 신청만 하면 자동으로 복직된다.

앞서 7월 30일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SNU Life)’에는 “조국 교수님 학교 너무 오래 비우시는 거 아닌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글쓴이는 “평소에 폴리페서 그렇게 싫어하시던 분이 좀 너무하는 것 아닌가”라며 조 전 수석을 비판했고, 이 내용은 언론을 통해 다수 보도됐다. 특히 조 전 수석의 행보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해온 일부 보수 언론들은 조 전 수석이 서울대 교수 시절 ‘폴리페서’를 비판했던 이력에 주목하며 ‘내로남불’이라며 강하게 공격했다.

그 근거로는 조 전 수석이 2004년 서울대 교내 신문인 <대학신문>에 기고한 칼럼 “교수와 정치-지켜야 할 금도(襟度)”에서 “해당 교수가 사직하지 않는다면 그 기간 동안 새로이 교수를 충원할 수 없게 된다”며 교수의 정치 참여에 따른 학원 공백을 비판한 부분이 사용됐다. 또 조 전 수석이 2008년 4월 서울대 교수 80명과 함께 당시 18대 총선에 지역구 후보로 출마한 서울대 김연수 교수(사범대)를 비판하며 ‘폴리페서 윤리규정’을 마련할 것을 학교 측에 건의하는 데 앞장 선 이력도 거론됐다. 그렇다면 정말 조 전 수석은 과거 ‘폴리페서’에 대해 비판해온 잣대를 자신에 대해서만 관대하게 적용하는 ‘내로남불’을 하고 있는 것일까.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출처 : 청와대 홈페이지 동영상 갈무리

 

조국이 비판한 ‘폴리페서’는 정당공천 줄선 ‘선출직 공무원’

우선 2004년 칼럼의 내용을 살펴보면, 조 전 수석은 대학교수의 정치 참여를 무조건 비판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교수와 정치권이 건강한 상호관계를 맺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주권자이자 지식인으로서 교수가 정치에 무감할 수 없고, 교수의 전문적 식견과 정책능력이 정치권에 반영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전제했다.

칼럼에서 그가 문제 삼은 ‘폴리페서’의 전형이란 “특정 정당소속 출마후보자의 자격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심사해야 하는 공천심사위원이었던 교수가 자기 자신을 후보로 선정하고 출마하는 경우, 정치적 중립성이 철저하게 요구되는 시민운동의 중핵으로 활동하던 교수가 갑자기 시민운동을 그만 두고 정당 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경우,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연구는 방치한 채 정치권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데 힘쓰다가 출마하는 경우 등”이다. 교수로서 쌓은 성취를 정치권(국회) 진출의 발판으로 삼는 ‘선출직 공무원 지망생’들의 기회주의적 행태를 문제 삼은 것이다.

2008년 주장한 ‘폴리페서 윤리규정’ 역시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예규를 마련하라는 내용이다. 건의문에는 △지역구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에 출마하려는 교수는 공천신청 직후나, 선거사무실 개소 직후 휴직계를 제출할 것 △후보에서 낙천되거나 낙선, 혹은 당선 후 임기가 만료돼 복직할 경우 단과대학 및 본부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칠 것 △선출직 공무원을 위해 휴직한 경우 복직 후 안식년 없는 의무복무기간을 부과할 것 등이 담겨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장차관 등 임명직 고위 공무원과 국제기구로 진출하는 교수들의 휴·복직에 대해서는 전공과의 연관성, 한국학계의 국제적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선출직 공무원과 동일하게 규율하기는 곤란하다”면서 교수들이 전문 지식인으로서 정치·사회 참여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을 언급한 바 있다. 결국 선출직 공무원이냐, 임명직 공무원이냐를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조 전 수석의 행보가 과거 자신의 주장이나 행동에 배치되는 바는 아님을 알 수 있다.

 

현행법상 국회의원 ‘당선’ 때만 교수직 사직해야 

대학에서의 임명직 공무원에 대한 잣대는 선출직 공무원과 다르다. 특히 서울대에서는 현직 교수들이 휴직 상태로 임명직 공무원으로 일한 경우가 여럿으로,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법대)과 권오승 권익위원장(법대)은 3년 임기직을 지냈다. 대부분의 대학들도 임명직 공무원으로 일하기 위한 교수들의 휴직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선출직 공무원인 국회의원에 당선된 경우는 교수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2013년 12월 10일 대학교수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경우 교수직을 휴직할 수 있는 조항을 삭제하고 사직하도록 한 이른바 ‘폴리페서 금지법(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통과됨에 따라서다. 다만 대학교수 신분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당선 후에만 사직을 해야 하는 것어서, 출마 과정에서 교수로서의 업무에 소홀히 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낙선 후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더라도 교수 신분에는 변함이 없다. 결국 대학 강단을 비우고 교수들이 정치에 참여함에 따라 학생들이 입게 되는 학습권 침해의 문제는 남는다. 또한 “새로이 교수를 충원할 수 없게 된다”고 조 전 수석이 지적했듯, 임명직 공무원으로 일하기 위해 휴직함으로써 공석이 된 교수직에 신규임용을 할 수 없는 한계도 있다. 학원 공백은 선출직이냐 임명직이냐와는 무관한 또 다른 문제다.

한편 폴리페서를 제어하기 위해 개정한 법이 대학교수들의 무분별하게 선거판에 기웃거리는 행태를 방지하는 효과는 어느 정도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머니투데이 the300의 분석 결과, 20대 총선에 도전한 대학교수(주요 4개 정당 후보의 7.1%)는 19대 총선 대비 1.3%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페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커짐에 따라,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도의상 교수직을 먼저 사직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2016년 총선 출마를 선언한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장관 임기 종료 후 서울대 복직 논란이 벌어지자 선거 전 사직서를 제출한 바 있다. 2009년에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였던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후보자 신분일 때 사직서를 제출했다.

시대와 국민의 눈높이는 계속해서 변화하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조 전 수석과 같이 휴직 상태로 교수직을 유지하는 임명직 공무원(국무위원)의 겸직을 금지하고자 하는 목소리도 있다. 2017년 7월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교수가 국무위원 등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용될 경우 휴직을 금지하는 ‘교육공무원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는데, 현재 해당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 계류 상태다. 

조 전 수석의 ‘폴리페서’ 논란을 지켜보며 우려되는 한 가지는 그가 15년 전 칼럼에서 언급했듯, 교수가 전문 지식인으로서 정치에 참여하며 민주주의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행위가 ‘폴리페서’라는 부정적 프레임에 의해 무분별하게 매도되는 일이다.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대학교수라는 간판을 이용하는 경우와 학자로서 쌓은 지식과 성취를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정치에 참여하는 경우는 구분되어야 하지 않을까? 조 전 수석을 ‘내로남불’이라 비판하는 언론들은 그 둘을 구분하지 않은 채, ‘폴리페서’라는 부정적 이름만을 논란에 활용한다. 이런 보도는 결과적으로 전후 맥락을 지우고 여론을 호도할 수 있어 위험하다. 이는 조 전 수석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와는 별개의 문제다.

※ 2019년 8월 1일 오전 10시 : 독자 지적에 따라, 임명직 공무원 겸직 시 신규 교수충원을 할 수 없는 ‘학원 공백’ 문제점에 대해 추가 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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