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경원은 유승민에게 러브콜을 보냈나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8.0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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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공개적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 의원과 통합을) 안 하면 우리 당은 미래가 없다”며 “유 의원이 총선에서 서울에 출마하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말했습니다. 7일 최고위원 중진 연석회의를 마친 뒤에도 “유승민 의원과 통합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 반대하는 우파의 가치를 같이 할 수 있는 모든 분이 함께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발언의 파장은 컸습니다. 보수통합론이 정치권의 핫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통합론 꺼낸 나경원>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1. '친일프레임'을 깨라

현재 정치권의 핫 이슈는 ‘친일’입니다. '사케를 마셨나, 안마셨나' 가지고 정치공방을 벌일 정도입니다. 이슈의 블랙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상황은 자유한국당에게 유리하지 않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아마추어 국정 운영으로 현 상황이 초래됐다고 주장하며 일본과 협상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에 굴욕외교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여 '친일정당'이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나 원내대표가 김현정 뉴스쇼에 나와 “민주당에 친일파 후손이 더 많다”며 친일프레임으로 역공을 시도했지만 근거를 대지 못해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민경욱 의원이 '독도는 우리땅' 피켓을 들고 일인시위를 벌이는 등 애국마케팅을 했지만 별 도움이 안되는 상황입니다. 현 국면에서 해볼 건 다 해봤지만 정치적 이득을 보지 못했다는 겁니다.

어제 나 원내대표가 유승민의원에게 던진 러브콜은 국면 전환 의미가 있습니다. 잠재되어 있던 보수통합론을 수면위로 끌어올린 것인데, 오랜만에 일본이 아닌 다른 이슈가 정치권 주요 뉴스로 등장하게 됐습니다. 일본과의 갈등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친일 이슈가 계속되면 총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정세판단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입니다. 보수통합이란 화두를 꺼낸 뒤 상황을 봐가며 정개개편을 시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2. ‘TK 자민련’을 피해라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한 자유한국당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청량제 같은 인터뷰"였다며 "당이 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한 용기 있는 구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서 "이런 구상이 현실화될 수 있길 기대한다"며 "나 원내대표의 끊임없는 노력과 유 전 대표의 대승적 큰 결단을 기대해본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김진태 의원은 “원내대표의 월권이고 개인 의견”이라며 “당내 의견이 전혀 모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저렇게 불쑥 개인 이견을 던지는 건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두 사람이 전체 자유한국당 의원의 의견을 대표하지는 않지만 대체적 당내 분위기는 읽을 수 있습니다. 강경보수 성향의 소위 친박계는 유승민 의원과의 통합에 부정적인 반면, 온건보수 성향의 소위 비박계는 통합에 적극적이란 겁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친박계는 대구경북(TK)에 지역구를 둔 의원이 많고, 비박계는 부산경남(PK)과 수도권에 근거를 둔 사람이 많습니다. 수도권에 기반을 둔 비박계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대구경북에서만 의석을 확보하는 'TK 자민련'으로 전락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씁니다. 직접적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서울 지역구의 나경원 원내대표가 총대를 매고 보수통합에 나선 것입니다. 왼쪽에는 유승민을 오른쪽에는 황교안을 두고 중도와 보수를 모두 공략하겠다는 생각입니다.

 

3. '불난 집 부채질' 해라

불난 집은 바른미래당입니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당권을 놓고 소위 당권파와 바른정당계열 의원들간의 내홍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손학규 대표는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당권을 장악한 뒤 자유한국당과 합당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연일 공격을 하고 있었는데, 어제 나 원내대표의 러브콜은 결정타가 됐습니다. 손 대표는 "유승민 의원이나 유승민 의원 계열과 나 원내대표나 한국당이 구체적인 얘기를 진행하고 있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며 “유 의원은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어제 유 의원은 나 원내대표를 따로 만난 적이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없었다"며 "지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유 의원 입장에서는 바른미래당 당권 장악이 우선입니다. 그래야 만에 하나 자유한국당과 보수통합을 하더라도 몸값을 올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나 원내대표의 러브콜은 유승민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 출신 바른미래당 의원 전체를 겨냥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나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바른미래당 갈등이 더 격화되고 원심력이 커지며 바른미래당이 쪼개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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