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장 불안감 키우는 가짜뉴스' 규제 시동 건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8.1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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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하다”며 “근거없는 가짜뉴스나 허위정보, 과장된 전망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말한 가짜뉴스/허위정보는 최근 유튜브 동영상으로 돌고 있는 내용이며, 예를 들면 '일본에 여행가면 1000만원 벌금을 내야 한다', '불화수소가 북한으로 가서 독가스의 원료가 된다'는 등의 내용이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밝혔씁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가짜뉴스를 직접 언급한 것은 올해 1월 8일에 열린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였습니다. 7개월만에 가짜뉴스를 다시 언급한 문 대통령,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8월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34회 국무회의.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1. 시장을 앞세웠다

문재인 정부는 수차례 가짜뉴스의 폐해를 언급했습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치매설과 건강이상설이 유튜브를 통해 확산됐고, 북한이 국민연금 200조원을 요구했다는 루머도 돌았습니다. 지난해 10월 이낙연 총리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관계부처에 강력한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가짜뉴스/허위정부는 줄지 않았습니다. 올해 4월 강원 산불 당시 문 대통령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는 주장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허위정보대응 TF'를 만들라는 지시를 했습니다.

지금까지 청와대가 주목한 가짜뉴스는 대체로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 신상에 관한 왜곡이나 정부 정책에 대한 왜곡이었습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올초에 "정부정책을 부당하게 또는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고 폄훼하는 가짜뉴스 등의 허위정보가 제기됐을 때 초기부터 국민께 적극 설명해 오해를 풀어야 한다”며 가짜뉴스에 대한 해명을 제대로 하라고 주문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문 대통령이 '시장과 경제에 악영향'을 언급했습니다. 기존과는 다른 접근입니다. 한일 갈등이 심화로 국가적 위기 상황인데, 가짜뉴스에 한국경제의 건전성에도 영향을 준다는 접근을 했습니다. 가짜뉴스 규제에 대한 좀더 강한 명분이 있다고 밝힌 겁니다. 

그동안 상시적으로 이뤄진 대통령 개인에 대한 왜곡은 참을 수 있고, 정부 정책에 대한 잘못된 해석도 용인했지만, 허위정보로 불안감을 키우는 행동은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겁니다. 현재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정부는 하반기 경제 안정을 명분으로 대대적인 가짜뉴스 단속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2. 방통위원장의 선택

최근 방송통신위원장이 새로 임명되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한상혁 신임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허위 조작 정보와 극단적 혐오 표현은 규제 대상”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가짜뉴스 허위조작정보는 표현의 자유 보호 범위 밖에 있다”며 “다른 나라 입법례를 보고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방침은 전임 이효성 방통위원장과 대비되는 것입니다. 지난해 10월 이낙연 총리의 ‘가짜뉴스와의 전쟁' 선포 뒤, 각 부처는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주무부서인 방통위는 고강도 대책을 내놓으라는 강한 압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진실을 판단하는데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가짜뉴스 규제보다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이런 입장 때문에  이 위원장이 최근 스스로 사퇴를 했음에도 일각에서 경질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신임 방통위원장이 공개적으로 가짜뉴스 규제 필요성을 밝힌 상황에 대통령의 가짜뉴스 규제 필요성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가짜뉴스 규제는 구체화될 전망입니다. 한상혁 체제의 방통위는 유튜브나 카카오톡을 통해 퍼져있는 허위정보에 대응하는 기구를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3. 또다시 조국에 쏠리는 눈

공교롭게도 허위정보 규제 주무부처인 방통위와 함께 단속부처인 법무부도 수장이 교체됐습니다. 조국 신임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선택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조 후보자는 과거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의 법적 책임에 대해 여러 논문을 남겼는데 대체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2014년에 펴낸 저서 <절제의 형법학> 서문에서 조 후보자는 "형법을 통하여 특정 도덕이나 사상을 강요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적 기본권을 제약·억압하는 것에 반대한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 방침은 가짜뉴스 규제로 가고 있고 법무부가 단속에 앞장서야 하는 상황입니다. 전임 박상기 장관 시절 법무부는 허위조작정보를 적극적으로 규제한다고 말은 밝혔지만 새로운 법을 도입하지는 않았습니다. 학자로서의 소신과 장관으로서의 의무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향후 법무부장관 조국의 선택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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