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슈퍼예산'으로 거덜난다? 실제는 긴축재정 중

  • 기자명 이상민
  • 기사승인 2019.08.1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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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정부 예산안 작성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및 기금 계획안을 9월 3일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정부안에서 삭감할 것은 삭감하고 증액할 부분은 증액해서 확정하게 된다.

내년도 정부 지출안의 규모는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 그러나 벌써부터 내년도 정부예산안 규모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적절한 재정 규모에 대해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내수 경제를 부양할 수 있도록 정부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합리적이지만, 건전재정을 위해 증가 폭을 적절히 조절하자는 주장도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재정 상태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정파적인 다툼으로 전락할 수 있게 된다.

 

조선일보는 '3년 새 예산 100조원 증액, 포퓰리즘이 나라 살림 거덜 낼 것'이라는 비교적 과격한 제목의 사설을 게재한 바 있다. 중앙일보는 '530조원까지 거론되는 초수퍼예산 뒷감당할 수 있나'란 사설을, 매일경제는 '여당이 요구한 超슈퍼예산, 총선용 돈풀기 아닌가' 사설을, 파이낸셜뉴스는 '당정, 내년 '초슈퍼예산'은 과욕이다'란 사설을 비슷한 시기에 냈다. 제목은 다르지만 내용은 최근 재정이 지나치게 증대되었기 때문에 내년 예산 증액도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재정이 지나치게 증대되었다는 말이 사실일까? 지난 2017년 정부지출이 400조원을 돌파했을 때, 많은 언론이 ‘사상 최초’로 400조원을 돌파했다며 ‘슈퍼예산’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2018년 429조원의 정부 지출안을 발표했을 때도 대부분 언론에서 ‘슈퍼예산’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정부와 여당도 스스로 적극적 재정지출을 위한 ‘확대 예산’이라고 설명하고 자유한국당은 과도한 슈퍼예산이라고 평했다. 그러니 18년도 예산은 ‘적극적 재정확대’와 ‘과도한 재정확대’ 중간 어딘가 위치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결산 기준을 통해 지난 2017년, 2018년 재정 수치를 돌아보면 ‘슈퍼예산’이라는 표현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보통 정부지출 증감률을 분석할 때, 본예산 기준을 통해 정부 총지출 증감률을 비교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이는 추경 규모가 누락되어 경제적 실질에 맞지 않는 부분이 발생한다. 만약 추경이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지출이라면, 이를 제외하는 것도 합리적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사실상 연례적인 행사일 때는 이를 누락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이에 추경은 물론 실제 집행한 정부 지출액을 나타내는 결산 기준이 경제적 실질에 맞는 정부지출 규모를 보여주는 기준이다.

*2011-2018 결산기준 총수입 vs. 총지출 규모변화 (단위: 조원, %)

 

총수입

(A)

증감률

총지출

(B)

증감률

통합재정수지

(A-B)

2011

323

 

304.4

 

18.6

2012

341.8

5.8%

323.3

6.2%

18.5

2013

351.9

3.0%

337.7

4.5%

14.2

2014

356.4

1.3%

347.9

3.0%

8.5

2015

371.8

4.3%

372

6.9%

-0.2

2016

401.8

8.1%

384.9

3.5%

16.9

2017

430.6

7.2%

406.6

5.6%

24

2018

465.3

8.1%

434.1

6.8%

31.2

*연도별 결산 자료 취합

 

2012년 정부 총지출 증가율은 6.2%, 2015년 증가율은 6.9%다. 2017년, 2018년 정부 총지출 증가율 5.6%, 6.8%와 비슷한 정도다. 특히, 총수입 증가율은 2016년부터 급증했다. 총수입이 크게 증대하는 상황에서 그에 상응하는 정도로 정부지출을 늘리지 못하면 긴축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민간의 자금을 정부가 흡수하는 것만큼 지출하지 못하면 그만큼 민간 자금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그래프로 보면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 연도별 결산 규모, 2016년부터 총수입 대비 총지출 증가가 크게 못미친다.

 

2016년 부터 총지출 규모가 총수입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고 점점 크게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총수입에서 총지출 규모를 뺀 통합재정수지는 2016년 이후 많이 증가하여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사상 최대로 커지게 된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복지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 수지(주, 사회복지기금 적립금이 통합재정수지 결과를 왜곡 할수 있다는 단점을 보완하고자 사회복지기금을 제거한 재정 수지)도 지난 2017~18년 매우 양호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도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 국가부채는 보통 현금주의 개념으로 정부채무 규모를 나타내는 국가채무(D1)와 발생주의 개념으로 비영리공공기관의 부채까지 포함하는 일반정부부채(D2), 그리고 공기업 부채까지 포괄하는 공공부문 부채(D3)로 따로 집계한다. 경제규모가 커질 수록 GDP 대비 부채 규모가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D1 부채비율은 2016년 부터 정체하고 있으며, D3는 지난 2011년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을 정도로 매우 건전한 재정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2011-2018 국가부채 규모 및 GDP대비 국가부채비율 변화 (단위: 조원, %)

 

국가채무

(D1)

GDP 대비

일반정부부채

(D2)

GDP 대비

공공부문부채

(D3)

GDP 대비

2011

420.5

30.3

459.2

33.1

753.3

54.2

2012

443.1

30.8

504.6

35

821.1

57

2013

489.8

32.6

565.6

37.7

898.7

59.9

2014

533.2

34.1

620.6

39.7

957.3

60

2015

591.5

35.7

676.2

40.8

1,003.50

60.5

2016

626.9

36

717.5

41.2

1,036.60

59.5

2017

660.2

36

735.2

40.1

1,044.60

56.9

2018

680.7

36

       

*기획재정부

 

이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결국, 실제 결산 결과를 보면, 지난 2017~18년 슈퍼예산을 통해 정부지출이 크게 늘어서 재정여력이 적어졌다는 평가는 틀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 결산 결과는 사실상 긴축재정이란 사실을 시사한다. 정부가 재정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적극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다만, 이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이어졌던 세수 급증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세수가 정체될 것으로 예측되는 올해는 통합재정수지가 약 1조원 정도 흑자에 그치고 국가채무 규모도 GDP 대비 약 37.2%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19년 추경예산기준) 그러나 여전히 통합재정 수지는 흑자를 유지한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하던 GDP 대비 40%라는 국가채무 비율 기준으로 평가해 보아도 크게 여유 있는 비율이다.

정리하면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나라 재정은 사실상 긴축 재정이었으며 재정수지와 부채비율 등 재정 상황은 매우 좋아졌다. 이를 좋게 표현하면, 재정 건전화를 통해 재정 여력을 비축해 놓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나쁘게 표현하면, 내수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올해 2019년은 수입이 정체되고 지출 증가도 비교적 높은 비율로 (9.5%, 추경 기준) 증대되었으나, 여전히 통합재정수지는 흑자재정을 유지하고 부채비율도 건전하게 지켜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상황을 공유한 상태에서 2020년 정부 지출 규모를 논의해야 현실에 기반을 둔 논의가 될 수 있다. 모든 논의와 논쟁은 정확한 현실 분석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최근 빌 게이츠가 전국의 모든 미국 대학 졸업생들에게 직접 책을 구입해서 선물해서 큰 화제가 된 책이 있다.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라는 책이다. 사실충실성이라고 번역되는 신조어다.  팩트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다. 팩트풀니스는 인권, 빈부격차, 건강 등의 수치가 과거보다 최근 개선되고 있다는 팩트를 보지 않고 현재를 지나치게 나쁘게 보는 경향을 지적한 책이다.

누군가가 빌 게이츠 처럼 최근 재정 수지를 지나치게 나쁘게 보는 정치인들이나 일부 언론에게 정부 결산서를 나눠줬으면 좋겠다. 아니, 정부 결산서는 정부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 할 수 있다는 정보만이라도 알려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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