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세마리' 뇌물 여부에 이재용 구속이 달렸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8.2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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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3시 대법원의 국정농단 사건 선고가 내려집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종 형량이 내일 선고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에게는 운명의 날인데요. 최종판결이 어떻게 날지는 오리무중입니다만, 경우의 수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있습니다. <국정농단 대법원 선고 D-1>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KBS 화면 캡처.

1. 식어버린 관심

어제 오후 2시, 법원은 국정농단 대법원 선고 공판 방청권 추첨식을 가졌습니다. 일반인 방청권에 총 88석이 배정됐는데 신청은 81명으로 경쟁률은 0.92대 1이었습니다. 미달이 된 것인데 과거 재판과 비교가 됐습니다. 2017년 5월 박근혜 1심 첫 공판 경쟁률은 7.7대 1이었습니다. 2017년 8월 이재용 1심 선고 방청 경쟁률은 15.1대 1을 기록해 최고의 관심을 보였습니다. 2018년 1월 이재용 2심 선고는 6.6대 1, 2018년 3월 박근혜 1심 선고는 3.3대 1, 2018년 8월 박근혜 2심 선고는 2대 1이었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국정농단 관련자들이 이미 단죄받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는 점, 다른 하나는 조국 청문회와 일본 경제보복 이슈가 다른 이슈를 덮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국민들 관심이 낮아서 법원과 삼성 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겁니다.

 

2. 관건은 ‘말 세 마리’

이번 대법원 판결은 사실상 ‘이재용 판결’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박근혜·최순실명은 대법 판결이 어떻게 나더라도 20년 안팎의 실형이 불가피한데, 이재용은 '실형이냐, 집행유예냐'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2심에서 이재용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박근혜는 징역 25년, 최순실은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 받았습니다.

이번 대법 판결의 핵심은 개별 판결에서 나타난 모순을 해결하는 겁니다. 각각의 2심 판결에 따르면 이재용은 승마관련해 36억원을 건냈는데, 박근혜·최순실은 87억원을 받은 것으로 결론이 나 있습니다. 37억원 상당의 승마용 말 3마리를 뇌물로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이재용 1심에선 영재센터 지원금 16억이 뇌물로 인정됐는데 2심에선 영제센터 지원금이 뇌물로 인정 안 돼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횡령의 경우 50억원이 넘으면 무기 혹은 5년 이상 징역, 5억이상 50억 미만일 때는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게 됩니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 징역에만 줄 수 있기 때문에 뇌물공여 액수가 매우 중요합니다.

시나리오는 크게 세가지가 나오고 있습니다. 첫째는 이재용 형 확정-박근혜 파기환송. 이재용의 승마 뇌물액을 36억원으로 인정한 이재용 2심을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이 경우 이재용은 집행유예가 확정되어 자유인이 됩니다. 하지만 뇌물수수는 1억원 이상만 받아도 10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해 판결이 박근혜 형량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겁니다. 두 번째는 박근혜 형 확정-이재용 파기환송입니다. 박근혜 2심 결과를 받아들여, 이재용과 박근혜가 주고 받은 뇌물 액수가 87억원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재용은 다시 징역형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세 번째는 이재용-박근혜 재판 모두 파기환송 가능성입니다. 뇌물액수는 따지지 않고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따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안종범 수첩은 이재용 2심에서는 증거능력이 인정 안 됐는데, 박근혜 2심에선 일부 수용이 됐습니다. 이 경우 뇌물에 대한 판단을 대법이 직접 내리지 않아 대법이 부담을 던다는 장점은 있지만 법원마다 다른 판단은 결국 조정을 해야 합니다.

 

3. 이어지는 도미노

이번 판결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사건이 여러 개입니다. 첫 번째는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소위 '삼바 분식회계' 수사 건입니다. 이재용 2심은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대법원도 승계작업을 위한 묵시적 청탁이 없었다고 판단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사의 핵심전제, 이재용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가 이뤄졌다는 논리가 추후 재판과정에 인정이 안될 가능성이 생깁니다. 검찰로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6억7천만달러, 약 1조원 규모의 ‘투자자-국가 소송’입니다. 이들은 박근혜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재용의 묵시적 청탁을 받았고 박근혜의 지시를 받은 국민연금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삼성에 유리하도록 합병에 찬성해 결과적으로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에서 이재용의 경영승계를 위한 묵시적 청탁이 인정되면 엘리엇이 소송에서 유리해진다는 분석인데요. 이런 주장은 특히 이재용 집행유예를 바라는 보수언론과 경제지에서 주로 제기하고 있습니다. 엘리엇에게 대한민국 정부가 승소하려면 이재용에게 무죄를 줘야 한다는 논립입니다. 하지만 국민연금 때문에 엘리엇이 1조원 피해를 봤다는 주장을 엘리엇이 증명을 못해 대법원 판결과 이 소송이 무관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

세번째는 삼성그룹입니다. 최근 언론에는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은 선고 당일에도 흔들림없이 현장경영을 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상태입니다. 일본과의 갈등 국면을 활용해 예의 재벌경제기여론을 최대한 퍼트리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이 논리가 받아들여지든 아니든, 이재용 재구속 여부에 삼성 그룹이 크게 동요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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