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0.98명...'저출산 대책' 대신 비정규직 철폐가 낫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8.29 09: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8일 통계청이 ‘2018년 출생 통계’를 발표했습니다. 가임기 여성이 평생 출산하는 아이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이 0.98명을 기록했습니다. 세계 유일의 0명대 출산율입니다. 역대 어느 나라도 한국보다 출산율이 낮은 적이 없습니다. <세계 유일 출산율 0명대 한국>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역대급 행진은 계속된다

통계청 자료에선 ‘역대’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계속 등장했습니다. 2018년 출생아 수는 32만6800명으로 역대 최저였습니다. 평균 출산 연령은 32.9세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35세 이상 고령 산모가 차지하는 비중은 31.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결혼 후 첫 아이를 출산하기까지 기간은 2.16년으로 사상 처음으로 2년을 넘겼습니다. 합계출산율도 0.98명으로 역대 최저입니다. 0명대 출산율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합니다. OECD 평균은 1.65명입니다. OECD는 1.3명 이하를 초저출산국으로 분류하는데 한국은 OECD국가중 유일하게 17년째 초저출산국입니다.

이 통계를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현재 한국 사람은 결혼을 안 합니다. 결혼을 해도 늦은 나이에 합니다. 애를 낳더라도 늦게 낳습니다. 이런 징후는 2000년대 초반에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2006년부터 저출산 기본계획을 내놓고 돈을 쏟아부었지만 초저출산 트렌드를 막지 못했습니다. 

 

2. 150조 제대로 썼나

2006년 저출산 기본계획이 수립된 이후 지금까지 쓰인 저출산 예산은 약 152조원입니다. 매년 평균 11조원씩 쏟아 부었지만 효과가 없습니다. ‘헛돈 쓰지 말고 차라리 애 낳으면 현금 1억원씩 주라’는 조롱이 쏟아지는 이유입니다. 저출산 대책 예산은 어디에 쓰였을까요. 신혼부부 주거지원, 난임부부 지원, 무상보육 및 교육 확대, 아동수당 지급, 공공어린이집 확대, 돌봄교실 등에 투입됐습니다.

정부부처는 본인들 사업을 국가 어젠다 사업으로 포장하는 관행이 있습니다.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사업’, ‘가족여가 프로그램 개발 사업’, ‘해외취업지원 사업’ ‘국가장학금 지원 사업’ 등도 저출산예산으로 잡혔습니다. 저출산 예산 금액이 적지 않은데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십여년간 대책이 효과가 없었다면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3. 빈곤한 상상력, 진부한 정책

출산율은 단순히 애를 낳느냐 안 낳느냐 문제가 아닙니다. 언제 취업이 될지 모르고 간신히 들어간 회사에서 언제 잘릴지 몰라 불안한 사회, 집을 사는데 수십년이 걸려 포기해야 하는 사회, 여유가 없어서 결혼은 물론 연예조차 포기하는 사회. 막상 애를 낳아도 맞벌이 중 한명은 그만둬야 하는 사회, 초과근무가 일상이어서 온가족이 달려들지 않으면 키울 수 없는 사회. 헬조선에서 애를 낳는 것이 이상합니다. 여성이 애낳는 기계가 아닙니다.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보고 출산장려 대상으로 접근하는 이상 출산율은 회복될 수 없습니다.

통계를 보면, 전국에서 출산율이 제일 높은 곳은 1.57명의 세종시입니다. 서울은 0.76명으로 가장 낮았습니다. 세종시가 가장 높은 이유는 잘 알려졌다시피 공무원 비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고용안정성이 출산율에 영향을 끼치는 핵심적 요인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1970~80년대 부모들은 지금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못살아도 애를 많이 낳았습니다.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수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출산 장려 정책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신기루입니다. 근본적으로 진단이 잘못되니 엉뚱한 진단이 나옵니다. 셋째 낳으면 출산 장려금 1천만원 주는 지자체가 있는데 1천만원 받으려고 셋째 낳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될까요. 역설적으로 저출산 문제는 해결할 필요 없습니다. 계급간, 젠더간, 연령간 사회불평등을 감소시키면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일각에서 지적한대로 여성의 고학력은 원인이 아닙니다.

현재의 상상력으로는 해결이 안됩니다. 대범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근본적으로 사회계약을 다시 써야 합니다. 비정규직 제도를 법으로 금지하거나, 전 국민에게 매달 100만원씩 기본소득을 주는 혁신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도 저도 안되면 저출산대책 포기하고 해외 이민자 숫자를 늘리는게 노동력 유지 차원에선 차라리 현실적 대안이 될 것입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