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집회 참여단체 계보도를 완성하다

  • 기자명 이승우 기자
  • 기사승인 2019.09.18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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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박근혜를 석방하라’ ‘문재인은 퇴진하라’·····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집회구호와 그에 응답하는 함성이 울려 퍼진다. 매주 토요일 오후, 서울역과 광화문 일대에서 개최되는 태극기 집회와 그 행렬은 서울 도심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토요일 오후에 서울 중심지를 지날 때 버스보다 지하철을 이용하게 되었다. 지평선처럼 길게 이어진 비슷한 구호의 물결은 눈과 귀를 피로하게 만든다. 몇 년은 된 것 같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단체들이 언제부터 태극기 집회를 열고 있을까? <뉴스톱>이 두 달 간의 현장취재와 집회주최단체 홈페이지, 유튜브, 언론보도, 논문과 SNS를 바탕으로 <태극기 집회 계보도>를 완성하였다.

태극기 집회 계보도. 제작: 이승우

 

‘박근혜 하야’ 한창일 때 시작된 태극기집회

태극기 집회는 전국 곳곳에서 대통령 하야 촉구 촛불집회가 한창 일 때 시작되었다. 많은 언론들과 자료들은 2016년 11월 19일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이하 박사모)이 개최한 집회를 태극기 집회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도 집회가 열렸었다.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이하 새한국)은 11월 10일에, 다른 보수단체들도 11월 12일에 각각 집회를 진행했다.

초창기에는 박사모와 새한국이 태극기 집회를 진행하였다. 박사모는 당시 친박단체를 대표하는 단체였다. 이 시기부터 지금까지 집회를 열고 있는 새한국은 2014년 5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만들어진 단체다. 새한국은 서울역 광장안산mbc 앞 등 다양한 장소에서 집회를 진행하다가 최근에는 청계천 소라탑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새한국 집회모습 촬영: 이승우

 

2016년 12월 탄핵 가결 후, 박사모를 비롯한 여러 보수단체들은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을 결성하였다. 이전에 진행되었던 태극기 집회 보도에서 박사모만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아래 표에 나타나듯, 탄기국은 탄핵이 선고되는 시기까지 태극기 집회를 주도하였다. 2017년 2월 18일 탄기국은 국민저항운동본부(이하 저항본부)를 발족했다. 저항본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다음 날인 3월 11일 첫 집회를 개최하였고, 이후 5월 12일까지 매주 주말에 대한문 앞, 코엑스 등 서울 곳곳에서 집회를 열었다.

 

탄핵 이후 시작된 분열

탄핵 선고 후 태극기 집회는 계속되었지만, 주최 단체들은 분열되기 시작했다. 2017년 4월 11일 저항본부는 조원진 의원을 후보로 선출했다. 이에 반발한 사람들은 “민주적 절차라고 보기 힘든 방식으로 대선후보를 선출”했다고 하며 태극기시민혁명국민운동본부(이하 국본) 창립총회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국본은 삼성동 무역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다가 이후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자리를 잡고 지금까지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국본의 집회는 우리공화당의 서울역 집회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국본 집회 전경 촬영: 이승우
국본 집회 전경 촬영: 이승우

 

이런 국본에서도 갈등이 발생하였다. 태극기 행동본부는 국본 지도부 내에서 갈등이 발생하면서 국본에서 분리되어 나왔다. 태극기 행동본부 대표 최병국씨는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태극기 단체가 여러 개로 쪼개진 데 대해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목적은 같았으나 정당 및 종교의 개입, 사익추구로 분열됐다.”고 말했다. 태극기 행동본부는 동화 면세점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다가 3월 7일, 300여 개 보수단체가 참여한 보수 통합단체인 ‘자유대연합’에 합류하였다. 자유대연합 이상진 공동대표는 단체 설립과정·계기를 밝히는 연설에서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태극기 집회를 한 곳으로 모으면 좋겠다는 애국시민의 염원에 힘을 얻어 모이게 되었다.”고 밝혔다. 자유대연합은 2018년 4월 교보문고 앞에서 자리를 잡고 최근에도 같은 장소에서 토요일마다 집회를 하고 있다.

자유대연합 집회 전경 촬영: 이승우
자유대연합 집회 전경 촬영: 이승우

 

 

같은 달 말, 태극기 행동본부는 일파만파 애국자 총연합(이하 일파만파)에 집회 자리를 넘겨주었다. 이전에 두 단체는 동화면세점 앞에서 함께 집회를 진행해왔다. 일파만파 김수열 대표는 “태극기행동본부(위원장 최영숙 자유한국당 중앙연수원 교수)가 동화면세점 집회를 이끌어오다가 지난 (2018년)3월말 우리 단체가 이어받았다”면서 “문재인 퇴진과 한·미 동행 강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파만파는 집회를 이어나가다가, 2018년 5월 12일 창립식을 갖고 현재까지 같은 자리에서 태극기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의 집회는 태극기집회 중 세 번째로 규모가 크다. 이후 2019년 1월 19일 태극기결사대는 이전 태극기 행동본부 집회를 이어받은 집회를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처음 개최하였다. 최근에도 이 집회는 같은 장소에서 진행되고 있다. 

일파만파 집회 전경 촬영: 이승우
일파만파 집회 전경 촬영: 이승우

 

태극기 결사대 집회 전경 촬영: 이승우

새누리당에서 시작된 분열들

국본의 창립과정에서 나타났듯, 새누리당의 창당과 대선후보 선출은 태극기 집회 단체의 분열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으로 말미암은 분열은 대선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새누리당의 대선후보였던 조원진 의원은 4만2천949표(0.31%)를 득표했다. 2017년 6월 1일 새누리당은 윤리위원회에서 조 의원에 대해서 당원권 정지 13개월, 조 의원 쪽 인물로 분류되는 14명에 대해서 제명, 탈당권유 등의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조 의원 측은 보도 자료를 통해 당의 결정을 강력히 반발했다. 같은 달 16일 새누리당은 윤리위원회를 통해 조 의원을 제명했다. 이에 조의원이 법적 조치로 대응하겠다고 하면서 당내 갈등이 심화되었다. 11월, 새누리당은 정치자금법 위반과 기부금법 위반 등의 혐의에 둘러싸였고 이후 새누리당의 활동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017년 7월, 조원진 의원은 “기존의 정당으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와 보수의 가치를 지킬 수 없다. 애국국민들의 열망을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보수우파 정당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며 대한애국당을 창당했다. 대한애국당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의 진실을 밝히고 무죄석방을 촉구하는 1천만명 서명운동을 펴겠다.”고 했다. 이들의 서울역 집회 주최 단체명이 천만인무죄석방본부(석방운동본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창당 이후, 대한애국당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집회를 진행하다가 지금은 서울역 광장에 자리를 잡았다. 대한애국당은 올해 6월 우리공화당으로 당명을 변경했고, 이들의 서울역 집회는 태극기 집회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우리공화당 집회 전경 촬영: 이승우
우리공화당 집회 참가자의 모습 촬영: 이승우
우리공화당 행진 모습 촬영: 이승우
행진 후 광화문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우리공화당 집회 참가자들 촬영: 이승우
행진 후 광화문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우리공화당 집회 참가자들 촬영: 이승우
행진 후 광화문에서 집회를 이어가던 중, 비를 피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온 우리공화당 집회 참가자들 촬영: 이승우

 

내분으로 분열된 보신각 집회

대한애국당이 창당된 2017년 7월, 또 다른 단체가 새누리당에서 떨어져 나왔다. 박근혜대통령구국총연합(이하 대국총)은 새누리당에서 내분이 격화된 7월 말에 분리되어 나왔다. 대국총 대표 신용표씨는 박사모 부회장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이들은 현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대국총 이전에 보신각 집회를 진행하던 단체는 박근혜대통령구명총앤명(구명총)이다. 이들은 2017년 7월 22일 보신각 앞에서 첫 집회를 열고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진행해왔다. 그러던 중, 구명총은 8월 2일부터 박근혜대통령구명총연합(이하 총연합)으로 자료이전을 실시하고 카페를 폐쇄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구명총이 총연합으로 합류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구명총은 같은 달 13일 카페폐쇄를 취소하였다. 집회비용상환비방문제를 비롯한 여러 부분에서 갈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후 총연맹은 구명총과 대국총 두 단체로 갈라졌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보신각 집회를 구명총이 처음 진행했기에 언론에서 구명총과 대국총을 혼동한 사례가 존재한다. 이에 대해 구명총은 “박근혜대통령구명총연맹이 구명총이라는 단체 줄임말을 특허청에 상표로 등록했다“고 하며 “구명총 대표는 신용표가 아니라”고 해당 보도에 대해 반박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이동하며 활동하는 단체들

한 곳에만 머무르지 않고 돌아다니며 집회를 여는 단체들도 있다. 태극기국민평의회(이하 태평) 대표는 2017년 5월, 서울구치소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집회를 시작했다. 다른 단체들과 다르게, 태평은 백악관 앞에서 위헌 파면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미국에서도 태극기 집회를 여러 번 개최했다. 태평이 한 자리에서 꾸준히 집회를 열기 시작한 것은 2018년 1월부터이다. 같은 해 1월 13일 태평은 중국대사관 앞에서 ‘태극기군대 제1차 반중친미집회’를 중국 대사관 앞에서 진행하였다. 태평은 이때부터 최근까지 토요일마다 미국대사관과 중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집회는 때에 따라 두 장소 중 한 곳에서만 진행되기도 한다.

태극기국민평의회 집회 전경 촬영: 이승우

자유대한호국단은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민주노총·전교조 규탄, 문재인 퇴진, 정의당 규탄, 삼성노조 규탄 등 다양한 주제로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들은 2019년 3월에 광주에 가서 5.18 민주화운동 명단 및 공적조사를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2017년 3월 결성된 이 단체는 같은 해 7월 8일 대학로에서 첫 집회를 열었다. 자유대한호국단은 국본대한애국당(현 우리공화당)의 집회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들은 2019년 2월 서울시청 근처에 천막을 설치하고 이를 단체의 베이스캠프로 삼고 있다. 최근 자유대한호국단은 연세대가 젠더·난민 등 여러 주제를 포함한 인권강의를 졸업 필수 이수 과목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 반발하는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 집회는 지난 9월 5일 연세대 정문 앞에서 ‘제1차 건학이념 무시하고 젠더과목 개설한 김용학 총장 사퇴촉구 집회’라는 이름으로 처음 열렸다. 이후 이들의 집회는 월요일마다 ‘문재인 퇴진 범국민집회’라는 이름으로 같은 장소에서 이어지고 있다.

 

‘카퍼레이드’를 하며 태극기 집회를 하는 단체도 있다. 미션310은 차량에 태극기와 스피커를 부착하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카퍼레이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토요일마다 서울시청 건너편에 있는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앞에서 불법탄핵, 문재인 퇴진 등을 주장하는 ‘시민 5분 발언대’ 집회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현재 미션310은 보수언론인 뉴스타운과 함께 ‘문재인 퇴진 국민계몽 전국투어’를 주관하고 있다. 태극기 집회 전국투어 격인 이 행사는 지난 8월 30일 서울에서 시작해 부산창원양산울산 등을 거쳐 9월 15일 인천에서 마무리 될 예정이다.

미션310 집회 전경 촬영: 이승우
미션 310 집회 참가자들의 모습 촬영: 이승우

태극기 집회 아니지만 태극기 집회 같은 집회

태극기 집회가 한창인 토요일 오후, 일파만파의 집회가 열리고 있는 동화면세점 옆 원표공원에는 얼핏 보면 태극기 집회 같은 행사가 열리고 있다. 전교조 해체, 민주노총 규탄, 문재인 퇴진 등 태극기 집회의 구호와 비슷한 내용의 현수막들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태극기 집회와 달리 이 집회에는 ‘박근혜 무죄석방’ 등과 같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호가 없다. 민주화 운동 참가자로 잘 알려진 장기표씨가 대표를 역임하고 있는 ‘국민의 소리’는 2019년 4월 13일부터 원표공원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이 집회가 태극기 집회가 아니라는 사실은 장기표씨의 발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장기표씨는 1차 토요집회에서 “문재인 정권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집권대체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며 “우리가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국민의 소리라는 정치결사체를 만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 소리 집회 전경 촬영: 이승우

 

 

각 단체별 태극기 집회 주최장소 제작: 이승우

한 데 뭉치기도 하는 태극기 집회

태극기 집회 주최단체는 집회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이유로 분열되어왔다. 여러 단체로 갈라져 다른 장소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광복절과 같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국경일에는 통합집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지난 8월 15일 가장 크게 태극기 집회를 열고 있는 단체들인 우리공화당, 국본, 일파만파는 통합집회를 진행하였다. 이중 국본과 일파만파는 이전에도 연합행진을 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2016년 11월, 첫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 그로부터 약 3년이 지난 지금, 두 개의 태극기 단체는 생성과 분열의 과정을 거쳐 열 개가 되었다. 이 과정을 추적하는 작업은 태극기 집회라고 다 같은 태극기 집회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10여개의 단체들은 토요일마다 광화문과 서울역 사이를 각자의 목소리와 태극기로 채우고 있다. 이제 태극기 집회는 서울의 일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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