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화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적폐'인가 아닌가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9.17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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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이래로 38년동안 논쟁의 대상이었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결국 백지화됐습니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16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에 부동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업추진단에서 마련해 온 생태계 훼손 방지 대책이 미흡하다는 이유였습니다. 환경부는 향후 추가 논의는 없다며 최종결론이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환경시민단체는 환영했고 강원도와 주민들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백지화된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시설 설치 예정도. 출처: 환경부

1. 적폐몰이 vs 국정농단 바로잡기

환경부 발표 이후 언론기사가 쏟아졌습니다. 눈길을 끈 것은 ‘적폐’였습니다. 케이블카 찬성측 반대측이 모두 ‘적폐’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환경부 결정을 옹호하거나 규탄했습니다. 수십년간 끌어온 오색케이블카사업이 날개를 달게 된 것은 2014년 10월 30일 박근혜 대통령이 평창군을 찾아 “설악산 케이블카도 조기 추진됐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뒤 였습니다. 환경부가 발벗고 나섰고, 2015년 8월 국립공원위원회가 이 사업을 조건부 승인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일대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후 환경시민단체 반발과 소송으로 사업은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적폐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2017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오색케이블카에 대해 “굳이 적폐라고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왜곡된 행정에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전체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제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등 시민단체는 “국정농단 세력에 휘둘렸던 국립공원위원회의 지난 잘못을 스스로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합리적이고 의미있는 결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양양군측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이 사업을 적폐로 규정했는데 이런 기류가 부동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찬반 모두가 ‘적폐청산’이라는 정치적인 프레임으로 이 결정을 해석하면서 결정을 내린 환경부는 큰 부담을 안게 됐습니다.

 

2. 끝이 아닌 시작

환경부 결정은 ‘38년 논쟁의 종지부’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일부 양양 주민들은 문재인 정권 퇴진 운동과 설악산 입구 폐쇄 조치에 나서겠다며 격앙된 상태입니다. 양양군은 “적폐사업 몰이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된 환경영향평가를 거부하고 왜곡된 잣대로 검토 평가된 검토기관의 신뢰성을 탄핵한다”며 김은경 전 장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원주지방환경청장과 관련자를 형사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강원도 역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김성호 강원도 행정부지사는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때 정상적으로 추진해온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좌절시킨 환경부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심판이나 소송 등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반발했습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어제 환경부의 면담요청조차 거부했습니다. 민주당 강원도당도 강력한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결국 부담을 떠안은 정부가 지역개발이라는 ‘당근’을 양양군과 강원도에 제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역발전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사업을 발굴해 양양군 등과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3. ‘케이블카 열풍’ 꺽일까

현재 전국 50여곳에서 케이블카 건설중이거나 설치 추진중입니다. 그야말로 케이블카 광풍입니다. 2008년 경남 통영사천, 2014년 전남 여수 등 일부 지역 케이블카 사업이 성공하자 지자체들이 너나할 것 없이 달려든 상황입니다. 현재 추진중인 대표적인 케이블카 사업은 포항해상케이블카, 부산해상관광케이블카, 울진의 왕피천케이블, 춘천의 삼악산 케이블카, 거제의 거제학동케이블카, 파주 임진각케이블카 등입니다. 모두 적게는 100억대에서 많게는 5천억원의 사업비가 책정되어 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해양생태계 파괴와 환경훼손 난개발등을 우려로 소송전까지 펼치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케이블카가 적자를 보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국립공원내 설치하는 케이블카의 경우 환경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번 결정이 앞으로 줄줄이 있을 케이블카 사업 환경영향평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됩니다. 만약 다른 사업은 모두 승인해준다면, 오색케이블카만 ‘적폐몰이의 희생양’이라는 강원도의 주장은 더 힘을 얻게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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