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자체 개혁안' 발표됐지만...'조국 수사'는 계속된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10.0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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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은 1일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나머지 검찰청의 특수부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 개혁안을 서둘러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린 지 하루만에 나온 대책입니다. 검찰은 이밖에 공개소환·포토라인·피의사실 공표·심야조사 등 수사관행을 개선하고 외부기관 파견 검사 전원 복귀 및 검사장 전용차량 이용 중단도 발표했습니다. <대통령 지시 하루만에 개혁안 내놓은 검찰>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개혁은 개혁대로

지난 26일 토요일 '검찰개혁'과 '조국수호'를 외치며 서초동에 수십만의 인파가 모인 다음날 윤석열 총장이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윤 총장은 "검찰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검찰은 충실히 받들고 그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이러한 입장을 수차례 명확히 밝혀왔고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입장문은 검찰개혁에 반대하기 위해 검찰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조국 장관에 대한 무리한 수사로 이어졌다는 비난에 대응한 것입니다. 

1일 대검의 발표는 검찰의 모범답안입니다. '우리는 반개혁세력이 아니라'는 무언의 항변이 담겨 있습니다. 개혁대상, 적폐로 몰리는 것에 대한 부담도 상당히 작용했을 겁니다. 어차피 검찰개혁이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면 스스로 개혁하는 모습을 보여주잔 의도가 깔려있습니다. 

 

2. 수사는 수사대로

지난 주말 서초동 집회에선 '검찰개혁'과 '조국수호'라는 두가지 구호가 울려퍼졌습니다. 집회 참가자 대부분이 검찰개혁에 대해 동의를 했지만 '조국수호'에 대해서는 약간의 이견이 있었습니다. 검찰개혁과 조국 장관에 대한 수사는 별개의 문제라는 인식을 가진 국민들이 제법 있다는 겁니다. 이런 인식은 검찰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찰개혁안 발표 이후 조국 장관에 대한 수사는 현재의 강도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첫 번째 이유는 지금 수사강도를 낮춘다면, 검찰 스스로 조국을 반대하기 위한 정치적인 수사였다는 걸 인정하는 모양새가 됩니다. 과거 CBS 권영철 기자가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서 말했던 내용이 있습니다. 윤석열 총장이 조국 사태를 보며 ‘이러다 문재인 정부 무너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는 말을 사석에서 했다는 겁니다. 검찰의 언론플레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애초에 검찰은 조국 수사를 소위 '애국심'과 '충정'에서 시작했다고 프레이밍한다는 겁니다. 그 기조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법무부 장관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는 것은 승부수를 띄운 겁니다. 최소한 장관 본인은 아니더라도 가족이나 관련인에 대한 혐의 입증은 자신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두 번째는 이미 수사는 상당부분 진척이 됐기 때문에 더 무리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것은 소위 '먼지털이식' 수사 관행이었는데요. 수십곳을 압수수색하고 딸 일기장도 가져가고, 11시간동안 자택에 머물면서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커졌습니다. 검찰은 이미 압수수색으로 증거는 다 확보했고 퍼즐을 맞춰 기소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앞으로 무리한 수사라고 욕을 먹을 이유가 별로 없다는 거죠.

세번째는 수사의 형평성입니다. 앞으로 패스트트랙 수사 등 정치권을 대상으로 하는 수사를 지속해야 합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자녀 입시의혹 관련 고소고발도 양쪽에서 다 들어온 상태입니다. 한 쪽의 수사를 무마한다면 공정성에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조국 수사 수위를 낮춘다면 야당의 반발이 엄청 클 것입니다. 게다가 윤 총장은 박근혜 정권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을 윗선에서 무마하려고 하자 공개적으로 반발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수사 강도를 낮춘다면 검찰 내부에서 동일한 비판이 불거질 것입니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수사는 수사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검찰은 조만간 조국 장관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를 비롯해 관련자 기소에 들어갈 겁니다.

 

3. 서초동에서 여의도로

검찰의 자체 개혁안에 대해 정치권의 반응이 애매합니다. 청와대는 검찰 발표 2시간 뒤 “국민이 바라는 검찰 개혁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짧게 발표했습니다. 민주당은 개혁안이 미흡하다는 입장입니다.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장인 박주민 최고위원은 “검찰이 어떻게 민주적 통제를 받을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이 주장에는 모순이 있습니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은 제도개선이나 법 개정을 통해 달성해야 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검사장 직선제 같은 것을 검찰이 먼저 발표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검찰 개혁 관련, 현재는 국민의 시선이 서초동에 향해 있지만 이제는 여의도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수사개시권, 수사종결권, 기소권, 영장청구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검찰은 전 세계에 대한민국 밖에 없습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쪼개서 상호견제가 되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인 검찰개혁입니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는 공수처 법안과 검경수사권조정안은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권의 협상과 양보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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