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측발' 홍콩...제2의 '엑소더스' 조짐이 보인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10.08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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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가 계엄령과 함께 ‘복면금지법’을 지난 5일부터 실시한 이후 홍콩 민주화 시위는 오히려 격화되고 있습니다. 모든 대중집회에서 복면 착용을 금지한 이 법을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형 혹은 2만5천홍콩달러(약 38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이에 복면금지법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사흘째 벌어졌고, 경찰과 시위대가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습니다. 홍콩 주둔 중국군 막사에는 영어로 “경고, 여러분은 법을 위반하고 있으며 기소될 수 있다”는 경고문이 올라왔습니다. 일부에서는 “임시정부 수립”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장면 3개로 본 일촉즉발 홍콩>으로 현 홍콩의 상황을 알아보겠습니다.

1. 2차 엑소더스의 시작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홍콩인들은 대거 이민에 나섰습니다. 중국이 일국양제를 인정하며 홍콩의 자치를 인정하자 이민 행렬이 줄어들었는데, 이번 홍콩의 반송환법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이민이 다시 크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우선 대만 이민이 크게 늘었는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올해 1~7월 대만이민자가 전년동기대비 28% 증가했습니다. 지난 6월에는 홍콩의 국회인 입법회를 점거했던 시위대 30여명이 대만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한 바 있습니다. 대만은 같은 중국인인 홍콩인의 이민을 환영한다는 입장입니다.

아예 유럽 미국으로 떠나는 사람도 증가추세입니다. 최근 홍콩 백만장자 100여명이 아일랜드로 투자이민을 신청했습니다. 아일랜드는 100만유로(약 13억원)을 투자하면 영주권을 주는 이민 프로그램을 운용중입니다. 포르투갈 이민도 급증하는 중입니다. 포르투갈은 수백년동안 마카오를 통치했고 마카오는 1999년 중국에 반환됐습니다. 마카오 주민들은 우대조치 덕분에 포르투갈 시민권을 획득하는게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홍콩주민들은 인근에 있는 마카오의 친척을 이용해 포르투칼 시민권을 획득하는데 사실상 유럽연합EU 시민권을 갖게되는 효과가 있어서 포르투갈어를 배우려는 사람들도 문전성시라고 합니다. 이런 탈출도 돈과 정보가 있는 사람만 가능한 것입니다.

 

2. 차이나머니에 굴복한 NBA

최근 미국프로농구 NBA가 홍콩시위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휴스턴 로케츠 단장인 대럴 모레이는 지난 4일 자신의 트위터에 “자유를 위한 싸움, 홍콩을 지지한다”, “Fight for Freedom, Stand with HongKong”이라는 글을 올렸는데. 중국의 반발이 심해지자 삭제했습니다. 휴스턴 로케츠는 과거 야오밍이 선수로 뛰어서 중국팬들이 좋아하는 팀입니다. 로케츠는 중국어 유니폼이 별도로 있을 정도로 중국시장 공략에 공을 들여왔습니다. 중국 농구협회, 중국 운동복업체 리닝, 상하이푸둥개발은행 등이 모레이 트윗을 비난하며 로케츠와의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에 틸만 페르티타 로케츠 구단주는 “모레이는 로케츠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MVP를 수상한 적이 있는 로케츠의 제임스 하든과 러셀 웨스트브룩은 "우리가 사과한다. 우리는 중국을 사랑한다"는 기자회견까지 했습니다. NBA도 성명을 내고 “모레이의 발언이 로케츠와 NBA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심지어 나이키 중국 홈페이지는 발빠르게 휴스턴 로켓츠 관련 물품을 제거했습니다. 애플의 경우 홍콩경찰의 위치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해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관영 환구시보는 "난폭한 폭도들이 법적 제재를 피하게 돕는다"며 "홍콩 거리에서 폭도들이 불을 지르고 난장판을 벌일 때 홍콩맵라이브의 트위터 계정은 폭도들에게 경찰의 위치를 알려줬다"고 주장했습니다. 애플 매출액이 얼마나 타격을 입을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중국정부는 홍콩시위를 지지하는 그 누구라도 불매운동으로 굴복시킬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중국이 홍콩시위에 대해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는 사례입니다.

 

3. 조커에 열광한 홍콩

지난 3일 영화 조커가 홍콩에서도 개봉했습니다. 영화 조커는 미국을 제외하곤 한국에서 압도적으로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이 흥행 대열에 홍콩도 동참하는 추세입니다. 흥행실적은 홍콩 박스오피스 발표전이라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각종 영화 사이트 예매 순위와 관심도에서는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영화 자체가 상당히 전복적인 내용인데다 영화 속 장면 일부가 홍콩 시위를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영화 말미의 복면 데모 장면은 복면금지법이 내려진 현재의 홍콩 현실과 대비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어릿광대를 뜻하는 샤오초우란 단어와 주인공 호아킨 피닉스 등은 검색 순위 상위권을 장악했습니다. 게다가 중국 본토에서 만든 소위 ‘중국판 국뽕’을 담은 <나와 나의 조국>이란 영화는 개봉 1주만에 3400억원 흥행수익을 올릴 정도로 중국에서는 흥행하고 있지만 홍콩에서는 예매순위 9위로 1위를 기록한 조커와 크게 대비되고 있습니다. 홍콩시민들은 문화생활에서도 중국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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