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중앙일보가 회원사인 SNU 팩트체크가 좌파성향?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10.23 09: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정감사장에 【뉴스톱】이 또 등장했습니다. 지난 4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의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 비판에 【뉴스톱】이 언급된 데 이어, 이번에는 지난 21일 열린 방통위·방심위·시청자미디어재단 국정감사장이었습니다.

같은 자유한국당 소속의 정용기 의원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시청자미디어재단이 발행한 「미디어 역기능 예방 교육 가이드」라는 시청자 교육 교재에서는 【뉴스톱】 【서울대 SNU 팩트체크】 두 사이트를 통해 팩트체크를 하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 두 곳은 좌파성향의 사이트임이 드러나고 있다.”며, “결국 시청자교재에 좌파성향의 팩트체크 사이트를 추천하는 것은 어느 견해에 취(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팩트체크를 하겠다는 취지에서 벗어나 좌파적인 생각을 주입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용기 의원실 보도자료 중 일부

 

시청자미디어재단이 만든 미디어리터러시 교재 내용 문제삼아

정 의원이 언급한 교재는 「생애주기별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교재 - 미디어 역기능 예방 교육 가이드」가 정확한 명칭입니다. 해당 교재는 어린이·청소년·학부모·성인·실버 세대 등 모두 다섯 개의 생애주기별로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교육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EBS 지식채널e’와 시사저널·미디어스·한겨레·중앙일보 기사 등을 사례로 미디어에 대한 이해, 거짓정보, 팩트체크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교재는 서문에서 “과잉 정보 시대에 온라인,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전달되는 허위정보에 대응하는 시민의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함양에 있다. 미디어 정보는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생산 유통되는 정보를 의미한다. 교재는 기본적으로 미디어 정보의 의미와 활용, 미디어 정보의 영향력, 좋은 정보와 거짓 정보의 구별, 허위정보의 유해성 등의 내용이 차시별로 제시되도록 구성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교재에서 【뉴스톱】과 【서울대 SNU 팩트체크】가 등장하는 부분은 모두 세 곳입니다. ①학부모를 위한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교육-팩트체크에 도움이 되는 사이트(89쪽) ②실버세대를 위한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교육–살펴보기(150쪽) ③부록-참고할 만한 사이트(168쪽)

특히 마지막 참고할만한 사이트로는 【뉴스톱】과 【서울대 SNU 팩트체크】 외에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 IFCN】, 【미국 팩트체크닷오알지】, 【미국 폴리티팩트】, 【워싱턴포스트 팩트체커】, 【프랑스 크로스체크】, 【팩트체킹데이 학습지도안】, 【유네스코 허위뉴스에 대한 교육 지침서】, 【프랑스 미디어교육기구 끌레미의 미디어와 정보 교육 프로그램】 등도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모두 세계 유수의 팩트체크 기관이거나 언론입니다.

 

50여명 외부필진 가운데 일부를 문제삼아 "좌파성향" 주장 

【뉴스톱】은 정용기 의원실에 【뉴스톱】과 【서울대 SNU 팩트체크】를 ‘좌파성향’이라고 한 근거에 대해 문의했습니다. 의원실에서는 뉴스톱 객원필자에 ‘참여연대’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있고, 다른 객원필자들 가운데에도 비슷한 성향의 필자들이 있어서 그렇게 판단했다고 알려왔습니다. 

하지만 일부 필진의 정치적 성향으로 매체 전체의 성격을 규정짓는 것은 매우 성급할 뿐더러 무모한 행동입니다. 뉴스톱에는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지 않는 필자가 다수며, 일부 보수성향의 필진도 기고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참전용사 초청 오찬'이 올해가 처음? 김영삼·이명박 정부 때도 불렀다> 기사에서는 지난 6월 24일 참전용사만 청와대 영빈관으로 불러 위로연을 연 것이 역대정권 최초라는 청와대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을 한 바 있습니다. 【뉴스톱】은 문재인정부의 공약 이행을 점검하는 ‘문재인미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년간의 공약이행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완료된 것은 13%라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검증에는 많은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뉴스톱】은 팩트체크 전문 언론사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2017년 6월 출범 후 1년이 조금 넘은 시점인 2018년 12월 한국온라인편집기자협회가 시상하는 온라인저널리즘 어워드 뉴스스타트업부문상과 2019년 1월 미디어공공성포럼 언론상을 수상하는 등 언론계에서 인정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뉴스톱은 현재 홈페이지에 소개된 객원필자만 35명이고, 비정기적인 기고와 반론 등으로 칼럼이 소개된 필자를 포함하면 약 50명의 필진을 두고 있습니다. 정 의원실에서 좌파성향이라는 단정한 두 곳 외에도 과학계 법조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성향의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팩트’에는 성향이 없습니다. 기사에서 확인한 ‘팩트’를 놓고 어떻게 해석할 지는 독자의 몫이지만, <뉴스톱>은 독자의 선택이 어긋나지 않도록 IFCN의 팩트체킹 원칙 규정에 맞춰 전체 맥락의 팩트를 제공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 뉴스톱의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보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좌파’라는 표현은 군사정권과 그 뒤를 이은 보수정권에서 반대진영을 옥죄는 의미를 많이 쓰였습니다. 게다가 극우 진영에서는 중도는 물론 우파와 중도우파도 좌파로 몰아가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한국에서 좌파는 본래 의미보다는 정쟁의 도구로 주로 쓰였습니다. 정용기 의원실이 뉴스톱을 좌파로 규정한 것은 뉴스톱의 정당한 팩트체크에 색깔을 덧씌우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용기 의원의 “뉴스톱은 좌파성향”이라는 주장에 대한 검증은 여기까지로 하겠습니다. 판단은 독자분들의 몫입니다.

 

SNU팩트체크센터는 조선·중앙도 참여하는 '플랫폼'

정 의원은 【서울대 SNU팩트체크센터】도 좌파성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역시 무리한 주장입니다. 국내에서 팩트체크 전문 사이트로 잘 알려진 곳은 현재 【뉴스톱】과 【SNU팩트체크센터】 두 곳 뿐입니다. 전 세계 유일의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인 IFCN과 협업이 가능한 이유입니다. 실제로 뉴스톱은 최근 IFCN이 주도한 유엔총회 연설 팩트체크에 전 세계 17개국과 공동으로 팩트체킹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SNU팩트체크센터는 팩트체킹 언론이 아니라, 주요 언론사들이 팩트체크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플랫폼’입니다. 박근혜정부 때 여당추천 방송통신심의위원을 지냈던 윤석민 서울대언론정보연구소장의 주도로 2017년 3월 KBS·SBS·YTN·조선·동아·중앙 등 14개 회원사로 출범해 현재 27개 언론사들이 자체적으로 선별해 공급하는 기사들로 콘텐츠를 채우고 있습니다. 윤석민 교수는 오랜 기간동안 조선일보에 칼럼을 게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27개 언론사에는 현 정부에 비판적인 조선일보·중앙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TV조선 등이 포함된 반면, 소위 대표적인 진보언론이라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없습니다. 최근 서초동 집회 200만 주장에 대해서는 회원사인 뉴스톱과 중앙일보 TV조선이 모두 팩트체크를 했고, 대체로 사실 아님, 혹은 전혀 사실 아님이라는 비슷한 결론을 내기도 했습니다.

출처 : SNU팩트체크센터 홈페이지

자체적으로 출고하는 기사가 없는데다가 기사를 공급하고 있는 27개 회원사의 면면을 보면 SNU팩트체크센터가 좌파성향이라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어 보입니다. 누구든 주장을 할 때는 정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팩트체크는 언론 뿐 아니라 정치인도 반드시 거쳐야하는 절차입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