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공정' 언급 3배 증가...정시 확대로 '승부수'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10.2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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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대통령이 22일 국회에서 2020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습니다. 2017년 추경안 연설을 포함해 4번째 시정연설입니다. 35분의 연설동안 ‘공정’이란 단어가 27번 나왔습니다. 여당은 입퇴장 포함 29번 박수를 쳤고, 자유한국당 의원은 항의의 표시로 손으로 X를 표시했습니다. <공정을 27번 언급한 문대통령 시정연설>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3배 늘어난 ‘공정’

문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에 혁신, 포용, 공정, 평화 등 네가지 목표가 담겨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공정 10회, 혁신 12회, 포용 18회, 평화 8회 언급했습니다. 올해엔 공정을 27회, 혁신을 20회, 포용은 14회, 평화는 11회 언급했습니다. 가장 극적으로 늘어난 단어는 공정으로 지난해에 비해 2.7배 증가했습니다. 한국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느낀 사람이 많아진 것만큼, 대통령의 ‘공정’ 언급이 정비례해 증가한 것입니다.

이번에는 역대 어느 때보다 여야 반응이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문 대통령이 “공정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고 말하니 야당측에서 “공정을 이야기하지 말라”는 외침이 나왔습니다. 공수처 얘기를 할 땐 야당에선 “안돼요 공수처”라며 팔을 교차해 엑스자를 그리는 행동을 했습니다. 조국이란 단어도 여러차례 나왔습니다. 대통령 및 정부 여당이 생각하는 공정과 야당이 생각하는 공정이 확연하게 다름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2. ‘정시 확대’ 승부수

어제 연설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바로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언입니다. 문 대통령은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유은혜 장관을 비롯한 교육부는 정시확대는 없다는 입장이며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제도 보완을 언급해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정시확대를 언급하니 교육부는 현재 고1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2년부터 정시확대를 반영한다는 대책을 급하게 내놨습니다. 정시 확대는 전체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과는 배치되는 방향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지지율 하락에 얼마나 마음이 급해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조국 사태 전후로 입시 불공정에 대한 분노가 커지면서 현재는 정시 확대에 대한 여론이 더 높지만, 몇 년전만 해도 과도한 사교육 폐해로 정시를 줄이고 다양한 입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실제 필기시험위주 입시가 더 불평등하다, 정시가 확대되면 사교육시장의 부활로 부유층이 더 유리하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게다가 교육문제는 한 방향으로 의견이 합치된 적이 없고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이걸로 지지율을 끌어올린 사례가 없습니다. 사시존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로스쿨이 개천에서 용나는 것을 막는다며 사시 부활을 외치고 있는데, 정시 확대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당장 학부모단체, 교육단체별로 대통령의 방침에 찬반 양론으로 입장이 나뉘고 있습니다.

 

3. 갈 길 먼 공정사회

어제 대통령의 시정연설과 비슷한 시간에 경기도내 5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위험의 외주화 금지법을 제정하라”는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이들 시민단체는 “1년에 2400여명, 하루평균 6~7명의 노동자가 일하다가 사망한다”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산재 발생률은 정규직의 1.5~6.4배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산재사고 사망률을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했지만 2017년 산재 사망 964명에서 2018년 971명으로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지난 20일 광화문에서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선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지난 한 달간 언론보도로 확인된 사망 이주노동자가 여러명입니다. 9월10일 경북 영덕 한 오징어 가공업체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 4명이 지하탱크를 청소하다 유독가스에 질식사했습니다. 9월 24일 경남 김해 생림면에서 일하던 태국노동자 1명이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공무원 단속을 피하다 추락사했습니다. 10월 11일엔 20대 네팔노동자가 한국 온 지 불과 보름 만에 공장의 조형틀에 깔려 숨졌습니다.  대한민국의 불공정은 입시현장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이건 생존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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