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대만 대정전 탈원전 정책 때문"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7.08.1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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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대만 내 전력공급이 예고 없이 중단되면서 대만 가구의 3분의 2가량이 폭염 속에서 대정전 사태를 겪었다. 국내 일부 언론은 이를 대만의 탈원전 정책과 연관시키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대만 정전 사태가 정말 탈원전정책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 뉴스톱에서 팩트체크했다.

 

대만 <연합보>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대만 타오위안 다탄 화력발전소가 고장나 전력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대만전력공사가 전력공급 제한조치에 나서며 828만 가구에 전기가 끊겼고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다. 결국 책임을 지고 리스광 경제부장(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정책위 성명을 통해 “대만이 원전폐기를 선언하고 천연가스(LNG) 발전비중을 50%, 재생에너지는 20%로 올리겠다고 했지만, 전력예비율이 떨어지자 두 달 전 원전 2기를 재가동하다 일어난 예기치 못한 사태”라며, “대만처럼 탈원전을 밀어붙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게 사전 경고장을 날린 셈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사고의 원인은 인재

<블룸버그> 등 외신은 이번 사고가 가스공사 직원이 실수로 가스밸브를 2분 동안 잠그면서 벌어진 ‘인재(human error)’라고 밝혔다. 그로 인해 LNG 발전소에 들어가는 가스공급이 중단되면서 발전소가 가동을 멈췄다는 것이다.

대만의 전력 위기는 이달 초부터 심상치 않았다. 화롄 허핑발전소의 송전탑이 태풍으로 쓰러지고 타이중 발전소의 7호기와 1호기가 잇따라 고장나면서 대만 전역에 대규모 전력공급 제한의 우려가 컸었다. 여기에 폭염으로 전력사용량이 최대피크 기준 3600만kW까지 상승하면서 전력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져 있었다. (관련기사) 각종 사고가 겹치면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일부의 탈원전정책 비판에 대해 대만 차이잉원 총통은 “정부의 정책방향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이번 사고가 우리의 결심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 것”이라며 탈원전정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만은 대정전이 벌어지기 전인 올해 초부터 정비를 위해 3기의 원전에 대해 가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블룸버그는 대만 에너지국의 자료를 인용해, 2016년 기준 전체 전력 생산량 가운데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석탄(46%)과 LNG(32%)보다 낮다고 보도했다.

탈원전에 따른 준비 부족도 원인

한겨레신문은 대만이 대정전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겪게 된 가장 큰 원인에 대해 “‘에너지 전환’에 대한 채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을 꼽았다. “대만에서 본격적인 탈원전 논의가 벌어진 시기는 민진당이 정권교체를 한 2000년이다. 당시 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천수이볜 총통은 룽먼 4호기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정치권에 탈원전 논의를 제안했다. 그러나 2008년 국민당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탈원전 논의도 원점으로 돌아갔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벌어지면서 ‘탈원전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국민당 정부도 룽먼4호기 건설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했다. 2015년 재집권에 성공한 민진당은 “2025년까지 원전 제로”를 선언했다.

결국 지난 17년간 두 차례의 여야 정권교체와 잦은 정책 변경으로 인해 대체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대만정부는 노후 원자력발전소의 수명에 맞춰 10년 안에 ‘원전 제로’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에 상응하는 전기수급 계획은 제대로 수립하지 못했다. 일관성없는 정책과 준비부족이 부른 사고인 셈이다.

한국은 2079년 이후에 탈원전 계획

이에 반해 한국 정부는 현재 가동을 준비하고 있는 신고리 4호기의 설계수명(60년)이 끝나 ‘퇴역’하게 될 2079년까지를 가장 빠른 ‘원전 제로’ 시기로 보고 있다. 대만과는 탈원전까지 54년 차이가 난다. 탈원전 이후를 대비할 시간이 그만큼 넉넉하다는 의미다.

산업자원부는 대만 대규모 정전 관련 입장자료를 통해, “대만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의 직접적인 원인은 가스공급 차단에 따라 대만 총 발전설비의 10%를 담당하는 타탄 가스발전단지(420만kW)가 일시에 정지되면서 자동정전시스템이 작동하였고, 지역별 순환단전이 시행되었던 것으로, 원전중지 등 탈원전 정책의 시행이 대만 정전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 “제8차 수급계획을 통해 2030년 전력수요와 공급을 사전에 충분히 고려하면서 안정적 전력수급을 전제로 탈원전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일보는 가천대 홍준희 교수(에너지IT)의 말을 인용해 “대만 블랙아웃은 워낙 예비율을 낮게 가져가 날 만한 사고가 난 것”이라며 “중앙집중형의 거대한 발전소가 무너지면 어떠한 사태가 생기는지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또 “단일기 용량이 큰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와 같은 소형 분산형을 늘려야 공학적으로는 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톱의 판단

대체로 거짓

결국 이번 대만 대정전의 직접적인 원인은 ‘사람의 조작 실수’다. 2025년까지 8년 안에 ‘원전 제로’를 이루겠다는 대만의 목표와 상황은 2079년이 목표인 한국의 ‘탈원전 로드맵’과 다르다. 대만 대정전 원인이 원자력발전소 중단으로 인한 것은 아니지만 탈원전에 따른 안정적인 수급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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