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문재인은 공산주의자"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7.09.04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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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공산주의자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2017년 8월 31일 서울지방법원 1차공판

 

문재인 후보가 공산주의자라고 말하고 있는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노컷 TV 화면 캡처.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말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차 공판에서도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고 이사장은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 연방제 통일 주장, 국정원 해체 주장,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등이 공산주의자라는 증거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당시 후보는 고 이사장의 발언을 '종북몰이'라고 비난하며 명예훼손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고 이사장이 처음 문재인 후보를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한 것은 2013년 1월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 하례회'다. (아래 영상 참조) 이 발언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되자 고 이사장은 2015년 10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했고 계속 본인의 주장을 고수했다.  

먼저 동영상을 보자. 고 이사장은 본인을 부림 사건의 담당 검사라 소개하며, 노무현 대통령 및 문재인 대선 후보도 부림사건의 변호사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무현 정권 때 청와대 부산 인맥이라는 사람들이 전부 부림사건 관련 인맥”이라면서 “전부 공산주의 활동, 공산주의 운동을 하던 사람”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저는 문재인 후보도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라고 저는 확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변호사가 부림사건 변호?

부림사건은 1981년 9월 공안 당국이 독서 모임을 하던 학생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고문한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허위 자백을 받아 기소했고 법원은 유죄로 판단했다. 당시 부산지검 공안 책임자로 있던 검사 최병국이 지휘했고 수사 검사는 고영주였다. 당시 김광일 변호사와 함께 변론을 맡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한 계기가 된 사건이다. 

하지만 2014년 2월 재심을 통해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적으로 부림사건과 공산주의는 아무런 연관이 없게 된 것이다. 결정적으로 고 이사장은 인터넷 지식검색, 블로그, 카페 등의 글을 근거로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부림사건의 변호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부림사건의 변호를 맡지 않았다.

부림사건에 연루된 총 22명이 국가보안법, 계엄법, 집시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어 5~7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1982년 4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사법연수원생(12기) 신분이었다. 1980년 사법고시에 합격한 문재인 대통령은 1981년 사법연수원에 입소해 1982년 8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고 이사장은 이 같은 내용을 영화 <변호인>과 관련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정하기도 했다. 부림사건 변호인이라서 공산주의자라는 최초 주장의 사실관계부터 틀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주장을 추종한 사례들이라며 10여개의 이유를 댔다. 주장을 입증할 책임은 기본적으로 주장을 제기한 쪽에 있다. 따라서 고 이사장의 주장 중 내용이 불충분한 것은 팩트체크 대상에서 제외하고 명백하게 검증 가능한 내용에 대해서만 팩트체크했다.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야당 의원 시절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다. 그러나 2017년 대선때는 개정을 남북대치상황을 고려해 폐지보다는 개정을 주장해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공격을 받기도 했다. 지난 7월 보수정당인 바른정당은 '종북몰이 보수 청산' 토론회에서 최홍재  바른정책연구소 부소장은 "국가보안법 7조 폐지를 주장하면 종북이라고 한다. 그런데 유엔 인권위원회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즉 국가보안법 폐지는 유엔 및 시민사회단체에서 오랫동안 요구해왔던 것이므로 이를 공산주의자의 근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 

▶전시작전통제권환수, 한미연합사 해체, 미북평화협정 체결 등 주한 미군 철수 활동?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2006년 9월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사안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합의로 이뤄진 것이다. 2012년 4월 17일까지 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하기로 최종 결정됐다. 주로 보수진영은 전작권 환수에 반대했고, 진보진영은 전작권 환수 계획대로 이행을 주장했다. 전작권이 한국에 환수되면 북한이 오판할 수도 있으므로 계속 미국이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보수진영의 논리였다. 진보진영에서는 주권국가로서 국방을 다른 나라에 의존하는 것은 사실상의 주권포기이며 자주국방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도 전작권 연기로 독자적 방위역량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약해진다며 우려를 소개하기도 했다. 

주한미국 주둔 문제와 전작권 환수, 한미연합사의 작전 능력은 한미 공동의 조율로 이뤄지는 것이지 누군가 일방적으로 주장한다고 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연방제 통일 주장?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통일의 방법으로 국가연합이나 마찬가지인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주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북한의 혁명 노선에 부합하는 언동이라고 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국가연합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가연합은 남과 북이 각자 정치, 군사, 외교권을 행사하되 남북평의회를 거쳐 남북의회로 나아가 최종적으로 통일을 하자는 주장이다. 낮은 단계 연방제는 북한이 주장한 것이긴 하지만, 2000년 6.15선언 당시 남북이 국가연합과 낮은 단계 연방제가 공통점이 있으므로 이 방향으로 통일을 해 나가기로 발표한 비 있다. 국가 공식 통일 정책으로 인정된 것이다. 

▶통합진보당의 해산 근거가 된 '진보적 민주주의'를 지향?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이 통합진보당 해산의 근거가 되긴 했지만 지금까지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당시 헌재 판결문을 보면, 헌재는 통합진보당의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의 인민 민주주의와 동일한 이념임을 논증하기 위해 당내 종북세력의 발언과 저술을 광범위하게 인용했다. 즉 헌재의 판결은 북한을 추종하는 통합진보당 내 세력의 이념이 진보적 민주주의로 포장이 됐다는 의미다. 

실제 ‘진보적 민주주의’는 1915년 미국 정치사상가 허버트 크롤리에 의해 처음 공식화된 개념으로, 고전적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대중 참여를 확대하고 사회경제적 평등을 강화하자는 게 핵심이다. 진보적 민주주의는 마르크스주의를 토대로 한 사회민주주의와는 관련이 없는 이념이다. 미국식 자유민주주의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사상이다. 국가의 역할을 긍정하는 사회민주주의와는 다르게 지방분권과 권력 분점을 적극 지지하므로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와는 큰 차이가 있다. 진보적 민주주의를 지지한다고 해서 공산주의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란 의미다. 

결정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진보적 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 증거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지지ㆍ수호한다는 말은 한 적 있지만 진보적 민주주의를 직접적으로 거론한 적이 없다.

▶북한을 비호하는 행동?

고 이사장은 ▲국정원 해체 ▲통진당, 한총련, 전교조 등 비호 행위 ▲북한 인권 결의안 대북결재 파문 ▲북한의 주적 표기 반대 ▲집권시 북한을 우선 방문하겠다는 발언 ▲북한 핵 위협 받는 상황에서 조차 대북제재 반대하고, 오히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주장 ▲사드(THADD) 배치 불허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천안함 침몰’이라 표현하고, 북한책임을 주장하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를 비방함으로써 사실상 북한의 소행임을 부정 ▲한일 군사정보교류 협정 체결 반대 등이 공산주의자의 증거가 된다고 주장했다. 

하나씩 따져 보자. 문 대통령은 국정원 해체를 주장한 적 없으며 국내정보활동의 빌미가 되었던 대공수사기능을 경찰 산하 안보수사국으로 이관하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통합진보당, 한총령, 전교조 비호 행위는 고 이사장의 주장만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북한 인권결의안 파문은 지난 대선때도 논란이 됐던 내용으로 북한을 옹호하는 행위인지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 없다. 북한 주적 표기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TV 토론에서 "국방부로서는 할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할 말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주적이라는 표현은 이미 국방백서에서 쓰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당선이 되면 북한을 먼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풀기 위해 다른 나라의 양해를 구한 뒤 북한을 우선 방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당선 후에 가장 먼저 정상회담을 가진 나라는 미국이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는 박근혜 정부 당시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사안이다. 사드와 관련해서는 득보다는 실이 많고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고,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사드 재배치를 고려하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는 "참여정부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며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공사를 반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천안함 침몰'이라는 단어는 이미 일반인에게 보편적으로 쓰이는 단어로 북한 추종의 증거가 되기 어렵다. 한일 군사정보협정은 2016년 체결 당시 국민 59%가 반대했던 사안이다. 

▶“탄핵이 기각되면 민중혁명 밖에 없다”는 발언

문재인 후보는 2016년 12월 도올 김용옥과의 인터뷰에서 헌재의 탄핵 기각 가능성에 대해 "국민들의 헌법의식이 곧 헌법이다.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런 판결을 내린다면 다음은 혁명밖에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혁명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공산주의자의 증거라고 보기는 힘들다. 당시 촛불집회에에는 수백만명의 시민이 참여했고, 탄핵이 기각되는 것에 대해 강한 우려를 하고 있었다. 대의민주주의를 무시하는 발언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이미 박근혜 정부의 정당성이 무너진 상황에서 국민의 힘으로 국가를 정상화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산주의의 개념을 정의해보자. 본인을 한국의 공산주의자라고 자처하는 오세철 연세대 전 교수는 "공산주의자란 프롤레타리아면서 투쟁과 혁명으로 자본주의를 넘어선 사회를 건설하려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오 교수는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개혁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사람들이므로 자유주의자로 분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공산주의 노선을 포기했다. 북한은 2009년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의 '공산주의'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대신 주체사상, 선군사상을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고 명시해 김정일 일가의 지배체제를 공고히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을 추종한다는 증거는 전혀 없지만, 설령 북한의 주장에 동의한다고 가정해도 공산주의자는 아니라는 의미다. 

뉴스톱의 판단

거짓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고 이사장을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의 민·형사 고소를 함께 진행했으며, 지난해 9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고 이사장의 발언이 “문 후보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민사 소송과 형사소송의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게다가 고 이사장이 문 대통령이 공산주의자라는 증거라며 제시한 내용은 전부 공산주의와는 상관이 없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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