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도 불안한데, 기저귀는 안전한가?

  • 기자명 이고은 기자
  • 기사승인 2017.09.0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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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유해물질 파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많이 이용하는 맘카페 커뮤니티에서는 “기저귀는 안전한지 의문”이라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제조사가 상당수 겹치는데다 1회용 기저귀와 생리대의 기능, 재질, 성분이 비슷하다고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저귀 안전성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뉴스톱>이 기저귀 유해성과 관련해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들을 토대로 팩트체크했다.

 

1. 기저귀와 생리대는 동일한 정부기관에서 관리한다?

거짓. 생리대는 의약외품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허가대상이지만, 기저귀는 산업통산자원부(이하 산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에서 품질 및 안전성 관리를 하는 안전확인대상어린이제품이다. 기저귀는 의약외품이 아니어서 신고 대상이고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사후 관리 미흡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유사한 용도의 위생용품 감독 기관이 다르다는 지적에 따라, 산자부와 식약처는 기저귀의 관리 주무부처를 식약처로 이관하기로 지난해 7월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에 위생용품관리법이 공표됐고, 2018년 4월 이후 기저귀 역시 식약처가 관리할 예정이다. 현재 기저귀는 식약처의 관리 대상이 아니다.

 

2. 기저귀의 유해성은 생리대에 비해 낮다?

판단보류. 생리대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기저귀를 대용으로 썼더니 부작용이 줄었다는 소비자들의 경험담도 등장했다. 그러나 이는 검증된 사실이 아니다. 생리대 유해물질은 접착 부위에서 나온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Volatile Organic Compounds)인데, 기저귀에도 역시 접착제가 쓰이고 있기 때문에 같은 유해물질이 검출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국표원이 제시하고 있는 어린이용 일회용기저귀 안전기준을 살펴보면 산·알칼리(pH), 형광증백제, 폼알데하이드, 염소화페놀류, 아조염료(염색한 경우에만 해당) 등 5종의 유해물질 기준을 통과해야 하며, 또한 어린이제품 공통안전기준까지 모두 포함한 총 19종 대해 안전검사를 실시한다. 그러나 생리대의 경우는 색소, 산·알칼리, 형광, 포름알데히드 등 4종에 대해서만 기준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기본 검사항목을 비교하면 기저귀 안전기준이 더 엄격하다.

그러나 이번에 생리대에서 검출된 VOCs의 경우, 기저귀는 유사한 환경에서 검출 실험을 시행한 바가 없어 유사한 유해물질이 검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의미한 연구 결과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기저귀가 생리대보다 더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3. 기저귀는 전 성분을 공개한다?

거짓. 대부분 기저귀 제조업체는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에 의해 안감(부직포), 흡수층(분쇄펄프, 고흡수제), 방수층(폴리에틸렌필름), 테이프 등 주요 재료만 제품 후면에 표기하고 있을 뿐, 전 성분을 정확하게 표기하고 있지는 않다. 현행법에는 기저귀 제조에 사용된 전 성분을 표기할 의무가 없다.

최근 논란이 된 생리대 제조업체인 깨끗한나라, 유한킴벌리 등은 기저귀 제품 브랜드 역시 보유하고 있다. 생리대와 마찬가지로 기저귀 역시 전 성분 공개가 이뤄지고 있지 않으므로, 이 제품 내에 어떤 유해물질이 포함되어 있는지 알 수 없다. 또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은 어느 정도인지 소비자들은 궁금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4. 기저귀 유해물질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진실. 지난 2월 프랑스의 소비 전문지 ‘6000만 소비자들(60 millions de consommateurs)’이 P&G 팸퍼스 기저귀에서 살충제 성분인 다이옥신이 검출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때문에 국내에 유통되는 제품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산자부 국표원은 한달 뒤인 3월 국내 P&G사에서 유통하는 4종의 기저귀에 대해 다이옥신 및 살충제 성분(헥사클로로벤젠, 펜타클로로니트로벤젠) 검출 여부를 조사했고, 그 결과 해당 유해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국표원은 “제조 과정에 의도적으로 사용되기보다는 배기·소각 시설 등에서 배출되어 대기, 토양 등에 잔류되거나 살충제가 사용된 환경에 잔류하다가 식품, 제품 등에 혼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10여 년 전인 2005년 6월에도 유아용 1회용 기저귀에서 형광증백제가 검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형광물질은 암,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 때문에 성인용 냅킨이나 화장지에도 사용을 하지 않는다. 당시에도 P&G, 유한킴벌리 등 현재 생리대 유해물질 파문의 장본인인 제조업체가 지목됐다. 당시에는 형광증백제 안전 기준이 미흡했으나 이후 기준이 마련됐다.

 

기저귀나 생리대 등 의약품이 아닌 제품의 경우, 항상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실험과 고발에 의해 유해성에 의혹이 일었다. 그리고 소비자의 불안감과 갈등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지불한 끝에야 안전 기준이 더디게 마련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생리대 파문과 기저귀 제품 등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가중되자, 정부는 그제야 “유사제품의 안전성 조사와 위해성 평가를 확대하겠다”(이낙연 국무총리)고 밝혔다. 식약처는 그동안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된 생리대 전 성분 표시 의무화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뒤늦게 밝히고 있다.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안전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국민보다 앞서서 발 빠르게 움직이는 정부의 모습을 기대하기란 과연 어려운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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