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문재인 대통령, 미국서 '푸대접' 받았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7.09.21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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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당시 미국 측으로부터 ‘푸대접’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당 대표 및 최고위원·3선 의원 연석회의에서 “어제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국 뉴욕 공항에 도착할 때 미국 측 환영객이 단 1명도 나오지 않은 장면을 봤다”며,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할 때 그런 광경을 연출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는 그렇지 않았다”며, “그만큼 ‘문재인 패싱’을 당하고 있지만 정작 국민에게 숨기고 있다”, “본인들이 냉철하게 반성하고 국격을 되살리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의 ‘문재인 패싱’ 발언에 대해 뉴스톱에서 팩트체킹했다.
MBN 방송화면 캡쳐

홍준표 대표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환영객이 미국 측에서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는데, 그 장면을 봤습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할 때 그런 광경을 연출하진 않았습니다. 공항에 도착하는 동영상을 봤는데 이명박 대통령 갔을 때는 군악대까지 나왔고, 박근혜 대통령 갔을 때도 그렇게 했어요. 아예 미국 측에서 한명도 안 나오는 걸 보고 레드카펫도 없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면서 그런 대접을 받은 일이 있느냐. 또 그런 대접을 받고도 북핵 회담을 한다고 하고 있으니 참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안타깝다. 한국을 대표해서 가는 대통령이 미국에서 그런 대접을 받는 것 보고 참 답답하고 안타깝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기자 분들은 어제 뉴욕공항에 도착했을 때 그 광경을 검색을 해보시죠. 그리고 과거에 이명박 대통령 미국 갔을 때, 박근혜 대통령 미국 갔을 때, 미국에서 어떤 식의 의전을 했는지 그것도 한 번 면밀히 살펴보시죠”

홍 대표의 발언은 ‘홍준표 “韓대통령 맞는 美환영객 없어…문재인패싱 반성해야”’, ‘홍준표 “文대통령, 美서 환영인사 한명도 안 나와”등의 제목으로 대다수의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미국은 외국 정상(국왕, 대통령, 총리 등 국가수반) 방문 시, 국빈방문(state visit), 공식방문(official visit), 공식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 실무방문(working visit), 개인 방문(private visit) 등 5개 유형으로 구분해 맞이한다.

상대국 대표에게 부여하는 최고 예우인 ‘국빈방문’과 한 국가 정부의 대표를 맞이할 때 주로 적용하는 ‘공식방문’은 의전 절차가 있다. ‘공식실무방문’과 ‘실무방문’은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방미하는 경우 적용된다. ‘공식실무방문’은 환영식은 생략되지만 정상회담이나 공식만찬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예우가 제공된다. ‘실무방문’은 의전행사가 더 많이 생략되며 정상회담도 격식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형태로 간소화된다. ‘개인방문’은 미국 대통령의 초청 없이 미국을 방문한 경우로 분류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에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3박5일간의 미국 뉴욕 방문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유엔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는 등 유엔을 무대로 한 다자 정상외교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 위기 해법을 모색하고, 내년 2월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 활동에도 나선다.

미국 국무부의 외국 정상 방문 구분에 의하면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는 ‘유엔총회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 국무부 자료에,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은 한국 정상 방미 목록에 있지 않다.

 

홍 대표가 언급한 대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국방문 모습을 살펴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9월 26일 70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다.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오준 주유엔대사와 김기환 주뉴욕총영사 등이 영접했다. 박 전 대통령의 2014년 9월 22일 방미 때는 안호영 주미대사, 오준 주유엔대사, 손세주 주뉴욕총영사 등이 나와 영접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1년 9월 20일(현지시각) 66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한덕수 주미대사와 김숙 주유엔대사가 나왔다. (대통령기록영상) 이 전 대통령이 2009년 9월 21일 유엔총회와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에 도착했을 때도 공식 의전없이 박인국 주유엔대사 내외와 김경근 주뉴욕총영사관 내외가 나와 영접했다. (SBS뉴스 동영상)

SBS 방송화면 캡처

청와대도 20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지적에 대해 ‘외교 프로토콜’을 착각한 듯하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이나 실무 방문 때에는 미국 정부 환영객이 나오지만, 이번 방문은 미국 국빈 혹은 실무 방문이 아니라 유엔총회 참석”이라며 “과거 정부에서도 유엔총회 참석 시에는 미국 정부에서 일부 실무자가 나오지, 영접객이 나오지는 않는다. 유엔총회에는 정상급만 100여명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뉴스톱의 판단

거짓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은 유엔 행사 참석이지, 미국 정부 초청에 따른 방문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정부 관계자가 공항에 영접을 나오지 않는 게 관례다. 문 대통령의 공항 도착 모습과 이명박, 박근혜 두 전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의 공항 모습은 다르지 않다. 결국 홍 대표는 유엔총회 참석과 한미정상회담 방미의 차이를 구분 못했거나 의도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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