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미 선전포고로 전투기 격추는 자위권 행사"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7.09.28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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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선전포고한 이상 미국 전략폭격기들이 설사 우리 영공 계선을 채 넘어서지 않는다고 해도 임의의 시각에 쏘아 떨굴 권리를 포함해 모든 자위적 대응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 9월 25일 유엔총회 이후 발표한 성명서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중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 YTN 화면 캡쳐

미국과 북한의 말폭탄이 서로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미국이 지난 23일 북한 동해 공역에 전략폭격기 B-1B를 보내 무력시위를 벌였다. 북한은 이에 즉시 반발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유엔총회 일정을 마친 뒤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이 '선전포고'를 한 이상 미 전투기가 북한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격추시킬 권리가 유엔 헌장에 보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리 외무상의 발언을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1. 미국이 선전포고를 했다?

미국의 선전포고라는 북한 주장 근거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다.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완전한 파괴(totally destroy North Korea)"를 언급한 뒤 북미간 설전의 수위가 올라갔다.  리 외무상은 23일 유엔 기조연설에서 “권모술수를 가리지 않고 한 생을 늙어온 투전꾼이 미국 핵 단추를 쥐고 있는 위험천만한 현실이 국제평화에 최대 위협”이라며 말했다. 리 외무상은 "과대망상이 겹친 정신이상자" "거짓말의 왕초" "악통령" 등 원색적인 표현도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 외무상의 비난에 대응해 트윗을 올렸다. "북한 외무성의 유엔 연설을 들었다. 만약 그가 '꼬마 로켓맨'의 생각을 반복한 것이라면, 그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트윗 이후 리 외무상의 기자회견에서 "선전포고"라는 주장이 나왔다. 북한의 주장에 대해 미국은 즉각 반박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에 대해 선전포고한 바 없다"며 "솔직히 말해 그러한 주장은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영공이 아닌 국제 공역에 있는 미 군사자원에 대해 공격을 시도하는 것은 불법적 무력사용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Trump threatens to 'totally destroy' North Korea in UN speech from CNBC.

북한의 주장대로 대통령의 호전적 발언이 선전포고가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미국의 선전포고 역사를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미국의 전쟁개시(선전포고)는 오직 의회만 선언할 수 있다.  이는 미국 헌법에 명확히 기재된 사안이다. 미국은 제 1~2차 세계대전 등 총 11번 전쟁개시 선언을 한 바 있다. 다만 의회 승인을 받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자위 차원에서 미 대통령의 독자적 군사작전 권한을 인정하고 있다. 이 경우 전쟁 개시 후 60일 이내에 의회의 승인을 받야야 한다. 60일이 넘을 때까지 의회 승인을 못받으면 군대를 철수시켜야 한다. 대통령이 먼저 군사작전을 한 뒤 의회 승인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는 1991년 이라크 전쟁과 2001년의 아프가니스탄 대테러전쟁이다. 

지금까지 국제 관례나 미국의 선전포고 역사를 봤을 때 북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대통령의 호전적 트윗을 선전포고로 볼 이유가 전혀 없다. 미국은 의회 승인을 거쳐 선전포고를 하든지, 대통령이 자위권 차원에서 선전포고 없이 군사작전을 한 것이 일반적이다. 향후 선제적 군사행동에 대비한 북미 양측의 명분쌓기용 논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2. 유엔 헌장에 자위권이 보장되어 있다?

국제연합(유엔) 헌장은 1945년 6월 26일 발표되었으며 국제기구 유엔의 기본조약이다. 기본적으로 유엔은 국제 전쟁을 막기 위해 출범했기 때문에 평화와 국제 안보에 대한 내용이 헌장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유엔헌장 제2조 4항은 "모든 회원국은 그 국제관계에 있어서 다른 국가의 영토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하여 또는 국제연합의 목적과 양립하지 아니하는 어떠한 기타 방식으로도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행사를 삼간다"고 밝히고 있다. 즉 기본적으로 국가간 무력사용은 금지되어 있다.

반면 예외조항, 즉 자위권을 명시한 것은 제51조다. 

이 헌장의 어떠한 규정도 국제연합회원국에 대하여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개별적 또는 집단적 자위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제51조 일부)

주권국가는 타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때 무력으로 이에 대응할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자위권 차원의 무력 사용을 인정한 것이다. 자위권을 행사한 국가의 조치는 즉시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된다. 

문제는 제51조가 종종 자의적으로 해석된다는 점이다. 실질적으로 국토가 공격을 받았을 때 자위권이 발동하는 것인지, 아니면 위협을 받았을 때도 자위권이 발동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다. 미국이 북한을 타격할수도 있다는 근거는 바로 이 조항이다. 8월 10일자 뉴욕타임스 기사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미국이 자위권을 가지고 있는지를 짚었다. 

미 해군 전쟁대학의 마이클 슈미트 교수에 따르면 자위권을 발동하려면 세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해당 국가가 공격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둘째, 해당 국가의 공격이 임박해야 한다. 셋째, 공격을 멈출 방법이 없어야 한다.  이 기사에서는 첫번째 조건(공격 능력)은 충족되지만 두번째(공격 임박) 세번째(공격중단 방법 없음)는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위권 차원의 미국 선제공격이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

이를 북한에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능력은 충분하지만 공격이 임박했다는 증거가 없고, 공격을 막을 외교적 방법이 아직 있기 때문에 자위권 발동을 위한 북한의 무력사용이 아직 정당화되지 않는다. 게다가 영공 밖의 비행기를 격추시키는 것은 자위권 발동으로 볼 수 없다. 다만 유엔헌장 51조와 관련, 법률적 의미에서 선제공격을 받는 것을 기다릴 필요 없이 자위권 발동이 가능하다는 덜 제한적인 해석도 존재한다.

뉴스톱의 판단

거짓. 북한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근거로 미국이 선전포고를 했다고 주장했고 공해상의 미국 비행기를 격추시킬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의 선전포고는 의회에 권한이 있다. 미국 역사상 소셜 미디어로 선전포고를 한 사례가 없다. 

또 유엔 51조는 자위권 차원의 무력사용을 인정하고 있지만 상대국의 무력사용이 임박하고 이를 저지할 수단이 없을 때에만 자위권 발동이 된다. 북미간 긴장상태가 고조되고 있지만 아직 전쟁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없고 이를 막을 방법도 있기 때문에 북한의 자위권을 위한 무력사용 권한은 아직 발동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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