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18대 대선은 무효가 될 수 있을까?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7.10.1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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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셜미디어에 ‘대통령 무효’라는 키워드가 종종 나타난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당선무효’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선거무효’라는 단어가 같이 보인다. 두 전 대통령과 관련해 ‘당선 혹은 선거 무효’가 가능한지 뉴스톱에서 확인했다.

 

JTBC 뉴스 화면 캡처

지난 2012년 대선 때 국정원과 군의 선거개입을 의미하는 증거들이 최근 속속 드러나면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던 18대 대선 자체를 무효로 해야 한다는 주장에 이어, 최근 ‘다스는 누구 꺼(소유주는)?’라는 해시태그가 온라인에 퍼지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17대 대선도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확인되면 역시 ‘당선무효’가 아니냐는 의견이 온라인상에서 공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컷뉴스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선거개입 혐의가 유죄로 최종 확정되면 박근혜 정권은 ‘선거무효’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선거 무효’나 ‘당선 무효’를 다루는 ‘선거재판’은 선거 절차나 당선과 관련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열린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그 선거의 전부 또는 일부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인 선거 소송(제222조)과 당선자 확정 과정의 하자를 문제 삼는 당선 소송(제223조)을 규정하고 있다. 이때 선거 소송은 선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당선 소송은 당선인 결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소를 제기하여야 한다.

비록 선거법 위반 사실이 인정되더라고 그것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하여 선거의 전부 또는 일부의 무효 또는 당선의 무효를 결정하게 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무효’?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관련해 ‘다스 실소유주’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자, 당시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대선 후보가 친형 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운영하던 다스의 실소유주로 드러날 경우 대통령 당선 무효 사유”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17대 대선을 이틀 앞둔 12월 17일 당시 강금실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도 “만일 도곡동 땅이 이명박 후보의 차명재산으로 밝혀지면 그 자체가 대선에 나오면서 재산을 정직하게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대법원 판례상 선거법 위반으로 이 후보는 당선 무효가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당시 이 후보가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혐의가 인정될 경우 공직자 윤리법 위반이 된다. 서울시장 재직 시절 제출한 재산보고가 허위자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BBK 의혹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처분을 받을 수 있는 ‘주가조작’과 최고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받을 수 있는 ‘횡령’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 후인 2008년 2월 21일 BBK특검팀의 ‘이명박 당선자에게 BBK 주가 조작과 관련된 혐의가 전혀 없다’는 발표로 일단락됐으나, 최근 이 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주장과 자료들이 나타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 264조는 ‘당선인이 당해 선거에 있어 이 법에 규정된 죄 또는 「정치자금법」 제49조의 죄를 범함으로 인하여 징역 또는 100만원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당선은 무효로 한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당선무효’는 대통령 취임 전에 기소가 되어야 가능하다.

공직선거법 192조 2항과 3항에는 각각 ‘당선인이 임기개시 전에 피선거권이 없게 된 때에는 당선의 효력이 상실된다.’, '등록 무효에 해당되는 사실들이 발견되어 당선을 무효로 할 수 있는 것도 당선인이 임기개시 전에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미 탄핵으로 물러났기에, ‘당선무효’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럼 선거 무효는 가능할까?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17대 대선과 관련해 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것은 여러 ‘정치적인 상황’이 뒤섞인 BBK특검 뿐이었지만,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18대 대선은 달랐다.

대선이 치러진 후인 2013년 1월 4일 시민 2천여 명이 대법원에 ‘제18대 대통령선거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이 소송의 핵심쟁점은 ①피고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법령(공직선거법 부칙 5조, 278조)을 어기고 전자개표기(투표지분류기 및 전산조직)를 사용한 선거관리를 하였으므로 18대 대선은 부정선거이고 선거무효라는 점 ②선관위가 대선 개표 때 공직선거법 178조에 규정된 수작업 개표를 누락했다는 점 ③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④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선거개입 ⑤국정원과 새누리당 의원들의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한 선거개입 등이다.

공직선거법 제60조제85조제86조는 국가기관과 공무원의 선거 개입을 금지했다.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국가기관과 공무원이 집권 여당이나 특정 정당, 후보를 지원했다면 그 선거의 공정성이 현저히 훼손되어 선거의 정통성 역시 훼손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소송은 공직선거법 222조에 나와 있는 선거일로부터 30일 이내인 규정시한을 지켰다. 공직선거법 225조에 의해 소송을 접수한 대법원은 ‘다른 쟁송에 우선하여 신속히 결정 또는 재판하여야 하며’, ‘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심리를 한 차례도 열지 않은 채 미루다가 4년 4개월째인 지난 4월 27일 ‘각하’ 선고를 하였다. 소송 각하는 소송 조건을 갖추지 않았을 때 법적쟁점 검토 등의 심리 과정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파면되어 더 이상 임기를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 분명한 만큼 대통령선거의 무효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어졌다”고 판단했다.

이에 소송단은 지난 5월 26일 ‘대법원은 4년 4개월 동안이나 재판을 열지 않고 뭉개다가 ’각하‘하였다’며 ‘이는 180일 이내에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는 선거법 위반이고 헌법 위반이기도 하다’고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9월 27일 재심사건을 ‘심리불속행기간 도과’ 처리했다. 대법원 홈페이지에 사건이 접수되고 4개월이 지나면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법이 규정한 특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않으면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간이 지났다는 정보가 뜬다. 이는 사건이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지 않고 심리를 계속 한다는 뜻이다.

 

국정원, 군의 선거개입 수사가 관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선거무효는 선관위의 규정위반이나 후보자 등 제3자에 의한 선거 과정의 위법행위로 국민들이 자유로운 판단에 따라 투표할 수 없게 되는 경우, 선거의 자유와 공정성이 현저히 저해 됐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선고될 수 있다.

현재 수사가 진행중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범죄사실이 유죄로 확정된다면 선거무효 소송에서 대법원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5월 26일 재심사건을 접수 후 주심 대법관과 재판부 배당을 마치고 법리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만약 대법원이 제18대 대선을 선거무효로 판단한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 받을 수 있는 모든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은 물론, 박 전 대통령이 재직 기간 동안 대통령의 자격으로 행한 모든 통치 행위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진행될 수도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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