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시작했는데 KBS는 언제?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7.11.29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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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김장겸 사장 해임으로 서서히 방송정상화의 과정을 밟고 있는데 비해, KBS는 조금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퇴진을 요구받고 있는 고대영 사장이 KBS노동조합(구노조)과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단정하고 나섰다. KBS 파업과 관련한 주요 팩트들을 확인했다.

 

KBS 방송화면 캡처

 

<팩트1> KBS는 방송파행 87일째다. (11월 29일 현재)

지난 11월 13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김장겸 MBC 사장 해임을 의결하면서 MBC 정상화의 물꼬가 트이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9월 4일부터 시작된 총파업을 72일 만인 11월 14일에 잠정 중단했다.

그러나 아직 정상화의 길에 들어서지 못한 KBS는 87일째 정규방송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팩트2> 이번 파업의 목표는 ‘공정방송’이다.

현재 파업을 잠정 중단한 MBC노조는 파업의 목표가 ‘블랙리스트 노조파괴 저지, 공정방송 단체협약 체결’이었다.

KBS 새노조는 방송 공정성과 독립성, 자율성 침해에 대해 반발하며 현 경영진 퇴진을 목표로 총파업에 들어갔고, KBS 구노조는 새노조의 파업에 가세하며, “이번 총파업은 한국방송 정상화와 정치로부터의 공영방송 독립을 위한 투쟁”이라며 “고 사장과 이 이사장 퇴진은 물론, 공영방송의 항구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특별다수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방송법 개정을 이끌어낼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주요 세 노조의 공통적인 목표는 ‘공영방송의 공정방송’인 셈이다. 임금협상이 아니다.

 

<팩트3> KBS 파업은 ‘단일대오’가 아니다.

한국은 2011년 7월 1일부터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있고 KBS와 MBC 모두 복수의 노조가 있다.

MBC는 본사 직원이 1,150명(2016년 1월 1일 기준)인데 대표노조인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서울조합원 수가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11월 말 보직간부를 제외한 부장급 이상 간부를 가입대상으로 해 총 121명이 가입했던 ‘MBC공정방송노조(당시 ‘MBC선임자 노조’, 2노조)’에 이어 2013년 2월 5일 MBC 3노조로 ‘MBC노동조합’이 꾸려지고, 지난 11월 6일 2·3노조가 통합을 선언했지만 두 노조를 합쳐도 100명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MBC는 1노조인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주도하는 파업 등의 단체행동에 있어서 ‘단일대오’가 가능한 상황이지만 KBS는 1노조(KBS노동조합, 구노조)와 2노조(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새노조)의 세력 차이가 크지 않아 두 노조 사이에 이견이 있을 경우 ‘단일대오’ 구성이 쉽지 않다.

KBS에는 2016년 12월 31일 기준 4,613명의 인원이 근무 중인데, 구노조와 새노조를 합쳐 4천 명 정도가 노조에 가입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교섭대표 노조’의 지위에 있던 구노조의 조합원 수가 현재 1,800명 정도인데 반해 최근 새노조 조합원 수가 2,200명을 넘어서면서 새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노조는 주로 기술·경영직군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새노조는 기자·PD 등 제작인력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KBS 방송화면 캡처

 

<팩트4> KBS구노조는 파업을 철회하고 고대영 사장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구노조는 ‘방송 정상화’파업을 두고 새노조에 비해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다 지난 10일 고대영 사장이 “방송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사퇴하겠다”고 거취를 표명했다며 파업을 철회했다.

그리고 지난 23일 구노조는 KBS 사측과 전격적으로 ‘2012년에 체결된 117개 조항의 기존 단체협약 가운데 12개 조항을 개정’하기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KBS 노사가 단체협약에 합의한 것은 지난 2012년에 이어 5년만이다. KBS 사측은 이번 단체협약 체결로 파업의 정당성이 없어졌다며 새노조의 파업이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새노조는 이번 단협은 일방적인 단체교섭으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반 노조의 동의 혹은 적어도 통지 없이 이뤄진 단체협약 체결은 무효”이며, “일방적인 단체교섭 진행과 교섭 사실 비공개, 교섭 진행상황 및 단체협약안을 은폐한 KBS노조는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팩트5> 파업으로 회사에 재정적 이익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국은 ‘무노동무임금’이 적용되는 국가여서 근로자들의 파업기간에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파업기간이 길어지면 급여생활자인 파업참여 근로자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KBS의 경우 직원평균 보수가 2015년 기준으로 9,930만원에 이른다.

노조 조합원 2천명이 두 달 간 파업을 했다면 단순하게 계산해도 331억 원 가량의 인건비를 지출하지 않게 되는 셈이다.

 

<팩트6> 방통위가 ‘KBS 정상화’를 결정하게 됐다.

MBC의 경우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의 구성이 바뀌면서 김장겸 사장의 해임이 가능했다. 자유한국당이 임명했던 이사 2인이 사퇴하면서 이사회 개편의 물꼬가 트였다.

이에 반해 고대영 사장을 임명한 KBS 이사회는 김경환 전 이사만 사퇴했을 뿐 기존에 자유한국당이 임명한 이사들이 다수를 이루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지난 24일 감사원이 KBS 이사진에 대해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감사 결과를 내놓고 방송통신위원회에 KBS이사진 전원에 대해 해임 건의나 연임 배제 등의 인사 조치를 요구했다.

방통위는 감사원의 KBS 감사 결과 및 조치 사항 요구 등을 받아들여 KBS 이사진 인사 조치 등 후속 처리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KBS 이사진의 구성에 변화가 있을 경우, MBC에서처럼 고대영 사장에 대한 해임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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