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화폐인가?

  • 기자명 지윤성 기자
  • 기사승인 2017.12.08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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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가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이 요동치면서 암호화폐시장과 암호화폐공개(ICOㆍInitial Coin Offering)를 규제해야 하는지 아니면 육성해야 하는지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규제쪽에 기울어 있지만 시장에서는 과도한 규제에 따른 기술 발전 저해를 우려하고 있다. 뉴스톱은 암호화폐 정의와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의 활용 가능성, 그리고 암호화폐 투자금융의 허와 실을 밝히는 내용의 기사를 3회에 걸쳐 게재하고 주요 사안을 팩트체크한다.

 

JP모건 Jamie Dimon 회장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CryptoCurrency) 와 블록체인 같은 관련 기술들의 광풍이 전세계에서 불고 있다. 국내거래소를 통한 비트코인 거래액이 이미 전세계 1위를 달리고 있고 연초 100만원이던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1년도 지나지 않아 1000만원을 상회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하루 거래량은 5조원이 넘었으며 이는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 6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21%가 한국에서 이뤄졌으며 국제시세보다 수백만원이 비싸게 한국에서 비트코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러한 국내의 상황을 광란(Frenzy)으로까지 평가하고 있다. 왜 사람들은 암호화폐 특히 비트코인에 열광하고 있을까. 비트코인이 화폐(Currency)로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상품(commodity)으로 투자 혹은 투기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인 지 살펴보자. 

비트코인 가격 추이 그래프.  6년전에 비해 5000배가 뛰었다.

비트코인이란 무엇인가

비트코인(bitcoin)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온라인 가상화폐이다. 비트코인의 화폐 단위는 BTC로 표시한다.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을 쓰는 프로그래머가 개발하여, 2009년 1월 프로그램 소스를 배포했다. 중앙은행이 없이 전 세계적 범위에서 P2P 방식으로 개인들 간에 자유롭게 송금 등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거래장부는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전 세계적인 범위에서 여러 사용자들의 서버에 분산하여 저장하기 때문에 해킹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SHA-256 기반의 암호 해시 함수를 사용한다. 2009년 비트코인의 소스 코드가 공개되었고, 이더리움, 이더리움 클래식, 리플, 라이트코인, 대시, 모네로, 제트캐시, 퀀텀 등 다양한 알트코인들이 생겨났다. 비트코인은 여러 알트코인들 사이에서 일종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은 과거 싸이월드 도토리 같은 가상 지불 수단(Cyber Money, Cyber Currency),  은행 등에서 발행하는 전자화폐(Electronic Money)와의 차별화를 위해 가상화폐라는 말보다는 '암호화폐'(CryptoCurrency) 용어를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하고 있으며 일본은 가상화폐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화폐란 무엇인가

화폐의 사전적인 정의는 “상품의 가치를 매기는 척도이자 재화의 교환 수단이 되는, 정부나 중앙은행에서 발행한 지폐 및 주화"다. 넓은 뜻으로는 수표나 어음도 포함된다. 이를 경제학 관점에서 본다면 화폐의 기능이자 존재 이유는 다음 3가지다.

1. 욕구의 쌍방간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교환의 매개체(Medium of Exchange)

2. 표준화된 가치측정방식을 위한  계산단위(unit of account) 또는 ‘가치의 척도’(Measure of Value)

3. 오랜기간 가치를 저장하기 위한 수단 (Storage of Value)

세가지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화폐 가치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 중앙정부나 기관의 인위적 가치통제 가능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비트코인과 같이 가치가 단기간에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화폐는 이러한 역할을 할 수가 없다. 내일의 가격을 누구도 알 수 없다면 그런 화폐로 물건을 교환하거나 실물자산의 가치를 저장·계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 경제가 침체에 빠져 인플레이션이 극심한 나라의 화폐는 국제외환시장에서 가치가 없으며 국내 시장에서도 화폐로서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면 올 초에 100만원하는 1비트코인으로 100만원짜리 자전거를 한 대 산다고 가정하자. 일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1비트코인은 1,000만원 나간다. 자전거상은 1,000만원에 자전거를 한 대를 판매한 것과 같은 이익을 보게 됐다. 구매자는 현재 기준에서 1비트 코인으로 열대의 자전거를 살 수 있었음에도 한 대밖에 못 산 상황이 되는 것이다. 화폐가치의 급등락은 결국 누군가 큰 손해를 보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을 이용한 거래 자체가 비합리적인 상황이 되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하루에도 등락폭이 크다.

해외에서 바라보는 비트코인

최근 비지니스인사이더 기사는 골드만삭스가 비트코인을 화폐가 아닌 금과 같은 ‘재화(Commodity)’에 비유했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 상품 리서치 부문 대표 제프리 커리는 화폐나 유가증권과 달리 관리자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달러 화폐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것처럼 화폐나 유가증권은 관리자의 법적책임이 수반된다”며 “비트코인은 시장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는 대표적 재화인 ‘금’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금은 전적으로 수요 공급의 총량에 따라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는데, 비트코인 역시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게다가 비트코인은 자산유동성이 적어 금보다 훨씬 높은 변동성을 지닌다. 자산유동성은 해당 자산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비트코인은 해당 거래소를 제외하곤 실제 시장에선 거의 유통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산유동성이 높지 않다. 금의 대체제가 되는 것도 낙관적이지 않다. 금은 전 세계 국가의 중앙은행이 막대한 양을 자산으로서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국가가 금의 가치를 보증하고 있다는 의미다. 과거 금태환을 전제로 한 금본위제의 관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비트코인은 일부 국가에서는 거래를 막거나 화폐로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그 가치가 불안정하다. 시장의 작은 풍파에도 가치가 급등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JP모건 역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사기(fraud)다.” - JP모건 Jamie Dimon 회장(2017년 9월, 가디언지)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직원은 해고할 것이다” - JP모건 Jamie Dimon 회장(2017년 10월, 포브스)

“그러나 나는 그 기반기술인 블록체인 만큼은 지속적인 투자를 할 것이다.” - JP모건 Jamie Dimon회장(2017년 10월, CNBC)

그런데 JP모건의 무시를 받던 비트코인이 12월 7일자로 1비트코인당 1만4000달러를 돌파해 JP모건 시가총액을 돌파했다. 이날 현재 암호화폐 전체 시가 총액은 3953억달러, JP모건 시가총액은 약 3640억달러다. JP모건은 지난 9월 비트코인 가격이 일시적으로 떨어지자 저점 매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불수단으로서의 비트코인

암호화폐의 미래 가능성을 높게 바라보는 측에서도 현재 비트코인 자체를 화폐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결제수단으로서의 비트코인 도입에 대하여 여러 시도들이 있어왔지만 높은 가치 변동성과 수수료때문에 실제 상품이나 서비스 결제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점점 줄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 밸브사가 자사의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인 STEAM에서 동일한 이유로 비트코인 결제를 더이상 지원하지 않는다고 발표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6년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한 바 있다. 일본은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중국은 거래 자체를 인정하고 있지 않는 등 나라마다 편차도 크다.

비트코인의 급격한 가치변동은 이미 일상적인 지불수단으로서의 화폐기능을 상실했다. 그럼에도 비트코인 열풍이 사그러들지 않는 것은 미국내에서도 논란이 여전히 있지만 세계 최대 파생상품거래소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오는 10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18일에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할 예정으로 보도되면서 제도권내로 안착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도입 및 거래는 더욱 비트코인의 거래 안정성을 해치고 급등락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네거티브규제로 일단 승인은 해두었지만 이후 상황에 따라 여러 규제들이 가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여전히 비트코인 선물 출시에 대하여 신중해야 한다고 미국내 전문가나 중앙은행에서는 경고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최근 금지했고 앞으로도 규제의 끈을 조인다는 방침이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금융당국은 정부가 암호화폐의 가치를 보증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9월 자금모집을 위한 기업공개(IPO)와 유사한 암호화폐공개(ICO)를 금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트코인이 미국 선물시장에 어떻게 안착하느냐에 따라 적어도 금과 같은 재화로서의 가능성은 곧 검증 될 것이라고 보지만 여전히 비트코인의 현재는 일상적인 화폐로서의 기능은 요원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암호화폐의 미래가능성은 기존 화폐시장을 일순간에 대치할 수 있을 정도의 파괴적 혁신이 예상되며 비트코인처럼 아직 화폐로서 인정받지 못한다고 투자가치가 전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게다가 암호화폐와 관련된 기술인 블록체인의 미래와 가능성은 매우 밝다고 보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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