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개헌’, ‘평화협정’ 서명하면 ‘종북좌파’?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01.24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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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 메신저 단체방이나 커뮤니티를 통해 ‘지방분권개헌서명과 평화협정체결서명에 주의하라’는 게시물이 공유되고 있다. 주된 내용은 “지방분권개헌서명에 자유애국시민들과 교우들이 현혹되지 못하도록 지도해야 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면 적화통일이 되거나 복지와 의료보험혜택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뉴스톱에서 확인했다.

 

포털사이트에서 ‘동사무소 지방분권개헌서명’으로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주로 개신교와 관련된 블로그온라인카페에서 많이 보인다.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벌써 동사무소에서 지방분권개헌서명하라고 통장이 서명지 들고 다닌다고 합니다... 자유애국시민들과 교우들이 현혹되지 못하도록 지도해야 합니다...많은 곳에 전파 부탁드립니다.

2. 현재 길거리에서 부인들이 여러명 짝을 지어 시민들 대상으로 평화협정에 대해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미군철수위한 길거리 평화협정 서명받기 시작》◇

※ 길거리에 전국적으로 서명판을 차려놓고 왕래하는 주민들에게 평화협정 찬성 서명을 받고있다고합니다.

※ 아무것도 모르는 가정주부, 노인네들에게 전쟁이냐, 평화냐고 물으면 모두가 평화를 택하지 않겠습니까? 요런 얄팍한 술책으로 주민들을 속이면서 평화협정 서명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빨리 막아야합니다.

※ 세상정보에 어두운 국민들이 단순한 '전쟁반대' 서명으로 알고 너도 나도 서명하고 계신답니다.

※ 자세한 서명부 내용은 모른채 젊은이들의 "전쟁을 원하십니까?" 라는 물음에 서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 내 집안 어르신들, 가족들께 알려드리세요.

카페, 밴드, 각 모임에서도 내용을 주지시켜주십시오.

※ 우리나라는 지금 정전협정중인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 으로 바꾸면 미군은 철수해야 합니다, 월남에서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미군이 철수하자 마자 월남은 즉시 공산화 되었습니다.

북한 핵위협 상태에서 미군철수하면 우린 적화통일될 가능성이 농후 하고 적화통일이 않된다 하더라도 6.25전쟁이상 후유증이 나타날 수 밖 없어 지금 우리가 받고 있는 복지와 의료보험 혜택이 없읍니다 .

 

말하듯이 쓴 글이고 관련한 사진이나 자료가 없어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은 내용이 많지만, 게시물이 공유되는 과정에서, ‘‘지방분권헌법개헌서명’이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유린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가는 길’이나 ‘평화협정서명운동이 좌파 운동권이 진행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덧붙여지기도 한다.

심지어 두 번째 ‘평화협정 서명’과 관련해서는 극우보수 성향의 일부 인터넷 매체에서 기사화하기도 했다.

가짜뉴스 보도 논란이 있는 <뉴스타운>에서 “종북 좌파 운동권, 주한미군 철수 위한 평화협정 서명받기 시작”이라고 보도한데 이어, <올인뉴스코리아>에서는 “친북좌익단체, 천만 평화협정서명 돌입”이라는 제목으로 기사화했다.

 

게시물에서 언급한 두 서명운동을 확인해보았다.

최근 ‘지방분권개헌서명’과 ‘평화협정서명’을 공개적으로 받고 있는 곳은 각각 한 곳씩이다.

먼저 ‘지방분권개헌서명’은 <지방분권 개헌 천만인 서명운동>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캠페인에는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임을 개헌안에 분명히 밝히고 지자체 자치입법권·행정권·조직권·재정권을 보장할 것을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서명운동은 국내 지방 4대 협의체가 주도해 진행하고 있다. 지방 4대 협의체는 광역·기초 지방정부와 의회를 대표하는 4개 단체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를 말한다.

지방 4대 협의체는 지난 12월 8일 간담회를 통해 ‘지방분권개헌 1000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하기로 하고, 지난 1월 1일부터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시작했다.

 

검색화면 캡처

‘지방분권개헌서명’으로 기사검색을 하면 전국의 광역·기초지자체들이 서명운동에 나섰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방 4대 협의체는 서명 결과를 정부와 국회, 정당 등에 전달하고 범국민 청원서도 함께 제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국 17개 광역시·도와 226개 시·군·구, 3503개 읍·면·동 청사에 서명 장소를 설치해 오프라인 서명을 받고 있으며, 지자체 홈페이지와 소식지, SNS 등을 통해 지방분권 개헌 홍보 활동도 펼치고 있다.

앞서 게시물에 언급된 것처럼 ‘동사무소’ 혹은 ‘통장’이 ‘지방분권개헌서명’에 관련되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게시물을 공유하는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소속의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비롯한 전국 광역시도지사들과 광역 시도의회의원, 전국 기초 자치단체 시장군수구청장, 전국 시군자치구의회의원들이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유린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가는 길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유튜브 영상 캡처

두 번째인 ‘평화협정’ 서명을 현재 공식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곳은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International Women's Peace Group)이다.

‘평화협정’ 서명을 보도한 ‘올인코리아’도 기사에서 “세계여성평화그룹 한국본부는 한반도 전쟁종식을 위한다며 지난 11월 3일부터 3개월간 1천만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서명운동은 IWPG 한국본부 67개지부와 한반도 평화통일여성조직위원회가 공동주관하고 있다. 이들은 전국의 길거리에 서명판을 차려놓고 왕래하는 주민들에게 ‘평화’를 외치며 평화협정 찬성서명을 받고있다. 이에 따라 30여 친북좌익단체들도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히고 있다.

‘올인코리아’는 세계여성평화그룹 외에 30여 친북좌익단체들이 동참하고 있다고 했지만, 30여 친북좌익단체가 어떤 곳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으며 근거도 없다. 또 세계여성평화그룹과 공동 주관인 한반도평화통일여성조직위원회 외에 평화협정 서명과 관련해 다른 단체가 언급되거나 동참했다는 내용은 통일여성신문’과 ‘자유문학’ 두 곳 뿐이다.

세계여성평화그룹 한국본부와 한반도평화통일여성조직위원회는 지난 11월 3일부터 공동으로 ‘한반도 전쟁종식 평화협정 체결 촉구’를 위한 1000만 서명 캠페인에 나섰다.

세계여성평화그룹은 “북한은 6차 핵 개발로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 안보를 위해서는 남북 간 ‘전쟁종식 평화협정 체결’이 조속히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한반도 통일은 ‘무기가 아닌 평화’로 이룰 수 있으며 캠페인을 통해 시민의 평화 의식을 깨우고, 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촉구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12월 19일에는 천만 서명 캠페인 경과보고 기자회견을 갖고 “캠페인 시작 45일 만인 12월 18일 현재 서명 인원 13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현재 온라인 서명은 주소 이전 상태로 진행이 중지된 것으로 보인다.

평화협정 서명을 진행하고 있는 ‘세계여성평화그룹’은 한국 개신교계 등에서 기독교 이단종교로 치부하고 있는 ‘신천지(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과 관련이 깊다.

세계여성평화그룹 홈페이지의 <미디어/News>코너를 보면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 관련소식과 행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12월 29일에는 CBS의 신천지 관련 보도에 반발하는 ‘CBS와 한기총의 반국가·반사회·반종교 행위에 대한 세계여성평화그룹 입장표명 및 규탄대회’를 진행하며, “IWPG는 앞으로도 국가적 헌신과 사회봉사의 일에 적극 앞장서고 있는 HWPL의 한쪽 날개로서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세계평화의 일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2012년에 ‘세계평화와 전쟁종식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비영리, 비정부 조직’으로 설립됐다고 소개하고 있는 HWPL은 신천지를 설립한 이만희가 대표로 있다.

세계여성평화그룹의 김남희 전 대표와 찍은 사진 때문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신천지와 관련됐다는 논란이 있기도 있다.

CBS 노컷뉴스는 여러 기사를 통해, 세계여성평화그룹이 신천지 관련단체라고 보도하고 있다.

신천지는 정치적인 영향력 확대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은 주로 보수정치권이었다.

2007년 대선 때는 당시 한나라당에 조직적으로 가입해 특정후보 지지에 나서기도 했고, HWPL 행사를 보수단체들이 공동 주최하기도 했다.

최근 평화협정 등 평화운동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 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비슷해 보일 수는 있지만, 이번 평화협정 캠페인의 슬로건이 ‘비핵화, 전쟁종식, 평화협정’인 것처럼, HWPL은 2012년 설립때부터 세계평화와 전쟁종식을 주장하고 있다.

 

세 줄 요약

1. ‘지방분권개헌서명’과 ‘평화협정체결서명’이 ‘종북좌파’의 의도이니 주의하라는 게시물이 온라인에서 공유되고 있다.

2. ‘지방분권개헌서명’은 시도지사 등 국내 모든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의 단체장과 의회의원대표 등이 소속된 국내 4대 지방 협의체가 개헌에 지방분권 강화를 보장하자고 전국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3. ‘평화협정체결서명’은 종교단체인 ‘신천지’와 관련이 있는 세계여성평화그룹이 주도하고 있는데, ‘신천지’는 주로 보수정치권 위주로 정치적인 영향력 확대에 주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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