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라는데 왜 이렇게 추워!"

  • 기자명 강양구 기자
  • 기사승인 2018.01.25 16: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hys.org

며칠째 영하 10도를 밑도는 최강 한파가 한반도를 꽁꽁 얼리고 있다. 겨울마다 반복되는 최강 한파,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처럼 사상 최악의 한파가 덮친 북미의 날씨 예보를 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구 온난화인데 최악 한파”라며 비웃었다. 하지만 겨울마다 강력한 한파가 반복되는 이유가 바로 지구 온난화 탓이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 지방에 갇혀 있어야 할 찬 공기가 남쪽으로 세력을 넓히면서 북반구 한파가 오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사정인지 알려면 북극의 찬 공기를 막아주는 ‘에어 커튼’의 존재부터 알아야 한다.

인천과 로스엔젤레스 비행시간이 다른 이유

한국의 인천과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사이를 비행기로 오가면 이상한 점이 있다. 인천에서 출발해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하는 비행시간은 10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그런데 로스앤젤레스에서 출발해 인천에 도착하는 비행시간은 13시간 정도로 약 두 시간 이상 차이가 난다. 똑같은 구간을 왕복하는데 왜 비행시간이 다를까?

그 비밀은 바로 제트 기류 때문이다.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약 10~12킬로미터 높이에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마치 강물처럼 굽이굽이 흐르는 좁은 공기의 흐름이 있다. 인천에서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비행기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이 제트 기류를 따라서 간다. 시속 100킬로미터의 강풍이 밀어주니 비행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당연히 연료도 덜 든다.

반면에 로스앤젤레스에서 인천으로 올 때는 제트 기류를 피하는 게 좋다. 그래서 로스앤젤레스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북극해를 경유하는 다른 항로를 택한다. 제트 기류 때문에 인천과 로스앤젤레스 사이를 오가는 비행시간이 2시간 이상 달라지는 것이다.

위도 30도와 60도 대기 순환 경계면에 강한 제트기류가 생긴다. ⓒwikimedia

이런 제트 기류는 왜 생길까? 지구의 대기는 위도 30도, 위도 60도를 기준으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서 위아래로 원을 그리면서 순환을 한다. 그러면 위도 30도, 위도 60도 두 군데서 두 순환이 만나는 경계가 생긴다. 바로 이런 경계면에서 두 순환이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것이 바로 제트 기류다. (그러니 북반구의 제트 기류는 두 곳이다!)

(북극) 제트 기류는 위도 60도 정도의 약 10~12킬로미터 높이에서 북극권을 감싸면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회전한다. 이 제트 기류가 워낙에 강하기 때문에 북극 지역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오지 못한다. 제트 기류가 북극 지역의 찬 공기를 가두는 일종의 에어 커튼 역할을 하는 것이다.

북극지방의 대기가 열을 받아 팽창하면서 북극 제트기류를 남쪽으로 밀어낸다. 이에 따라 북위 60도 위쪽에 갇혀 있던 차가운 북극 공기가 남쪽으로 밀려온다.

북극 공기 팽창으로 추위 막던 제트기류 남하

이제 겨울철마다 반복되는 한파의 이유를 살펴보자. 대기는 열을 받으면 팽창한다. 북극 지방의 대기도 마찬가지다. 지구 온난화로 평소보다 북극 지방이 좀 더 데워지면 예전보다 공기가 좀 더 팽창한다. 팽창한 북극 지방의 대기는 마치 풍선이 부풀어 오르듯이 자연스럽게 그 덩치를 키우며 남쪽의 중위도 지역의 대기를 밀어낸다.

그 결과 북극과 중위도 지역 대기 사이에 위치한 북극 제트 기류도 평소보다 좀 더 남쪽에 형성된다. 당연히 제트 기류가 가둬뒀던 북극 지역의 찬 공기도 같이 남하한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 지역이 예전보다 따뜻해져서 찬 공기를 막는 에어 커튼(제트 기류)이 남쪽으로 밀리면서, 북극 지역의 찬 공기가 한반도 남쪽까지 세력을 뻗치게 된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농담으로라도 트럼프처럼 “지구 온난화인데, 날씨가 왜 이렇게 추워” 이런 얘기는 하지 말자. 최강 한파의 원인이 바로 지구 온난화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