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근 강제추행죄로 처벌 가능할까?

  • 기자명 최윤수
  • 기사승인 2018.01.31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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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유명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으로부터 성폭력 또는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는 여성들의 폭로가 이어졌다. 이를 계기로 성폭력 피해자들이 “#me too”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자신들의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캠페인이 시작됐다.

서지현 검사가 2018년 1월 29일 검찰 이프로스 게시판에 올린 글의 끝에도 “#MeToo, #검찰인사제도, #검찰내성폭력”라고 적혀있다. 글에 의하면, 서 검사는 2010년 10월 30일 동료 검사 부친의 장례식장에 갔다가 법무부장관을 수행하고 온 안태근 정책기획단장 옆에 앉게 됐다. 친분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법무부장관 주변으로 문상 온 검사들이 모여들면서 누군가 유일한 여성이었던 서 검사의 팔꿈치를 밀어 안태근 검사 옆에 앉혔다. 안태근은 이미 술에 취한 상태였고, 계속 서 검사 쪽으로 몸을 기대다가 급기야 허리와 엉덩이를 손으로 더듬기 시작했다.

명백한 강제추행이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같이 있었던 검사 누구도 안태근을 제지하지 않았다. 서 검사는 고소해야 봐야 피해자만 비난 받는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사과를 받고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아무에게도 사과 받지 못 했고 오히려 부당한 인사 보복까지 당했다고 한다.

서 검사는 세 가지 이유로 8년 동안의 침묵을 깼다. 첫째 피해자가 입을 다물고 있으면 검찰 개혁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둘째 안태근이 종교에 귀의해서 회개하고 구원을 얻었다는 간증을 하고 있지만 회개는 피해자들에게 직접 해야 한다고 전하기 위해서고, 셋째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 형법상 강제추행으로 처벌 가능할까?

서 검사의 폭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안태근과 사건을 은폐한 검찰 간부를 처벌해 달라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제라도 안태근을 처벌할 수 있을까.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소시효가 10년이라(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3호) 아직 만료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건 당시 형법(2012. 12. 18. 법률 제115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6조에 의하면, 강제추행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이고, 개정법 시행 후 저지른 범죄부터 비친고죄가 되었다. 안태근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서 검사의 고소가 필요하다. 당시 형법 부칙에 강제추행은 개정 후 최초로 저지른 범죄부터 적용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3. 4. 5. 법률 제117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은 성폭력 범죄 중 친고죄는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1년이 지나면 고소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다. 다만 고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기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0년에 성추행을 당했기 때문에 고소기한이 지난 것이다.

그러면 안태근이 검찰 간부로 근무한 것이 고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사유가 될까. 대법원 1985. 9. 10. 선고 85도1273 판결은 사용자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를 저지른 사안에서 피용자(직원)가 해고될 것이 두려워 고소하지 않은 것은 고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판례로 볼 땐 서 검사의 불가항력 사유가 인정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②성추행 뒤 인사불이익으로 처벌 가능할까?

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수 없다 해도 인사불이익은 별도의 죄가 되지 않을까?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는 누구든지 피해자를 고용하고 있는 자는 성폭력과 관련하여 피해자를 해고하거나 그 밖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므로(같은 법 제36조 제1항), 인사불이익 역시 처벌이 가능하다. 다만 안태근이 서 검사를 고용하고 있는 자인지 따져봐야 한다. 위 규정은 처벌가능한 대상을 사용자 뿐 아니라 직장 상사에까지 확대하는 내용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③직권남용으로 처벌 가능할까?

안태근이 서 검사를 검찰에서 내보낼 목적으로 부당한 감사, 경고, 인사 발령 등을 계획하고 실행했음이 밝혀진다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형법 제123조).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는 공무원의 직무행위가 행하여진 상황, 필요성과 상당성 여부, 직권행사가 허용되는 법령상의 요건 충족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0도11884 판결은 직권남용 예시를 보여준다. 판례를 보면 시장인 피고인 갑과 역시 피고인인 행정과장 을은 평정단위별 서열명부에 있는 특정 공무원의 평정순위(인사고과)를 변경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해당된다. 따라서 안태근이 서 검사의 근무평점과 인사발령에 개입한 것이 확인된다면 직권남용을 적용할 수 있다.

직권남용의 공소시효는 7년이고, 서 검사가 부당하게 통영지청으로 발령난 것은 2015년 2월이다. 아직 공소시효는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서 검사 폭로 직후 법무부가 내놓은 공식 반응을 보면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법무부는 "당사자의 인사 불이익 주장에 따라 2015년 인사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충분히 살펴보았으나, 아무런 문제점을 기록상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성추행과 관련된 주장은 8년 가까운 시일의 경과, 당사자들의 퇴직으로 경위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상황으로 볼때 정확한 진상규명 및 처벌이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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