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남북 종전선언에 국회동의가 필요?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04.26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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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인권포럼 소속 야당의원들 주장 확인해보니

정부가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종전선언을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그러자 야당의원이 주로 소속되어 있는 국회인권포럼이 문제제기를 했다. 종전선언은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마음대로 추진할 수 없다는 논지였다. 정말 종전선언은 국회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것일까?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박덕흠, 홍일표, 안상수, 정유섭 의원 - 세계타임즈TV 유튜브 영상 캡처

지난 23일 국회연구단체인 ‘국회인권포럼’ 소속 의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남북 정상회담의 종전선언 합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헌법 제60조 제2항에 국회가 선전포고에 대한 동의권을 갖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할 경우 당연히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전선언은 핵 폐기가 먼저 이루어지고, 평화협정의 체결 결과로써 선언돼야 한다는 것이 주된 논지였다. 

국회인권포럼은 ‘국내외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구성원들의 인권보호 및 권익증진을 도모하고, 우리사회 내 인권의식 확립에 이바지하고자 함’을 연구목적으로, 대표의원에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 연구책임의원에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등 10명의 국회의원(자유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2명, 더불어민주당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덕흠, 홍일표, 안상수, 정유섭 의원은 모두 야당 소속이었다. 

1. 헌법에서 보장한 국회 동의권이란?

국회인권포럼이 주장한 법적 근거를 먼저 살펴보자. 언급된 헌법 제60조는 각종 조약에 대한 국회의 체결·비준 동의권을 담고 있다. 특히 국회동의 근거가 된 헌법 60조 2항은 전쟁과 관련된 내용이다.  

국회는 선전포고,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 또는 외국군대의 대한민국 영역안에서의 주류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

헌법 문장이 일본식 번역체인데다가 조사를 많이 사용해 일반인들이 한눈에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알기 쉬운 헌법 만들기 국민운동본부'는 이 조항을 아래와 같이 쉽게 풀어서 설명할 것을 제안했다.

국회는 전쟁을 선포하거나, 국군을 외국에 파견하거나, 외국 군대를 대한민국 영토에 주둔하게 하는 일에 대해 동의하거나 거부할 권한을 가진다

즉, 전쟁 개시나 병력 투입과 관련된 사안은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타국과의 전쟁 개시에 대한 국회 동의권은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보장하는 권리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이 위의 요건에 해당하느냐다. 

 

2. 정전과 종전, 선언과 협정의 차이는?

남북이 추진하는 '종전선언'은 한국전쟁의 마침표를 찍기 위함이다. 1950년 6월 25일 시작된 한국전쟁은 3년여간 지속됐으며 1953년 7월 27일 북한과 중국, 유엔이 정전협정을 체결했다. 이후 65년간 정전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1954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종전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결렬됐다. 한국전쟁은 실질적으로 끝났지만, 법적으로는 종전 상태가 아니다. 정전 상황에서 남북은 법적으로 선전포고 없이 전쟁을 시작할 수 있다. 법적으로 전쟁을 잠깐 멈췄을 뿐, 전쟁을 끝마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종전이 선언된다면 남북 간의 휴전 상태가 종식된다.

최근 한겨레 기사는 1953년 정전협정의 역사적 맥락을 잘 설명하고 있다. 중요한 지점 하나는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북한과 중국, 그리고 유엔이라는 점이다. 남한은 물론 미국까지도 이 협정에서 제외되어 있다. 한국전쟁은 남북한 내전이기도 했지만 사실상 자본주의 혹은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이 맞붙은 이념전쟁 혹은 진영전쟁이었다. 자유주의 진영에서는 전쟁참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엔이라는 국제기구를 통해 참전을 결정했으며 이는 정전협상에까지 이어졌다. 게다가 당시 이승만 정부가 북진통일을 주장하는 등 호전적인 태도를 보이며 정전협상에 참여하지 않았다. 유엔도 골칫거리인 남한정부를 제외하고 북한 및 중국과 협상테이블에 앉아 정전협정을 맺었다. 

다음백과사전에 따르면, 정전(停戰)은 교전 중 당사자의 합의에 의해 국지 또는 전역에 걸쳐 적대 행위 등 서로 전투를 중지한 것을 말하고, 휴전(休戰)은 전쟁 중 교전국 또는 교전 단체 쌍방의 합의에 의해 일정 기간 전투 행위나 전투 준비 행위를 정지하는 일을 의미하므로, 전쟁 상황이 잠재적으로 연장되고 있음을 뜻한다. 반면 종전은 전쟁이 끝난 것을 뜻한다. 대개 전쟁의 당사자나 당사국이 협정, 합의, 선언, 조약 등을 통해 전쟁의 상황이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선언하면서 실현된다. 종전이 선언되면 비로소 새로운 외교적 발전이나 변화의 가능성이 발생한다.

1953년에 북한, 중국과 유엔이 맺은 것은 정전협정이다. ‘협정’은 행정부가 그 행정권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외국의 정부와 맺는 국제법상의 조약이나 약정을 뜻한다. 입법부의 동의 없이 하는 것이 보통이나 때로는 동의를 얻기도 한다. 반면 ‘선언’은 ‘국가나 단체가 자기의 방침이나 주장, 의견 따위를 외부에 정식으로 공표함. 또는 그 내용’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선언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하지만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약속을 지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65년간 지속된 '정전협정'을 종결짓기 위해 '종전선언'을 하고 상호신뢰를 쌓은 뒤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종전선언’이 전쟁을 끝내자는 의사 표명이라면 ‘종전협정’ 혹은 ‘평화협정’은 법적, 제도적 합의 문서이다. 의사 표명 수준이 아니라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합의 문서를 만드는 것이다. 종전선언이 ‘정치적 의미’라면, 평화협정은 법적 제도적인 구속력을 가지는 것이다.

 

3. 정상선언은 국회 동의 대상 아니라는 과거 법무부 해석

2007년 10월 17일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따르며, 당시 법무부는 10.4 남북공동선언과 관련해 남북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이 국회 비준동의 대상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당시 법무부 관계자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에 대해서도 비준 대상이 아닌 신사협정이라고 판결한 판례가 있다”며 “이번 선언도 비준 대상이 아닌 신사협정으로 본다”고 밝혔다.

반면 남북 간의 합의가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거친 사례도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그동안 남북은 총 245건의 합의서를 체결했고 그 중 13건이 국회 동의절차를 거쳤다. 국회 동의절차는 주로 2003~2004년에 이뤄졌는데 대부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 운영에 대한 합의서였다. 국회 비준동의가 필요한 이유는 국회 절차를 거쳐야 남북 합의가 법률에 준하는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남북합의와 관련한 국회 동의는 법률로 규정되어 있다. 2006년부터 시행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21조 3항엔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적혀 있다.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르면 발효 절차는 합의서의 중요성에 따라 3가지로 구분된다. 중대한 재정적 부담 또는 입법사항과 관련된 남북합의서는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야 하며, 통상적인 남북합의서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비준, 발효한다. 합의서 이행에 관한 단순한 기술적·절차적 사항만을 정한 경우는 서명만으로 발효된다.

요약하면 선언적 성격이 강한 남북간 합의는 국회동의를 받지 않았지만 남북교류 등 법적,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한 합의에 대해서는 국회 동의를 받아온 전례가 있다. 

 

4. 남북합의 국회 비준동의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

그동안 남북고위급 회담이나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은 어떤 효력이 있을까. 남북정상은 지난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만나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두 번 모두 유엔 총회에서 지지 결의까지 나왔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권으로 바뀌면서 남북 정상의 합의문은 효력이 없는 문서처럼 취급됐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나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2007년 10·4 공동선언 등은 모두 국회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특히 남북간 화해와 상호불가침, 교류·협력 등을 규정한 남북기본합의서는 통일의 기초가 될 수 있는 의미 있는 합의인데도 정부뿐만 아니라 1997년 헌법재판소(92헌바6결정)와 1999년 대법원(98두14525판결)도 이를 ‘신사협정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규범적 효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반면 1990년 통일된 독일은 앞서 1972년 체결된 '동·서독 기본조약'을 양국 의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해 헌법적 토대를 세운 바 있다. 기본조약은 이후 경제·과학·기술·문화 협정으로 이어져 독일 통일을 달성하는 밑거름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간의 합의가 발표로 끝날 게 아니라 제도화를 통한 실질적 조치로 이어져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남북 간의 합의를 국회 비준동의로 발효시켜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것이 공약이었다.

 

5. 남북정상간 '종전선언'은 법적 효력 없다

'종전선언'은 문자 그대로 선언이다. 법적인 효력이 없다. 종전협정이나 평화협정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검토해야할 사안이 많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전쟁 정전협정의 당사자는 유엔과 중국, 북한이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정전에 반대해 정전협정에 서명하지 않았다. 따라서 남한은 6.25 전쟁 당사국이지만, 정전협정 당사자가 아니다. 즉 남북한이 종전선언을 하더라도 법적인 효력을 갖지 못한다. 

또 다른 문제는 법적 제도적 절차로 국회의 비준 동의 절차를 진행할 경우, 북한을 동등한 국가로 보는 상호체제 인정을 해야 한다. 국내법에서는 헌법과 대법원 판결을 통해 북한을 국가로 인정되지 않는다. 상호체제 인정을 하려면 당장 국가보안법이 문제가 된다. 한국이 내부적으로 먼저 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의미다.

2007년 10.4 공동선언 당시에도 종전선언 추진과 관련해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한반도 종전선언 추진을 포함한 10개 항의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발표했다. 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종전선언 추진은 서두르면 낭패를 보는 일이라며 국민의 뜻을 수렴해 국회 동의절차를 통해 철저히 심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리하면 4.27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나온다면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못한 정치적 수사이므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평화협정을 체결하게 된다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고 종전협정의 경우 국회 동의에 앞서 북한과 유엔(혹은 유엔을 대신한 미국), 중국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

2007년 10·4 남북 공동선언에도 3자 내지 4자가 참여하는 한반도 종전 선언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미국과 중국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추진하는 ‘종전선언’을 공개 지지하고 있다. 국회 비준동의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 출석, 과반 찬성으로 처리된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되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결과와 국회의 상황에 따라 비준동의안이 통과되지 못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남북한과 미국, 중국까지 참여한 ‘세계사적인 합의’를 해놓고도 법적으로는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뉴스톱의 판단

국회인권포럼은 헌법 제60조 2항을 근거로 남북정상간 종전선언은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해당 조항은 전쟁 개시나 해외 파병, 외국군의 국내주둔에 대한 국회 동의를 명시한 것이지 전쟁을 마치는 것, 즉 종전에 대한 국회 권한을 명시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종전선언은 말 그대로 구속력이 없는 선언이기 때문에 (비준) 동의권을 국회가 행사할 수 없다. 과거 사례를 검토해도 대체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의 선언이나 합의서는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았다. 다만 남북교류를 위해 법적 근거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안 합의에 대해서 국회가 동의를 한 적이 있다. 만약 종전선언이 평화협정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국회가 검토할 사안이다. 하지만 그동안 역사를 볼 때 남북정상간 선언과 합의서는 국회동의를 받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이런 사실들을 감안해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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