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투입확대는 같지만 쓸 곳은 ‘동상이몽’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05.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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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케어 반대를 외치며 집단휴진을 예고했다가 부정적인 여론에 밀려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의사협회가 다시 ‘투쟁’을 외치고 있다. 이와 함께 문재인케어를 대신한다는 ‘더 뉴 건강보험’을 들고 나왔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책임 확대' 등 정책방향이 문재인케어와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의협 집행부는 전혀 다르다고 부정했다. 의협이 제시한 더 뉴 건강보험과 정부의 문재인케어를 비교해보았다.

 

연합뉴스TV 방송화면 캡처

의협 “‘더 뉴 건강보험’은 ‘문재인케어’ 대안”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1일 의·정간 대화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의협과 복지부는 국민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바람직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 조성을 위해 큰 틀에서 열린 마음으로 함께 사회적 논의를 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이날 의협 최대집 회장은 복지부에 ‘문재인 케어’의 대안으로 ‘사람이 먼저인 의료’를 내세운 ‘더 뉴 건강보험(The New NHI)’을 제안했다.

주요 내용은 건강보험료 증액과 정부의 재정투입 확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대비해 낮은 수준인 한국의 경상의료비를 늘리고, 의료비의 가계직접부담을 낮춰 결과적으로 민간의료보험을 축소하자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은 의협이 제안한 ‘더 뉴 건강보험’의 방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앞으로 진행될 의정협의에서 깊이 있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정책관은 “의협의 ‘뉴 건강보험’이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책임을 높이는 등 바람직한 내용이 많이 들어있다. 의협의 제안을 환영하는 입장으로, 의정협의를 통해 이를 의제화할지 여부 등을 정해 나가겠다”고 했다. 또 “사람이 먼저인 정책이라는 점, 국민 체감 보장 확대 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방향이 같고 재정 투입이나 국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도 노력해야 할 부분이어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케어’는 현 정부의 주요 보건복지 정책 가운데 하나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통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해 8월 9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이 발표된 뒤 국민들이 건강보험 하나로 큰 걱정 없이 치료받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시행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17일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문재인 케어를 비판하던 의협이 문재인 케어와 정책 방향도 유사한데다 정부재정 투입과 건강보험 보장성을 더 확대하라는 내용까지 담은 ‘더 뉴 건강보험안’을 복지부에 제시했다. 더 뉴 건강보험안은 문재인 케어 정책 방향과 매우 유사하다”고 밝혔다.

 

공개되자마자 시작된 논란

이처럼 복지부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데 이어, 반대로 의료계 일부에서는 정책방향, 내부의견수렴절차 등을 이유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의원협회 윤용선 전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공재원을 늘리고, 적정한 보장범위를 논의하고, 민간보험의 역할을 축소하자는 것이 주된 내용인데, 결국 단일공보험 강화와 민간보험 축소가 핵심입니다. 민간보험은 공보험에서 커버되지 않는 영역을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즉, 비급여 보장인데, 민간보험 기능을 축소하자는 것은 곧 비급여를 급여화하자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비대해지고 권력화된 단일공보험에 의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단일공보험을 더욱 강화하자는 것과 같은 의견입니다. 보장성강화, 비급여의 급여화, 단일공보험 강화...오히려 문재인케어의 정당성을 확보해주는 자충수가 될 수 있습니다.”고 밝혔다. ‘더 뉴 건강보험’이 ‘문재인케어’와 방향성이 같다는 것이다.

의협집행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최대집 회장은 지난 17일 의협 정례브리핑에서 ‘더 뉴 건강보험’은 건강보험 재정 마련을 통한 ‘수가 정상화’와 ‘심사체계 개편’이 핵심으로 ‘문재인 케어’나 이를 구체화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하나로’와 전혀 유사하지 않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더 뉴 건강보험’은 철저히 현실주의적인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비급여의 존재와 필요성을 인정하고, 보충형 민영 의료보험도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역할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다만 “건강보험 지출이 48조 원인데 민영 의료보험이 48조 원에 달하는 현실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영 보험의 10%만 건강보험에 유입되면 5조 원이 늘어나, 현행 건강보험의 많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적이고 망상적인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 왜곡된 보장성 강화정책인 ‘문재인케어’와는 본질적으로 180%도 다른 정책이 ‘더 뉴 건강보험’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음식을 더 만드는 것은 같지만 줄 곳은 다른 셈

의협의 주장을 정리하면, ‘더 뉴 건강보험’과 ‘문재인케어’는 정부의 재정투입확대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는 같지만 쓰여야 할 곳은 다르다는 것이다.

문재인 케어가 추가되는 재정으로 ‘비급여 축소’, ‘재난적 의료비 지원’, ‘본인부담상한액 인하’, ‘노인외래진료비 경감’ 등을 추진하는데 비해, 의협은 오랜 숙원인 ‘저수가 조정’과 ‘의학적 기준에 따른 시스템 구축’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열린 의협 정례브리핑에 최대집 회장과 같이 참석한 정성균 의협 기획이사 및 대변인은 “문재인 케어에서의 비보험을 줄이자는 취지는 동의한다. 다만 필수 의료를 차지하고 있는 의사들의 진료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진다면 부풀어진 비보험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즉 저평가된 가치를 정상화하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 혹은 사람이 먼저이며 이를 위해 정부재정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같지만, 추가로 투입되는 비용을 쓰는 곳은 확연하게 다른 셈이다.

 

아직까지 의협의 기본 입장은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를 반대한다는 것이고, 5월 20일에 대대적인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해 공동 협력하기로 서명까지 했다.

앞서 의협 정례브리핑에서 정 대변인은 “미국에서도 오바마 케어는 실패한 정책이다. 오바마 케어는 보험료가 2배 올랐는데 혜택은 미국인이 아닌 이슬람이나 흑인 등 소수 인종이 보고 있다. 문재인 케어도 새로운 시스템으로 가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파탄의 앞날이 뻔히 보인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서 이슬람이나 흑인 등의 소수 인종을 미국인이 아니라고 했다. 의협이 문재인케어로 혜택을 보게 될 계층들을 한국인이 아니라고 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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