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의 '네이버 특혜 의혹'은 과거 의혹 재탕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06.08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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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거세다. 지난 5월 자유한국당은 이재명 후보에 대한 의혹 6가지를 당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의혹은 ▲형과 형수에게 욕설을 한 음성 파일 공개 ▲성남FC-네이버 유착 관계 ▲친인척, 수행비서 등 채용비리 ▲이 후보 측근 비리 ▲출신대학 비하, 철거민 대상 막말 ▲공무원 사칭, 음주운전, 공무집행 방해 범법행위 등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성남FC-네이버 유착관계 의혹이 어느 정도 증거가 있는지 확인했다. 

 

의혹① 네이버가 성남FC를 간접후원한 뒤 제2사옥 특혜를 받았다?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요약하면, 과거 이재명 성남시장이 구단주로 있는 성남FC에 네이버가 수십억원 후원을 했고, 이에 대한 대가로 성남시는 건축 인허가 및 용도변경을 통해 네이버에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이번 선거기간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라 2017년 10월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이 이미 제기한 바 있다. 지난 1월에는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도 비슷한 의혹을 제기했다. 성남FC가 2015년과 2016년 네이버로부터 40억 원을 받았으며, 그 직후 네이버가 판교 사옥 건축 허가를 받은 것은 특혜라는 주장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저소득 시민의 부채 탕감을 위한 사단법인 '희망살림'은 2015~2016년 시민축구구단인 성남FC에 39억원의 광고비를 지출했다. 자유한국당이 문제 삼는 것은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10억원을 4번, 총 40억원을 후원했다는 점이다. 결국 네이버→희망살림→성남FC 경로로 후원금 39억원이 전달됐는데 네이버 본사가 성남시에 위치하기 때문에 사실상 뇌물일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네이버가 40억원을 납부하자 성남시가 네이버 계열사 네이버 I&S 건물에 대한 건축허가를 내준 것이 네이버-성남시 유착의 증거라고 자유한국당은 주장한다. 

희망살림은 부채탕감 홍보, 네이버는 공익사업 후원, 성남FC는 로고 노출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근거가 있을까. 내용을 보면 네이버는 공익사업을 위해 40억원을 지출한 것이고, 희망살림은 후원금의 상당액(39억원)을 재단 홍보를 위해 성남FC 메인스폰서 자격을 따기 위해 사용했다. 실제 성남FC 선수들은 '롤링 주빌리' 혹은 '주빌리 뱅크'를 유니폼 상의에 노출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전혀 불법이 아니다. 

언급된 단체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희망살림’은 2012년 6월 29일 채무자 권익보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채무자 권익과 서민가계 안정을 위해 종합 재무상담을 지원한다. 2014년 사회적 기업 에듀머니 등 시민단체와 함께 미국에서 시작돼 화제를 모은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프로젝트를 한국에서 시작했다. 이를 통해 2014년 4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약 50억 원의 부실채권이 소각되었으며, 약 800명의 채권자가 빚을 탕감 받았다.

주빌리 은행은 한국의 롤링 주빌리 프로젝트를 진행한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들을 중심으로 2015년 8월 27일 공식 출범했다. 은행법에 근거한 통상적인 은행은 아니며, 장기 채무자의 장기 연체된 부실채권을 사들여 채무자들의 빚을 탕감해주는 프로젝트 은행이다. 

성남FC 선수들 유니폼에 '주빌리 뱅크'가 새겨져 있다. 저소득층 부채탕감을 주업무로 하는 주빌리 뱅크를 운영하는 희망살림은 성남FC의 메인스폰서다. 성남FC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성남FC는 성남시가 운영하는 시민구단이다. 구단주는 성남시장(당시 이재명시장)이 맡는다. 과거 성남일화의 모기업이던 통일그룹이 구단운영에서 손을 떼자 성남시가 인수해 시민구단으로 2014년 재창단했다. 문제는 시민구단이 기본적으로 자립 생존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시민구단은 여전히 재정의 대부분을 지자체의 지원, 그리고 지자체장의 입김에 힘입은 기업들의 후원에 의존하고 있다. 성남FC도 운영 예산 절반은 시가 책임지며 연간 예산(70~80억)은 선수와 임직원 약 44여 명의 급여로 지급되며, 나머지 부족한 운영비는 관람료, 광고, 후원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성남FC 후원 협약은 합법적...네이버 건축허가 특혜는 증거 없어

희망살림과 네이버가 참여하는 성남FC에 대한 스폰서십은 사실상 성남시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남시 입장에서는 성남FC가 후원을 받지 못하면 시 재정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이들의 계약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성남FC는 2015년 5월 네이버, 성남시, 희망살림과 협약을 맺었다. 구단은 '롤링 주빌리' 문구를 유니폼 전면에 노출하며 공익캠페인 홍보를, 기업은 사회공헌을 통한 이미지 제고와 세제 혜택을, 희망살림은 캠페인 홍보 극대화를, 성남시는 행정지원 등을 약속했다. 공익캠페인을 위해 협약서에는 네이버가 40억원을 희망살림에 지급하고, 희망살림이 성남FC에 39억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명기되어 있다.

자유한국당은 희망살림이 네이버의 후원금을 ‘부실채권 매입’이라는 본래 목적보다 광고비에 훨씬 더 많이 지출한 것을 지적하고 있지만, 이 협약을 통해 희망살림은 시민들의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는 ‘롤링주빌리 홍보’, 네이버는 연고지인 성남에 대한 ‘지역사회공헌’과 ‘희망살림’ 공익활동 후원, 성남FC는 메인 스폰서 확보라는 각각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성남FC도 의혹이 제기된 국정감사 당시 성명서를 내고 “이는 협약에 의해 이뤄진 매우 합당한 집행이며 각 협약 주체의 목적에 정확히 부합하는 행위로 아무런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 밝혔다. 성남FC는 “유니폼에 롤링주빌리 로고 노출 이외에도 홈경기 및 선수단을 활용한 다양한 캠페인 활동으로 ‘빚탕감프로젝트’를 홍보해 악성 부채로 고통 받는 저소득층 시민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였고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네이버 후원금 40억원이 효율적으로 쓰였냐는 별개의 문제로 한다면 계약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네이버 제2사옥 건축허가와 후원이 관련이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자유한국당 의혹제기는 말 그대로 의혹 수준이며 증거가 없다. 제2사옥 건축허가 및 부지매입 유착 의혹에 대해 네이버측은 "해당 부지는 공개입찰을 통해 매입했고 이전에 세차례 유찰된 부지였다"며 "건축허가 역시 희망살림 기부금 납부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최순실이 기업으로부터 미르와 K스포츠를 통해 기부금을 받은 것과 성남FC가 기업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은 것이 차이가 없다는 주장을 했다. 최순실은 개인적으로 후원금을 유용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이재명 시장이 성남FC 후원금을 착복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따라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이 건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의혹② 두산이 성남FC 후원 뒤 토지용도 변경 특혜를 받았다?

자유한국당은 두산그룹 역시 성남FC를 후원한 뒤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을 했다. 두산은 네이버와 다르게 직접 성남FC를 후원했다. 이후 성남시가 원래 병원부지였던 분당구 정자동의 두산건설 부지를 업무용지로 용도 변경해주는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해당 부지의 역사를 살펴보자. 두산은 1991년 분당신도시 조성 당시 의료법인 명의로 분당구 정자동 161 일원 의료시설 용지 9천936㎡를 한국토지공사로부터 매입했다. 의료시설 용지는 공익시설로 분류돼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입했고, 1994년 11월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병원 신축 허가를 받아 1995년 9월 공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분당에 서울대병원 등 종합병원이 과잉 공급됐다는 이유를 들어 1997년 12월 지하 2층 골조공사만 끝내고 공사를 중단했고, 성남시는 병원 공사가 장기간 중단되자 2010년 11월 병원 건축 허가를 취소했다.

20여년 가까이 방치된 땅은 2015년 1월 공시지가로 매입 당시보다 10배 가까이 가격이 상승했고 지하철 신분당선 정자역 인근에 위치해 업무시설이 들어설 경우 부동산가치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었다. 공사 중단 후 두산은 의료시설 용도를 업무용지로 바꿔주면 계열사를 입주시키는 등 성남시에 이익을 환원하겠다며 시에 여러 차례 용도변경을 타진했고, 성남시는 특혜 논란 우려가 있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신중히 검토할 사안이라며 받아들이지 않다가 2015년 7월 두산그룹 사옥 신축·이전을 위한 상호협력(MOU) 협약을 체결했다.

두산은 기존 의료시설 용지에 대규모 업무시설을 신축해 서울 논현동에 있는 두산건설㈜, 방위업체인 두산DST, 두산엔진, 두산매거진, 오리컴 등 계열사 본사를 이전하는 것과 사업 부지의 약 10%를 시에 기부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성남시,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세수 감소...두산그룹 유치 절실

토지 용도변경으로 두산그룹이 큰 개발이익을 얻게 되는 것은 명백한 팩트지만, 성남시도 이를 통해 여러 가지 이익을 얻은 것도 팩트다.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방침에 따라 LH와 한국가스공사, 한전KPS, 한국도로공사, 한국식품연구원 등 공기업 5곳이 성남을 떠나며 3500명의 성남지역 일자리가 사라졌다. 두산 계열사 5곳 입주가 솔깃한 이유다. 또, 20년가량 방치되어 있던 부지에 대기업 계열사들을 유치할 경우 성남시는 취득세 46억원, 지방세 65억 원 등 세수익만 110억 원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매출 4조원 규모에 따른 세수증가로 2156억 원의 지역 경제 유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성남시도 “특혜가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토지 10%등 수백억대 시 재정을 확충하고 매출 4조원 대 5개 기업 4300명 근로자가 입주하며 연간 110억 원대 지방세수가 늘어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두산분당센터 조감도. 성남시 제공

두산건설 부지 용도변경의 경우, 20여 년간 부동산 경기 상승과 공기업 유출에 따른 지역경제 효과를 고려하면 성남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그 대신 두산으로부터 얼마만큼의 반대급부를 얻어내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최초 의혹을 제기한 박성중 의원도 “두산이 지역에 입주하며 지역 연고 축구단에 후원을 할 수는 있으나, 후원 시기가 입주결정(2015년) 직후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점과 그 금액이 20억 이상으로 많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특혜라는 주장의 근거로는 빈약하다.

시민구단 기업 후원 잡음 많아... 홍준표 지사도 경남FC 운영 논란

지자체가 운영하는 시민구단의 경우 자치단체장의 역할이 중요하고, 기업 후원을 얻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 구단 운영과정에서 인사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당대표도 경남도지사 재직시절 경남FC 운영과 관련해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게다가 네이버와 두산 특혜 논란 모두 처음 의혹이 제기된 후 바로 성남FC와 성남시의 반박보도가 나온 이후에는 재반박이 없다가 정치적 논란이 있을 때마다 다시 최초의 의혹을 다시 제기하고 있다.

동영상에 같이 언급된 농협, 차병원 의혹도 명확한 근거 없이 단순히 의심된다는 수준의 의혹만 제기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도 동영상 외에 별도의 내용 없이 “동영상을 보고 판단하라”고 되어 있다. 6월 5일 자정 현재 자유한국당 블로그의 해당 게시물은 임시로 게시중단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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