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리용호 트위터는 '가짜 계정'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8.06.1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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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온라인에서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북한 외무상 리용호가 트위터에 직접 올렸다는 트윗을 한국 사람들이 발견한 것이다. 리용호(Ri Yong-Ho)는 6월 11일 트위터에 "한국 사람들! 우리 조국을 위한 평화의 시간은 이제 우리에게 있습니다. 우리는 싱가포르에 머물면서 미국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 한국 한 사람, 하나의 미래 우리함께 나가자. 문재인 이 일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이를 본 수백명의 한국 사람들이 리트윗을 하며 댓글을 달았다. "남북화해 국면에 이런 일도 가능하구나" "북한이 정말 변하고 있구나" "국가보안법 시절에는 상상도 못할 일" 등등 소감이 나왔다. 그런데 이 계정은 북한 리용호의 계정이 아니었다. 유명인을 사칭한 소위 페이크 계정이다. 현재 해당 계정은 접근이 중단된 상태다. 왜 이 계정이 가짜인지 살펴보자.

①리용호 북 외무상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한 날에 계정이 생성됐다.

확인 결과 리용호 계정은 2017년 9월 23일에 처음 생성됐다. 그 날은 리용호 북 외무상이 유엔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맹비난하는 기조연설을 한 날이다. 이 기조연설로 리용호는 국제사회의 유명인사가 됐다. 리 외무상은 트럼프 대통령을 '과대망상자' '정신이상자' 등으로 묘사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생성일에 올린 트윗을 보면 주로 영어를 사용하며 한글 트윗의 경우 맞춤법이 틀린 것이 많았다. 딱 봐도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이 번역기를 돌린 것임을 알 수 있다.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에서 오래 살 수 있습니다! 과일을 캐스케이드로 만들고, 달콤한 향기가 졸 패스 기슭의 사과 나무 바다에서 공기를 가득 채웁니다.

 

② 이스라엘 관련 포스팅을 주로 올린다. 

리용호 계정은 북한 소식보다 이스라엘 소식을 더 많이 올린다. 이 트위터에는 "한국 친구들! 이스라엘은 한국이 파괴된 것을보고 싶어합니다"라는 뜬금없는 내용이 올라와 있다. 북한이 미국의 우방인 이스라엘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가질 이유는 없지만 한 나라의 외교를 대표하는 외무상이 공식적으로 트위터에 타국을 비방하는 것은 외교 문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금기다. 게다가 현재 북한과 미국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으며 화해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이 직접적으로 북한을 위협하지 않는 한 북한이 이스라엘을 비난할 이유가 없다. 

 

③ 북한에서는 쓰지 않는 용어를 사용한다.

트윗 사진을 보면 리용호는 "한국 사람들" "한국 친구들"이라는 표현을 썼다. 북에서는 한국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공식용어는 남조선이며 상호회담시 남측이라는 표현을 쓴다. 북한 외무상이 전 세계에 공개되는 트윗에서 '한국'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또 <#남과북은_하나다>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했는데 북에서는 '북남'이라고 쓰지 '남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북남정상회담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면 종북주의자 취급을 받을 것이다. 일한관계, 중한교류 등을 생각해보면 쉽다.  

 

11일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리용호 트윗이 올라왔고 ZDnet 등 일부 언론은 이를 근거로 사실관계 확인 없이 기사를 작성했다(기사는 모두 삭제된 상태다). 해당 계정 역시 삭제됐거나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다. 한국인들의 과도한 관심에 놀라서 당사자가 삭제했거나 누군가가 페이크 계정으로 신고를 해 차단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네티즌 일부는 해당 계정에 실린 내용이 부정확하다며 가짜 계정임을 의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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