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공사비가 부족해 건설 안전사고가 증가?

  • 기자명 최승섭
  • 기사승인 2018.06.25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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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힘들고, 위험한 직종은 무엇일까? 산업별 재해자와 사망자가 가장 높은 산업은 건설업이다. 언론지면상에도 하루가 멀다하고 붕괴, 추락 등 건설현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한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2017년 579명, 하루 1명 이상이 건설현장에서 재해로 사망했다. 2015년 486명으로 일부 감소한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림2 참조) 사망만인률(사망자수의 1만배를 전체 근로자 수로 나눈 값)은 건설업이 1.9로 제조업 1.04보다 두배 가까이 높다. 힘들고 위험한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청년들의 기피 직종이 되었다.

지난 5월 여의도에서 열린 적정공사비 호소대회. 일부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출처: 경실련

건설업계에 따르면, (과거에도 타산업 대비 높았지만)최근 건설현장 안전사고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공사비 부족이 가장 큰 이유이다. 공공공사가 헐값에 발주되다 보니 적자시공이 불가피하고 이로인해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한다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지난 5월 31일 수천명이 모인 전국 건설인 대국민호소대회를 열고 ‘헐값 발주’ 멈추고, SOC투자를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뿐만아니라, 관련 토론회 및 기자회견 개최, 지방선거 후보자 정책제시에 등 ‘적정공사비 확보’를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공사비 부족으로 국민안전이 위협받는 다는 것을 집중적으로 주장한다. 안전은 생명과 연관되어 있으며, 모두의 관심이기 때문이다. 과연 업계의 주장은 사실일까?

 

우선, 우리나라 건설산업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건설현장은 「원도급(종합건설사)→하도급(전문건설사)→재하도급→건설노동자」로 이루어져 있다. 공사를 낙찰받는 종합건설업체가 아니라 하도급업체가 공사를 수행하기 때문에 안전과 품질, 그리고 건설노동자 고용 등이 모두 하도급업체에게 맡겨져 있다. 법상 1단계 하도급만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2-3단계 불법 재하도급이 대다수이다. 하층부 건설노동자는 불법취업 외노자와 일자리경쟁까지 해야 하는 실상이다.

 

 

<그림1> 건설산업구조. 여러 차례의 하도급 관계로 이뤄져 있다.

 

실제 공사를 수행하는 주체가 하도급 또는 재하도급 업체이다 보니 안전사고는 원도급업체에게 공사비를 얼마나 책정해 주느냐에 상관없이 발생된다. 다단계 하도급을 거치며 공사비의 상당부분이 누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원도급업체에게 가격경쟁 없이 많은 공사비가 지급되더라도 하도급을 거치면서 아랫단계인 건설노동자까지 전달되지 않는다. 정부의 보도자료를 보더라도 낙찰률이 높건, 낮건 하도급 비율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원도급 업체의 낙찰률이 낮은 곳이 더 높다. 건설산업은 지난 MB정부에서 회자되었던 낙수효과가 발생될 수 없는 구조이다.

 

 

결국, 안전사고 발생가능성은 입·낙찰 시점의 공사비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계약체결이후 시공(공사)단계에서의 안전관리체계가 제대로 가동되느냐 여부에 따라 좌우된다. <그림2>를 보면 건설업 사망자수는 2003∼2004년 약 770명 정도로 가장 많았으나, 그 이후 등락을 반복하면서 다소 감소하고 있었다. 특히 세월호참사가 발생한 2014년은 486명으로 가장 적었는데, 이는 안전사고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고조되면서 안전관리를 강화해 안전사고 발생건수가 줄어든 것으로 판단된다.

 

<그림2> 사망재해자수 현황( 1998년~2017년)

일정기준을 통화한 업체 중 가장 낮은 가격으로 입찰한 업체를 선정하는 최저가낙찰제가 시행된 2001년이후에 사망만인율은 2003년∼2005년을 제외하고는 그 이전보다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오히려 정부가 건설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공사비를 증액하기 위해 실시한 표준시장단가가 (2015. 3월, 실적공사비 폐지)와 종합심사낙찰제가 도입(2016. 2월, 최저가낙찰제 폐지) 이후에 건설업 사망자수가 큰 폭으로 다시 증가했다. 공사비부족으로 안전사고가 증가한다는 업계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특히, 안전사고 발생에 따른 Penalty(불이익)가 워낙 크기에, 건설사들이 공사비가 부족하다는 것만으로 안전을 무시하고 불안전하게 작업할 이유는 전혀 없다. 안전은 최우선 과제이므로, 설령 한 건설업체가 낮은공사비로 수주하였더라도, 해당 건설업체로서는 안전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현장관리를 할 수 밖에 없다. 안전사고 발생에 따른 패널티는 현장작업 중단, 현장관리자에 대한 사법적 책임 및 보상금지급 등 금전적 손실이 상당하다. 더 큰 손실은 재해율 상승에 따른 입찰확률 하락과 아울러 대외적 평판하락 등이다.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대외 신뢰도하락은 더 큰 손실이다.

결국 안전사고 발생은 원도급업체에 대하여 엄청난 손실을 끼치므로, 원도급업체는 자체의 강화된 안전관리를 실시함과 아울러 실제 공사를 수행하는 하도급업체에 대하여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을 이중삼중으로 강조한다. 하지만 (재)하도급업체에 고용된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안전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공사비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안전사고의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안전사고가 공사비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와 책임의 문제인 것이다. 공사비가 부족해 안전사고가 증가한다는 건설업계의 주장은 거짓이다.

 

앞서 기술한 모든 내용을 차치하고, 공사비 부족이 안전사고의 원인이 아니라는 직접적인 사례가 있다. 최근 몇 년간 언론에 보도되듯 우리나라 건설사들은 해외에서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 2013년경 GS건설의 어닝쇼크(Earning Shock, 실적충격)이후 대형건설사들의 수십조원의 해외공사 적자가 최초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규모 해외적자가 발생했다해서 이들 현장에 사망사고가 발생하거나, 안전사고가 증가했다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 만약 ‘적자공사’가 안전사고의 원인이라는 업계주장이 맞다면,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해외현장에서 엄청난 안전사고가 발생했어야 하지만 그렇지않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해외공사 적자시공 사례에서 보듯이, ‘적자공사’여부가 안전사고의 발생 원인이 아님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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