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침대만 문제가 아니다

  • 기자명 박재용
  • 기사승인 2018.07.03 08: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라돈은 방사능을 띤 비활성기체다. 반감기는 3.82일이다. 즉 4일 정도 지나면 절반이 되고 8일 뒤에는 1/4, 16일이 지나면 1/16, 약 한 달 뒤에는 원래 양의 1/250 정도만 남아있게 된다. 따라서 일시적인 라돈의 유출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그럼 왜 라돈 침대는 문제가 된 걸까? 

라돈은 우라늄이나 토륨 같은 방사성 원소가 납으로 붕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정확하게는 이들 방사성 원소들은 몇 단계를 거쳐서 핵분열을 일으키는데 그 중간 단계의 원소인 라듐이 분열할 때 라돈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 우라늄과 토륨은 반감기가 아주 길어서 굉장히 오랫동안 라돈을 발생시킨다. 즉 한 번 구입한 라돈 침대는 우리가 죽을 때까지 아니 죽고 나서도 매일 라돈을 내놓는 것이다. 그러니 라돈 자체의 반감기가 짧은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물론 모든 침대가 라돈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 음이온 발생하라고 모나자이트Monazite라는 물질을 바른 경우에만 발생한다. 이미 오랫동안 라돈 침대에서 생활했던 분들의 경우 당혹을 넘어 경악의 지경에 이른 것이 당연하다.

일단 기존의 모나자이트를 바른 침대는 모두 수거해서 안전하게 폐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라돈 침대를 구입하여 사용했던 분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검진을 통해 향후 일어날 일들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사람이 매일 접촉하는 일상용품을 통해 수년간 라돈에 노출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지금 당장 라돈 침대를 폐기한다고 해도 어떤 현상이 이후 나타날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YTN 화면 캡쳐

 

그런데 라돈의 문제는 침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발을 디디고 있는 이 땅 밑에서도 라돈은 나온다. 원래 모나자이트도 남아프리카나 브라질 인도 등지의 토양에서 채취한 광물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 세계 어디나 땅 속 암반 등에 포함된 우라늄이나 토륨 등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라돈이 발생한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경우 화강암지층이 꽤나 많은데 이런 경우 토양에서 발생하는 라돈 증기가 꽤나 많다. 우라늄이나 토륨은 광산처럼 특정한 곳에 집중적으로 분포하지만 대부분의 화강암층에도 자연스럽게 소량이지만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층은 방사성 물질의 함량이 전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이라고 한다. 이런 기반암에 균열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라돈 증기가 공기 중으로 빠져나온다. 라돈기체는 물에 잘 녹기 때문에 지하수에 녹았다가 빠져나오는 경우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라돈은 대기 중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우리는 별 문제 없이 살아왔다.

그러나 라돈은 1급 발암물질이고 특히 폐암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이니 우리도 모르는 사이 라돈에 의해 폐암에 걸린 이들도 적겠지만 있긴 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폐암 발생의 3%~14%가 라돈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특히 지하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라돈은 기체 중에선 상당히 무거운 편이라 다른 기체보다는 확산 속도도 느리고, 쉽게 아래로 가라앉는다. 따라서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곳에선 라돈이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아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도시에서 주로 쓰는 도시 가스는 가벼워서 누출이 되어도 창문만 열어놓으면 밖으로 대부분 빠져나가지만 프로판가스의 경우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창문을 연 정도로는 환기가 되지 않고, 문을 열어 비로 쓸 듯이 내보내야 하는데 라돈도 마찬가지다.

KBS <추적 60분> 화면 캡쳐.

정부도 새로 짓는 주택에는 라돈 증기를 배출할 수 있는 배출구를 따로 시공하고, 기초공사와 건물 바닥 마무리에 더욱 신경 쓸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어져 사람이 살고 있는 건물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특히 다세대주택의 반지하방이나 주택 지하의 작은 봉제 공장 등이 이런 문제점에 노출되는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이들 건물은 지어진 지 꽤 오래되어서 건물 벽체나 바닥에 우리도 모르는 미세한 균열들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균열이 있으면 토양에서 생성된 라돈이 침입하기 더욱 쉽다. 그리고 지하는 환기에 취약하다. 거기에 겨울에는 추위 탓에 온 집을 꽁꽁 싸매듯이 하는데 특히나 웃풍이 많은 집들이 심하다. 이렇게 웃풍이 많은 건물은 높은 확률로 벽이나 바닥에 균열이 있는 경우가 많다. 즉 라돈이 들어올 구멍은 많고, 빠져나갈 곳은 아주 적어지는 것이다.

KBS <추적 60분> 화면 캡쳐

따라서 이런 곳에선 특히 겨울에 정기적으로 라돈 수치를 측정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런 곳에 계시는 분들 대부분 취약계층들이다. 즉 경제적 여유도, 심리적, 시간적 여유도 별로 없다. 특히나 조손가정이나, 노인분만 사는 경우는 더 하다.

이런 곳은 개인에게 맡겨 둘 일이 아니다. 지자체 등에서 가스나 전기 검침을 하듯이 정기적으로 라돈 수치를 점검해야 한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라돈 수치가 위험하게 나올 확률은 적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점검 결과 수치가 높게 나오는 건물이 있으면 원인을 파악해서 대처해야 한다. 건물 벽체나 바닥에 균열이 있으면 보강 공사를 통해 매워야 하고, 토양의 라돈을 배출할 수 있는 배출구를 따로 설치해야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라돈은 하루 이틀 흡입한다고 당장 몸에 이상이 생기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흡입하게 되는 경우 그 피해는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물질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몇 명이 라돈에 의해 폐암에 걸릴지 모르는 것이다. 물론 돈이 들고, 기관 간의 협의가 필요하고, 건물주와 세입자 간의 분쟁도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